빠른 속도보다는 바른 방향을 위한 시간, 갭이어 [문화이뉴]

교육기관에 들어가서 교육받기 시작하면 방학이라는 쉬는 기간이 주어진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방학을 지났을까? 경기불황과 경쟁과열 등의 여러 가지 요인으로 인해서 취업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사람들은 지쳐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우리나라 직장인과 학생을 비롯한 청년층에서 쉬는 기간을 갖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그 기간을 갭 이어라고 부른다.

갭이어(Gap year)는 영국에서 시작된 것으로 대학교 진학을 앞둔 학생들이 봉사활동이나 인턴십, 여행과 워킹 홀리데이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의 흥미와 적성 그리고 더 나아가 진로를 탐색하고 발전시키는 기간을 갖는 것을 말한다.

가끔은 잠시 멈춰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진= 픽사베이)

하지만 근래에 이르러 매진하던 학업이나 다니던 직장생활을 잠시 중단하고 여행이나 봉사 활동 등 다양한 활동과 체험을 하며 자아 성찰의 시간을 보내는 기간을 갖는 의미로도 통한다. 이러한 갭이어는 최근 치열한 경쟁을 뚫고 입사하여 자신을 돌아볼 시간 없이 바쁘게 회사생활을 하다가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찾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20~30대 갭이어족이 점차 늘어나면서 우리나라에도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전 미국 대통령 버락 오바마의 딸인 말리아 오바마도 하버드 대학교 진학을 1년 미루고 갭이어의 기간을 갖기로 선택했고 유명 영화배우 엠마 왓슨도 갭이어의 기간을 가졌다. 말리아 오바마와 엠마 왓슨의 선택에 영미권 사회에서 갭이어가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는 의견이 많아졌다. 미국 CBS 방송에서는 재작년 고교 졸업자 약 3만 명이 갭이어를 선택했으며 이는 2011년보다 2배나 증가한 수치라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미국 최고 명문대로 불리는 하버드 대학교를 필두로 유명 대학에서 학생들에게 갭이어를 장려하고 있는 것이 사회현상이다. 하버드 대학교는 ‘입학 허가를 받은 예비 학생들이 등록을 미루고 1년 동안 여행 또는 특별한 활동 등을 하거나 다른 방식으로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길 권장한다’며 매년 100여 명이 넘는 학생들이 입학을 연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이러한 갭이어를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바쁜 일상으로부터의 휴식과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서이다. 1분 1초를 쪼개며 바쁘게 살아온 청년들에게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지친 몸과 마음의 휴식과 안정 그리고 새로운 경험이다. 취업과 업무, 학업에 쫓기며 앞만 보고 달려가던 삶에서 잠시 업무와 학업을 멈추고 자신에게 휴식이라는 선물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갭이어 기간 동안 휴식하면서 새로운 경험도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기주의가 아닌 자신에 대한 사랑과 이해를 원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자신의 식견과 견문을 넓힐 기회로 삼기 위해서도 갭이어를 선택한다. 새로운 환경을 접하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지금까지 자신이 경험하지 못했던 세상을 경험하고 새로운 인간관계를 접하며 견문을 넓힐 수 있다. 그냥 잠시 휴식하는 기간 같은 갭이어가 학업 성취도 향상에 기여한다는 연구 결과는 놀라운 점이다. 갭이어를 활용한 학생들의 평균 학점이 그렇지 않은 학생보다 높았다고 하는 결과가 있다. 갭이어 기간 동안의 경험이 학업 성취도의 동기와 높은 학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최근 많은 청년 층이 추구하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하는 시간이 갭이어를 선택하는 이유가 된다. 갭 이어 기간동안 자신이 어떤 것을 하고 싶은지, 잘할 수 있는지 많은 학생과 청년들이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지 않을까 (사진= 픽사베이)

우리나라는 빠르게 빠르게를 강조하며 방향보다는 속도에 중점을 둔 채 발전했고, 사람들은 속도에 맞춰 살아왔다. 속도보다는 방향이 중요하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갭이어를 통해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고 앞으로 삶의 방향을 잡고 조정하는 시간으로 활용한다면 그냥 쉬는 시간이 아니라 더 큰 도약을 위한 도움닫기의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