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가치 재조명 ‘정동貞洞, 그리고 대한제국13’

▲대한제국의 길(Korean Empire Trail) 역사탐방로

자주독립 근대국가로 나아가고자 했던 19세기 대한제국의 역사가 덕수궁과 정동길을 중심으로, 서울시청 서소문청사, 옛 국세청 별관부지 인근을 아울러 120여년 만에 부활한다.

덕수궁과 정동은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근대 한국의 역사를 간직한 원공간이다.

개항 후 덕수궁 뒤편으로 각국 공사관이 들어서면서 외교타운이 됐고, 서양의 선교사들에 의해 교회, 병원, 근대식 교육기관이 세워지면서 근대화의 선도적 역할을 했지만 오늘날 정동하면 덕수궁 돌담길로 기억되는 정도다. 정동의 역사자원도 대중의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영국과 러시아 공사관, 정동제일교회, 성공회성당, 배재학당, 이화학당, 그리고 이대병원의 전신인 보구여관 등이 바로 대한제국 시기에 정동에 자리를 잡았다.

서울시는 대한제국이 선포됐던 1897년 그날인 10월 12일 ①역사재생 ②역사명소 ③역사보전, 3대 전략으로 구성된 ‘정동貞洞, 그리고 대한제국13’을 발표했다.

정동 일대의 역사‧문화를 점검, 종합재생하고 보행길을 통해 명소화하며, 나아가 자원과 장소성을 보전해 현세대 및 미래세대와 공유하기 위한 구체적인 계획이다.

역사재생전략의 핵심은 새로운 거점 공간 2곳(▴서소문청사 ▴옛 국세청 별관부지)을 신설하고, 이 거점과 기존의 다양한 역사문화자원들을 연결한 5개 코스, 2.6km의 역사탐방로 대한제국의 길(Korean Empire Trail)을 조성하는 것이다.

대한제국의 길은 대한제국 시대 외교타운을 이뤘던 구 러시아공사관, 영국대사관을 비롯해 정동교회, 성공회 성당, 환구단 등 정동 일대 역사문화명소 20여 개소를 아우른다.

서울시청 서소문청사는 시민에게 열린 새로운 경관거점이 된다. 현재 13층에 있는 전망대를 15층으로 이전하고 옥상과 연결, 덕수궁과 정동 일대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광무전망대를 설치한다. 또한 1층에서 전망대로 바로 연결되는 전용 엘리베이터를 설치해 이용편의를 높인다.

옛 국세청 별관부지는 오는 18년 6월 ‘세종대로 역사문화 특화공간'(연면적 2,899㎡)으로 거듭난다.

지상에는 비움을 통한 원풍경 회복이라는 취지로 덕수궁, 성공회성당 등 주변시설과 조화를 이루는 탁 트인 역사문화광장이 조성된다.

지하에는 서울도시건축박물관이 들어서며, 지하보행로를 통해 시청역, 시민청과 바로 연결된다. 이와 관련해 시는 12일(수) 착공식을 열고 본격 조성에 들어간다.

옛 국세청 별관부지는 영친왕의 생모인 순헌황귀비의 사당이었던 덕안궁으로 사용되다 1937년 일제가 조선총독부 체신국 청사(당시 ‘조선체신사업회관’)를 건립하면서 덕수궁, 성공회성당과 서울광장을 연결하는 경관축이 막히게 됐다. 시는 이번 조성사업을 통해 역사적 장소성과 경관을 회복한다는 계획이다.

지하부는 ’17년 9월~11월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Seoul Biennale of Architecture and Urbanism, SIBAU)’ 공간으로 사용하다가 ’18년 6월 준공되면 ‘서울도시건축박물관’으로 활용할 계획이다.역사명소전략은 ▴대한제국 역사 재현 ▴10월은 정동의 달 축제 ▴야간경관 관광자원화 등으로 추진된다.

정동 일대 주민, 학교, 기업, 종교단체 등 30여 개 지역 주체들이 참여하는 지역협의체가 중심이 되어 공공과 함께 실행해나간다.

역사보전전략은 대한제국의 역사성을 회복하고 정동만이 가진 풍경을 지켜나가기 위한 것이다.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통해 옛 덕수궁역과 옛길 등 역사적 가치가 있는 가로와 필지선을 보전하고, 미래유산, 근현대 건축자산을 발굴해 ‘통합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적용, 정동의 역사경관을 관리한다.

또한 역대 임금의 초상화를 모신 곳이자 궁궐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전각이지만 조선총독부에 의해 해체됐던 덕수궁 선원전에 대한 복원사업과 대한제국의 탄생을 알린 환구단 정비사업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시는 추진 주체인 문화재청, 중구청과 연계해 지원하기로 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오늘은 그동안 잊혔던 대한제국 역사의 재조명을 통해 정동의 활성화를 위한 첫걸음을 내딛은 날”이라며, “대한제국의 역사는 ‘대한’이라는 국호, ‘국민’이라는 지위, ‘국민주권국가’를 태동시킨 개혁의 역사로, 오늘을 계기로 대한제국의 역사를 돌아보고 국권회복과 국민권력시대를 향한 대한민국의 갈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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