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는 그 민족의 모든 것, 문화 속에 담긴 겨레의 얼

아시아 변방의 작은 나라에서, 대중문화 컨텐츠 강국으로 발돋음 하고 있는데에는, 한류가 분명 큰 몫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중적 기호에 치우친 컨텐츠는 트렌디 해보이지만, 복제와 대체가 가능하기에 대체 불가한 한국적 컨텐츠 개발과 함께 단기적 이윤창출에만 집중한 근시안적 접근의 탈피가 필요하다.

한류라는 이름 하에, 아시아 대중문화 시장을 주도해 온지 10여년의 시간이 지났지만, 아직 한류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진행되지 않은 채 대중문화산업의 캐시카우로서 다양한 마케팅 상품에 덧입혀져 소비되고 있다.

물론, 대중문화 컨텐츠 위주로 수출되는 한류 상품들은 아시아 마켓 파워를 보여주며 단기간에 큰 수익을 창출했을 뿐 아니라, 가시적인 수치를 넘어서 한국의 국가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 수준에 이르렀음은 부정 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투자 대비 큰 수익을 가져다 주던 초기 한류 시장의 성과에 고무되어 투입된 과도한 자본은 한류를 소비지향적 대중 문화 컨텐츠에 좀 더 집중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 여전히 한류는 존재하고, 여러 관계산업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지만 한 방향으로 비대해진 현재, 지난 10년간의 한류의 족적을 돌아보고, 나아갈 방향성을 되짚어 볼 시점이 아닌가 싶다.

한국문화의 아시아 시장진출과 한류의 등장

한국문화의 해외교류는 90년대 후반, 드라마. 영화 등 대중문화 미디어 컨텐츠 분야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로 물꼬를 텄다. 2000년대로 넘어가면서 저가로 승부하던 초기 시장공략 형태를 벗어나 K-pop의 조류를 타고 한류라는 거대한 물결을 아시아 전역에 일으켰다. 2000년대 중반 주춤하던 한국 드라마와 영화시장은 한국형 아이돌이라는 특화된 대중문화 컨텐츠로 대체되어 아시아 시장 공략에 성공했고 디지털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글로벌 팬덤 형성에 성공했다.

초국적 팬덤-몸집이 커진 한류시장

인터넷을 기반으로 손쉽게 미디어 컨텐츠가 공급. 대량 유통될 수 있는 채널이 구축되어 정식적인 경로를 거치지 않고도 컨텐츠 소비가 가능해지자, 탈지역적 컨텐츠 소비문화가 형성되었다. 이는 k-pop의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가능케 했고, 가까이는 아시아 시장부터, 멀게는 북.남미, 유럽지역까지 초국적 팬덤이 등장했다. 아시아 시장의 수적 팽창과는 비교할 수 없지만 북.남미를 넘어 유럽지역에서도 한류의 영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은 한국 대중문화 컨텐츠가 아시아 지역의 문화적 특수성에 기반하여 그 한계성이 있을 수 있다는 우려를 잠재우며 향후 진정한 글로벌 문화컨텐츠로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리고, 그 기세를 몰아 엔터 산업 뿐 아니라 전 산업 영역에 걸쳐 한류의 영향이 미치고 있고 그 파급력은 현재 진행형이다.

대중문화컨텐츠에 치우친 한계점과 향후 발전 방향

그러나 한류는 침체된 산업전반에 가져다 준 활기와 문화선진국이라는 국가이미지 쇄신의 긍정적 역할에도 소비지향적인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한 산업위주로 생산. 유통되는 태생적 한계를 지니기 때문에 비판의 목소리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2000년대 초반, 일본에서의 큰 반향을 일으킨 몇몇 대형 소속사 아이돌 그룹 이후로 우후죽순처럼 자가복제 된 듯한 비슷한 그룹들이 등장하면서 한류시장 소비자들의 피로감을 유발했다. 이윤창출에 좀 더 방점이 찍힌 한류 컨텐츠는 대체 가능한 소비재의 성격을 띠고 컨텐츠의 차별성 보다는 스타 마케팅에 기대어 진행되는 경향을 지울 수 없다. 이런 경제논리에 좀 더 치우친 한류 컨텐츠는 생산과 유통시스템의 문제를 가질 수 밖에 없었고, 한 방향으로만 진행되는 한류의 거센 물결에 대한 반감은 한류소비국의 자국문화산업보호 정책으로 나타났다.

그리고 미비하지만 반한, 혐한 정서까지 불러일으켰다. 아직 식지 않은 한류의 열기를 지속시키려면, 좀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한류 컨텐츠를 발전시켜야 될 시점이다. 또한, 한류가 가져다 준 한국에 대한 관심을 한국의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진지한 고민과 담론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