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밤을 특별하게 바꾸는 앱

대학 졸업 후 법학전문대학원 진학을 앞둔 한 여학생이 친구들을 모아 해운대로 여행을 갔다. 앞으로 고생길이 훤한데 그전에 대학 동기들끼리 친목이라도 다져보자는 심산이었다. 당일 여행으로 계획했던 모임은 막상 1박을 해야 할 정도로 쏜살같이 지나갔다. 여인은 호텔을 예약하려고 전화를 붙잡았다. 하지만 족족 들려오는 목소리는 “방이 없다”는 것이었다. 그날 방구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줄 몰랐다. 결국, 이 무리는 호텔이 아닌 모텔에서 몸을 뉘어야만 했다.

▲호텔 나우 김가영 대표

당시 막막했던 경험을 술회한 여인은 호텔 나우의 김가영 대표다. 김 대표는 그날 예약의 불편함을 많은 사람이 동일하게 느꼈을 거라 판단했다. 여기서 숙박 예약의 대표 앱으로 꼽히는 호텔 나우의 시드 아이디어를 얻었다. 호텔의 당일 예약은 오전 9시부터 그날 점심조차 먹기 전인 오후 12시에 마감된다. 대부분 저녁에 결정되는 충동적인 숙박은 기회조차 없었던 셈이다. 이에 김 대표는 오전 9시부터 무려 다음 날 새벽 2시까지 그날 예약의 범위를 넓힌 모바일 앱을 개발했다.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이 페인 킬러 서비스는 김 대표의 생각대로 큰 호응을 이끌어 냈다. 호텔 나우는 지난 2013년 10월 개시 이래 6만방 이상을 판매했고 현재 가입자는 30만명을 넘어섰다. 또한, KBS의 《황금의 펜타곤》에 방영돼 네이버 검색 1위를 달성했다. 전문가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로스쿨과 바꾼 하룻밤

해운대 여행의 동행인들은 서강대에서 우정을 쌓은 5명의 친구였다. 김 대표는 그날 예약의 불편을 해소하고자 돌연 로스쿨 진학을 포기하고 잠실에 사무실을 얻었다. 친구들도 하나 둘 대표의 설득을 이길 수 없어 함께 잠실에 둥지를 틀었다. 모인 5명의 친구는 밤새 머리를 싸매며 아이디어를 발전시켰다. 각고의 노력 끝에 지난 2013년 5월 호텔 나우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동년 6월에 앱 출시를 예정했다. 하지만 아웃소싱으로 개발했던 앱이 차질을 빚어 갑자기 나올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타임라인 상으론 6월에 내놓았어야 했는데 앱 개발자가 없었던 회사가 난관에 부딪힌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리 뿌려진 보도자료를 대기업들이 보고 유사한 아이템으로 이름조차 비슷한 앱들을 내놓았다. 막막해진 회사는 사업을 접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김 대표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 결국, 10월에 호텔 나우 앱을 출시하고 정상궤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스타트업을 취재하는 기자의 추천으로 KBS의 《황금의 펜타곤》에 방영됐던 벤처창업경진대회에 출현했다. 4회차 대회에 심사위원 5명 모두의 선택을 받아 만장일치 우승을 차지했다. 명확한 네이밍으로 브랜드 가치가 상당히 높고 모바일 플랫폼 아이디어는 획기적이라는 평을 받았다. 호텔 나우는 실시간 네이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모바일 온리, 호텔 나우

지난 2014년 구글의 에릭 슈밋 회장은 4년 전 언급했던 “모바일 퍼스트”는 옛말이라며 “모바일 온리” 시대가 올 것으로 전망했다. 다가올 시대는 모바일이 우선인 정도가 아니라 오직 모바일로 결정될 것이란 말이다. 호텔 나우는 웹이 아닌 모바일 앱에 최적화됐다. 번거로운 웹의 예약 과정을 단 3번의 터치로 줄였다. 보통 호텔 웹에 객설 설명은 대부분 텍스트로만 이뤄져 있지만 호텔 나우는 각 호텔과의 협약을 통해 텍스트는 물론 국내 유일의 세로뷰 상세 이미지까지 함께 제공한다. 그 뿐만 아니라 어디서든 찾아볼 수 있는 모바일 앱의 장점은 소위 ‘땡처리’에도 적합하게 통했다. 임박한 상품을 의미하는 라스트 미닛(땡처리)으로 불리는 이 시장은 즉흥적인 고객에겐 더할 나위 없는 수단이다. 충동적으로 방을 찾는 그날 예약은 웹보다는 앱에서 접근이 더 용이한 것이다. 또한, 모바일에는 이전 가격정보가 남지 않는다. 웹에는 소셜 커머스를 통해 판매된 가격이 기록으로 남아 이후 가격 설정에 영향을 주지만 모바일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호텔 나우

일상으로부터의 탈출

숙박 예약은 판매를 못 해도 재고가 남지 않는 휘발성 자본이다. 오늘 당장 판매되지 못한 방은 이후에 조금이라도 이익을 주지 못한다는 말이다. 숙박 업계에 이는 골칫거리 중 하나였다. 기존 호텔은 오후 12시가 넘으면 다음날에 들어가는 방을 팔았다. 12시가 지나면 그날 남은 방은 온라인 예약이 마감됐기 때문에 걸어오는 고객이라는 낮은 확률의 채널밖에 없었던 것이다.

김 대표는 어차피 버려지는 객실을 두고 볼 수 없어서 직접 호텔을 찾아다니며 설득했다. 실제로 회사 출장, 원거리 연애 등의 이유로 저녁 시간에 예약하는 경우는 부지기수다. 이런 사례들을 알고 있는 호텔들도 결국 김 대표의 생각대로 다음날 새벽 2시까지 그날 예약을 받게 됐다.

호텔이라고 하면 문턱이 높아 비싼 곳으로 생각하는 것이 일반이다. 하지만 사실 호텔은 생각 외로 가격 부담이 그렇게 크지 않다. 김 대표는 많은 분이 호텔 이용 경험이 없다는 사실에 이를 어떻게 확대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호텔 나우는 부가세까지 포함된 가격을 명확히 제시한다. 이 가격은 그날 예약의 임박한 상품이기 때문에 상당히 저렴하다. 결과적으로 그녀의 고민은 그냥 지나갈 수 있는 밤을 큰 부담 없이 보낼 수 있는 특별한 오늘밤으로 바꿨다.

직원들이 퇴근한 저녁 시간엔 김 대표와 공동창업자들이 돌아가며 직접 고객 서비스 응대를 한다. 새벽까지 받곤 하는 전화에 한번은 어떤 고객이 비행기가 결항돼 방을 잡아야 한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바로 공항 근처의 괜찮은 레지던스를 저렴하게 잡아줬다. 이후에 정말 고맙다고 인사를 받았는데 그게 그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고 회상한다. 고객의 접점에서 새벽까지 전화를 받는 김가영 대표는 유저들과 소통하는 현장감에서 보람을 많이 느낀다. 모바일 앱 호텔 나우는 안드로이드와 아이폰 모두에서 검색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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