기혼자에게도 문화생활을 즐길 권리를 달라

기혼자가 문화생활을 누리기 쉽지 않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서울문화재단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시민들은 연평균 14.6회 영화나 전시회를 관람하는 것으로 집계되었다. 주목해야 할 점은 시민들의 연평균 관람 횟수가 아니라, 기혼자의 문화예술 관람 시간이 미혼 관객보다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기혼자의 문화생활 참여 수가 미혼자보다 훨씬 부족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사진= 양지훈 기자)

문화생활에 관심이 있지만, 여유가 없어 자주 누리지 못하는 이들이 30~40대 기혼자층에서 높게 나타났다. 30대와 40대 미혼 여성은 각각 연평균 23.84회와 18.23회 문화예술을 관람하는 반면, 같은 연령대 기혼 여성은 상대적으로 충분한 문화생활을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육아에 많은 시간을 보내는 기혼자가 미혼자보다 문화생활을 할 여유가 없는 건 당연한 현실이다. 금전적인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현실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기혼자들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더욱 커질 것이다.

기혼자가 느낄 수 있는 허무함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 지역마다 아동을 동반할 수 있는 문화 행사를 적극적으로 개최하고, 아동 탑승 차량의 주차 혜택을 확대하는 등 구체적인 노력이 있어야 한다. 결혼해도 가까운 곳에서 찾을 수 있는 문화 상품이 다양하게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한 지자체의 홍보도 필요하다.

국가 산업을 이끄는 원동력인 30~40대는 대부분 문화생활을 즐길 줄 안다. 이러한 사람들이 기혼자가 되면 시간과 돈에 쫓겨 문화생활을 포기하게 될 거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문화 공간은 극장, 도서관, 청소년수련관 등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시간과 비용의 부담이 적은 문화생활도 누구나 누릴 수 있도록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