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의 의미를 다시 새기다

꽤나 오래 전 이야기지만, 루이비통의 스피디백을 너나 할 것 없이 들고 다녀 일명 ‘국민백’으로 불리던 때가 있었다. 그 중에는 가품을 든 사람도 있었을 것이고 물론 진품을 든 사람도 있었을 테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이 얼마나 유행에 집착하고 다른 이의 시선을 의식하는지 단적으로 보여준 좋은 예였다. 이렇듯 유독 유행과 브랜드에 민감한 국내 시장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내민 부티크 핸드백 ‘아임봄’의 임봄 대표를 만났다. 그녀와의 인터뷰를 통해 과연 진정한 명품은 무엇이고 명품의 가치는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길 바란다.

우선 부티크 핸드백이란 무엇인지 정의를 내려달다.
부티크 핸드백은 공장이나 다른 곳에 디자인을 주고 하청을 맡겨 제작하는 것이 아닌 인하우스로 자체적인 공방과 장인이 상주하고 있으면서 부티크 내에서 직접 만들고 판매하는 핸드백을 의미한다. 샤넬, 에르메스 같은 명품 브랜드들도 과거에는 작은 부티크에서 제품을 소량 생산해내는 것으로부터 출발했다. 명품백을 좋아하다가 식상해진 분들이 찾는 다음 단계가 부티크 핸드백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이곳에는 자제 공방이 있다는 건가?
같은 건물 지하에 공방이 있다. 그곳에서 30년 이상 경력의 장인들이 모든 과정을 수제로 하여 가방을 제작한다. 우리나라 장인들의 기술은 세계적으로 최고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에서는 그만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더라. 우리나라에서는 유럽 장인이 만든 명품이 굉장히 인기가 있지만 손기술에 있어서는 한국 장인이 더 낫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원래 가방과 관련된 일을 해왔던 건가?
비즈니스를 전공하고 소위 말하는 명품 화장품의 브랜드 매니저로 일했었다. 어린 시절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고, 대부분의 여자들이 그러하듯이 나 또한 가방을 정말 좋아한다. 그래서 명품백도 많이 구입을 했는데, 어느 순간 질렸다고 해야 할까. 누구나 다 살 수 있는 가방이 아닌 나만의 가방을 직접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에는 아카데미를 찾아봤다. 그런데 그곳에서 가르치고 만드는 가방도 명품백을 따라 하는 정도였다. 내가 원하는 바와 전혀 맞지 않아서 그때부터 국내의 내로라하는 가방 장인들을 찾아다니게 된 것이다.

본인이 들고 다니고 싶은 가방을 만들다가 부티크를 하게 됐다는 건가?
맞다. 국내에서 충분한 기술을 가지고도 오로지 비싼 해외 명품만 최고라고 생각하는 풍조가 안타까웠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해외 명품은 수입되는 과정에서 붙는 관세, 유통 마진, 광고비 등으로 인해 중간에 거품이 많은 상태다. 합리적인 가격의 우리나라 명품이 있다면 굳이 값비싼 해외 명품이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일본만 보더라도 장인들에 대한 대우가 굉장하다. 일본인들도 해외 명품을 굉장히 좋아하지만 자국 브랜드도 인기가 마노다. ‘꼼므데가르송’이나 ‘겐조’ 같이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일본 브랜드들도 그 덕분에 생겨났다고 본다. 우리도 그런 브랜드가 생겨나야 하지 않겠는가 하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고객층은 어떤가? 예상한 만큼의 호응을 얻고 있나?
반응은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훨씬 좋다. 나처럼 명품에 식상해진 사람들이 분명 있을 거라 생각해서 처음에는 그들을 주 고객층으로 삼았는데, 의외로 전혀 명품에 관심이 없던 사람이 아임봄 핸드백을 구입하는 걸 보며 내가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은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고객층은 연령대와는 관계없이 시각적인 발달이 남다른 분들이 우리 아임봄 핸드백을 선호하시는 것 같다. 예술계, 특히 미술계 종사하시는 분들이 많고 개성이 강하고 자아가 뚜렷한 분들이 많다.

아임봄의 핸드백을 명품이라고 자부하는 근거는 무엇인가?
가죽 원단, 실, 지퍼 등 모든 재료를 세계 최고의 제품만 사용한다. 그 재료를 가지고 우리나라 최고의 장인들이 말 그대로 한 땀 한 땀 수작업으로 가방을 제작한다. 제작하는 기간만 평균적으로 일주일이 걸리고, 항상 같은 원단을 구입하는 게 아니다 보니 어느 하나 똑같은 제품이 없다. 같은 디자인이더라도 어떤 재료를 사용했느냐에 따라 디테일이 달라진다. 제품 모두가 한정판인 셈이다.

그 외에도 아임봄 핸드백만의 장점이 무엇인가?
가방 모양의 틀을 잡아주기 위해 보강제라는 것을 사용하는데, 우리는 독일산 최고의 보강제를 사용한다. 해외 유명 명품백에도 이 보강제를 사용하는 곳이 거의 없을 정도로 고가의 제품이지만, 아임봄의 핸드백은 시간이 지나도 가방이 늘어지거나 모양의 변형되는 일이 없게 만들고 싶었다. 나중에 딸이나 며느리에게 대를 물려 줄 수 있을 정도로 디자인과 내구성 모두 좋은 가방을 만들자는 게 철학이다. 사실 이런 부분은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궁금해 하지도 않지만 진짜 명품을 만들고 싶은 내 자존심이기도 하다.

디자인은 본인이 직접 하고 있나?
내가 디자인하기도 하지만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분이 계신다. 원래는 패션 디자인을 하던 분이라 의상에 쓰이는 디자인을 핸드백에 접목시켜서 굉장히 유니크하고 개성 있는 디자인이 많다. 우리는 일부러라도 시장조사를 하거나 다른 브랜드 핸드백을 보지 않는다. 우리가 봤던 디자인이 은연중에라도 반영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만큼 아임봄의 핸드백은 유행을 초월한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디자인을 추구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브랜드에 민감하지 않은가.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 하더라도 국산에 더군다나 잘 알려지지 않은 브랜드 핸드백을 판다는 게 결코 만만할 것 같지 않다.
우리 가방을 보고 맘에 들어 했다가도 다른 사람이 든 걸 본 적이 없다는 이유로 주저하는 분도 계셨다. 그만큼 인기나 유행에 집착하는 경향이 있어서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인식이 많이 개선된 것 같다. 물론 시간은 걸리겠지만 가능성이 많이 있다. 우리나라도 일본처럼 자국 브랜드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고 있고, 지금은 명품백의 희소성이 많이 떨어졌기 때문에 흔한 명품에 질린 분들, 희소가치를 알아봐주는 분들이 많이 오신다.

판매는 이곳 부티크에서만 하고 있는 건가?
아직은 그렇다. 백화점이나 면세점 등에서 입점 제의를 많이 하고 있는데 그곳에 입점하게 되면 유통 마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렇게 되면 그건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갈 것을 알기에, 최고의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판매하고자 했던 나의 취지와는 거리가 멀어서 정중히 사양했다. 홰외에서 바이어들도 미팅을 제안하고 있는데, 해외에 부티크를 열고 판매하는 것도 좋겠지만 우선은 국내에서 널리 인정받고 싶다.

이 사업을 하면서 어떤 바람을 가지고 있는가?
내가 사업가의 마인드는 별로 없다.(웃음) 돈을 벌고자 했으면 오히려 이 디자인으로 외국 공방에 맡겨 ‘Made in Italy’를 달고 나오는 편이 나았을 거다. 내 바람은 우리나라가 디자인 자주국으로 우뚝 섰으면 하는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해외 명품을 선호해 거액을 지출하고, 진품을 못 사면 가품이라도 가지려고 하는 모습이 너무 안타깝다. 우리의 기술력과 디자인에 퀄리티는 해외 명품 버금가는 제품을 만들어 국내에서 사랑을 받게 되면 자연스레 외국에서도 우리나라 브랜드에 관심을 갖고 찾게 될 것 같다. 그리 되면 우리나라도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가 생기는 것 아닌가. 그런 날을 꿈꾸며 열심히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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