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vs찬]병 걸린 가축, 살처분만 생각 말고 근본적인 접근이 중요

매일 살처분 당하는 이들, 다른 방법은 없는 것일까? (사진=박양기 기자)

지난 5월 전국에서 AI 보호 조치가 끝난 지 겨우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AI가 발생했다. 6월 3일 제주도를 시작으로 매일 각 지역에서 AI 바이러스 발견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AI 방역실시요령 제7조의 내용에 따르면, 농림축산식품부장관은 검역본부장 또는 시·도지사로부터 건의를 받아 해당 지역의 축산업 형태, 지형적 여건, 야생조수류 서식 실태, 계절적 요인 또는 역학적 특성 등 위험도를 감안하여 발생한 축사를 중심으로 반경 3Km 내외의 지역에서 사육되고 있는 적용대상 동물의 살처분 및 그 생산물의 폐기를 추진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그렇기에 6월 7일 제주도에서는 고병원성 AI가 확진된 오골계를 구입해 온 재래시장 그리고 닭 농가 2곳 반경 3㎞ 이내 농가 14곳의 1만452마리와 AI가 발생한 가구 인근 21곳의 가금 11만9581마리가 살처분됐다. 조류독감 위기단계는 심각으로 상향됐고 6월 7일 전국적으로 일시중지 명령이 내려졌다.

동물보호단체 카라에서는 지난 2016년 11월 AI가 지속적으로 발생한 일과 살처분 당하는 모습을 모두 ‘공포 그 자체’라고 표현하고 있다. 지난 4월까지 살처분된 가금류가 3800만 마리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된다. 다시 대규모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고 최종 살처분되는 동물들이 몇 마리나 될지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카라는 지금처럼 살처분에 의존하기만 해서는 조류독감을 막을 수 없다고 말한다. 이어 “조류독감 예찰과 신고에 기대어 방역대책을 수립 제시하는 것은 무력하고 태만한 일이다”라고 말한다.

우리나라에 철새들은 10월경 처음 목격되어 이듬해 3월이면 떠나간다. 이번 상황은 철새 때문이라고도 할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최근 강력한 살처분과 방역이 시행된 전북의 한 농장에서 닭을 입식도 안 했는데 토양에서 AI 바이러스가 발견되어 땅을 파서 농장에 묻었다는 제보가 있었다. 동물을 수천만 마리씩 죽여 땅에 묻는 방역이 가져온 치명적 위험과 무효성 그리고 그 결과 바이러스가 매년 발생하는 위험이 이제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앞서 정부는 ‘AI, 구제역 방역 개선대책’을 마련하고 정부 10개 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축산계열화기업의 방역 비용 부담 등 책임 강화, 조류독감 3회 발생 농장 퇴출, 10만 마리 이상 가금사육 농장 방역관리책임자 제도 도입 등 상당히 긍정적인 정책들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내용 중에 강력한 살처분과 AI 발생 즉시, 심각 단계 즉시 발령 살처분 지원에 대한 것은 있으나 동물의 고통에 대한 부분이나 살처분 방법의 개선 등에 대한 내용은 전혀 없다.

2016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산란계 농장 규모별 살처분 마릿수 통계/자료제공:동물보호단체 카라 (사진=박양기 기자)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지난 2016년 11월부터 2017년 4월까지 살처분 당한 농장의 규모에 대해 조사한 바, 20만 마리 이상을 사육하는 ‘공장’의 살처분 마릿수가 가장 높은 것으로 보아 살처분에 집중하기 전에 이러한 공장식 축산의 폐기나 AI 전문 백신팀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지속적으로 정부 측에 확인을 요청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내용은 아직까지 그 어떤 진행 방향에 대해서도 뚜렷한 답이 나오진 않고 있다.

카라에 의하면 이미 조류독감 백신 연구는 국내에서도 진행되고 있는 부분이다. 살처분만으로는 분명 방역의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이미 주먹구구식의 방역만으로 대량 전염병을 제대로 막고 있지 못하고 있고 이렇게 백신 접종 시기를 계속해서 놓치게 되면 수백만의 생명을 계속해서 생매장하는 일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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