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의 역사를 수집하다, 안산이주민센터 박천응 대표

박천응 대표(사진=윤미지 기자)

지난달(3월) 5일 안산 국경없는마을공원에서 안산이주민센터와 한국다문화협의회 주최 ‘2017 세계여성의 날 축제’가 열렸다. 이번 축제는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을 앞두고 열린 행사로 올해 109회를 맞아 여성들이 스스로의 권익을 찾아 나설 수 있는 희망을 담은 시간이었다.

안산이주민센터의 박천응 대표는 “세계여성의 날 행사를 일부 여성 단체들만 하는 행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며 “국제결혼이 늘어난 현재 사회주의권의 많은 이주 여성들이 국가기념일이었던 부녀절을 3·8 세계여성의 날로 저변확대 했다”는 견해와 함께 “중요한 것은 인간의 기본권을 보장받기 위한 운동에 대해 누구든 지원할 필요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안산이주민센터는 이주노동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한 94년도에 설립된 단체로 국내 1세대 다문화 기관이다. 박천응 대표는 “사실 처음부터 이주노동자나 다문화에 대해 관심을 가졌던 것은 아니다”라고 한다. 그는 “89년 처음 안산으로 왔을 때 빈민들이 많고 어렵게 사는 맞벌이 가정들이 많았다”며 “처음엔 어려운 가정의 아이들을 돕는 것부터 시작하며 경기도 유일의 청소년 공부방을 시범 운영하게 됐다”고 전했다.

“국경없는마을의 시작”

박천응 대표가 이주노동자들의 삶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은 1992년 즈음이다. 일본 오사카에서 이주노동자의 인생을 살았던 자신의 할아버지와 미군부대 옆에 거주했던 자신의 삶이 어렴풋이 그의 인생에 있어 어떠한 기억으로 자리 잡았고 국제결혼을 한 그의 가까운 친인척 또한 다문화에 대해 수용하게 만든 보이지 않는 배경으로 작용했다. 박천응 대표는 “돌이켜 보면 사회움직임이라는 건 계획성보다 우연성에 의해 계기가 주어지는 것 같다”며 “당시 이주노동자들이 노동자로 인정받지 못하고 자신이 당한 불합리에 대해 호소할 곳이 없다는 현실이 안타까웠다”고 한다. 이어서 그는 “누구나 인간으로서 존엄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위해 일하게 됐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안산이주민센터의 형태로 자리 잡게 됐다”고 전했다.

이주여성교육 중 수업에 참여하고 있는 모습(사진=윤순홍 기자)

다문화 1번지로 알려진 ‘국경없는마을’은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이름이다. 다문화콘텐츠를 다루는데 있어서 국경없는마을 프로젝트는 절대 빼먹을 수 없는 필수적 이야기이며 각광받을만한 공동체 운동이다. 박천응 대표는 “교육운동, 경제운동, 복지운동 등 여러 측면에서 다각도로 진행했으나 가장 주목할 만한 성과는 공동체 운동이 아닐까 싶다”고 운을 뗐다. 그는 “IMF경제위기 이후 한국에 들어오게 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대중의 시선이 좋지 않았고 그들을 주민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암묵적으로 거부하는 여론이 형성됐다”며 “이러한 갈등 문제를 어떤 식으로 해결해야할까라는 고민이 국경없는마을의 시작이다”고 전했다.

당시 이주노동자에 대한 경계의 시선은 국제결혼을 한 부부를 부정적으로 바라본다거나 그들에게 방을 잘 내주지 않는 등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났다. 이주노동자들 몇몇이 모여 돌아다니기만 해도 갈등이 생기기 일쑤였고 아주 작은 잘못들도 부풀려 지적받았다. 박천응대표는 “누군가의 잘잘못을 따지는 것은 이 시점에서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이어서 “여러 생각 끝에 공동의 이슈를 함께 고민하고 해결하는 과정이 그들의 갈등을 풀어줄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회상했다.

그는 “당시 쓰레기 종량제 봉투 사용이 대중적으로 잘 지켜지지 않은 시점이었다. 쓰레기 처리 문제는 원곡동 원주민들과 이주민들이 함께 해결해야할 마을의 갈등 과제였다”며 “한 달에 두어 번 마을의 주민들과 이주민노동자들이 함께 마을을 청소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시작했다”고 언급했다.

결과적으로 원곡동 원주민들에게 변화가 일어났다. 이주노동자들에게 흘낏거리는 눈빛을 보내던 마을 주민들은 함께 일을 해결하는 과정 속에서 그들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어디서 왔는지, 이름은 무엇인지, 밥은 먹었는지 등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통해 갈등문제가 해결되며 그들은 서로를 이해하게 됐다. 대한민국 최초로 이주노동자들이 마을회의에 참여하게 됐고 여론주도층은 마을의 어른 역할을 하게 되며 나중에 이르러서는 이주노동자들의 불이익에 발 벗고 나서서 돕기도 했다.

박천응 대표(사진=김지윤 기자)

박천응 대표는 “다양한 문화가 조화를 이뤄낼 때 그것은 보물과도 같은 효과를 낸다”며 “다문화사회의 꽃은 지역 다문화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안산지역 전통문화의 명맥 유지 중요성에 대해 설파하고 이어서 방치 된 소중한 지역 문화들에 대해 안타까운 입장을 밝힌 그는 “다양한 나라의 이주민들이 지역 주민들과 조화를 이뤄가며 전통문화의 유지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이주문화를 형성하고 싶다”고 피력했다.

다문화의 역사를 녹여 낸 국경없는마을에 대해 박천응 대표는 “지역경제에 필요한 부분에 대해 고려하며 이주민의 인권을 보장할 수 있는 활동과 교육에 대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