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망이론으로 보는 현재와 미래

현재와 미래의 가치는 얼마나 차이가 날까? 우리는 미래의 가치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많은 정보를 취합해서 돈과 시간을 투자하며 미래에 더 큰 가치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선택을 내린다. 현재에 가치를 더 크게 볼지, 혹은 미래의 가치를 더 크게 볼지.

미래를 볼 수 있다면 우리의 선택은 어떻게 바뀔까? (사진= 픽사베이)

만약 다음과 같은 제안을 받았다면 어떻게 하겠는가? 지금 당장의 10만원과 미래시점에서의 좀 더 많은 금액 중에서 하나를 택하라면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지금 당장 얻을 수 있는 돈을 선호할 것이다. 부득이하게 시간이 경과한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 기꺼이 받으려면 적어도 현재의 금액보다는 많아야 할 것이다.

1981년 행동경제학자로 유명한 리처드 탈러(Richard Thaler)는 실험을 통해 ‘과연 사람들이 미래에 얼마나 더 많은 금액을 원하는지?’에 대한 실험을 했는데, 실험내용을 적용시키면 이렇다. 현재의 10만원과 비교해서 1달 후, 더 나아가 1년 후, 그리고 10년 후라고 했을 때 그에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금액을 조사한 결과, 1개월 후에는 지금 당장보다 대략 3만원 많은 13만원을 평균적으로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1년 후에는 35만원, 10년 후에는 70만원 정도를 생각하고 있었다. 즉 10년 후까지 기다리려면 원금에 이자를 더한 후 혹시 모를 위험할증까지 포함하여 대략 70만원쯤으로 여긴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의 선택은 현재를 미래보다 더 가치 있게 평가하고 있어, 미래의 가치를 선택하려면 현재보다 더 높은 가치가 보장되어야만 가능하다는 얘기다. 왜일까? 지금 당장 내 손에 10만원을 가지고 있어야만 할 정도로 시급을 다툴 만큼 필요하기 때문일까? 아니면 내 성격이 단 하루를 못 참을 정도로 성미가 불같기 때문일까? 분명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는 성향에는 차이가 존재하기에 특정지어 단언하기 힘들지만, ‘미래 할인’에 대해 보여주는 공통점이 존재한다. 이는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에 대한 믿음이다. 당장 내일 혹은 한 달 후의 일을 장담할 수 없기에, 지금 즉시 가짐으로써 나중에 잃을지도 모르는 위험을 회피하려는 의도를 반영하고 있다.

현재와 미래의 가치를 저울질한다면 어느쪽으로 기울게 될까? (사진= 픽사베이)

이런 회피성향은 인간의 삶 속에서 충분히 살펴볼 수 있다. 음식의 보관이 용이하지 않던 시절부터 우리는 생존을 위해서 수렵과 채집을 하고 농사를 지었다. 농경사회의 발전에 따라 식량 공급이 안정되어갔지만, 냉장고나 통조림 등 음식 보관이 용이해지기까지 사람들은 눈앞에 보이는 식량이 생존에 직결된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살아왔다.

한편, 우리는 비록 보장되지 않은 ‘미래’의 가치를 위해서라도 기꺼이 ‘현재’의 즐거움을 양보하거나 떨쳐버릴 수도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현시점에서 가질 수 있는 달콤한 보상을 미래시점으로 기꺼이 유보시킬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당장의 달콤한 만족을 미래로 지연시키기 위해서는, 그것도 불확실한 미래로 연기시키기 위해서는 감정적 충돌을 억누를 수 있는 합리적이면서도 지극히 인지적인 판단능력이 필요하다.

책 ‘마시멜로 이야기’를 보면 주인공이 먹고싶은 마시멜로를 먹지 않고 참음으로써 마시멜로를 더 얻는다는 이야기에 교훈을 얻어 자신의 욕구를 절제하며 조절하는 훈련을 한다. 그러면서 미래 가치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고 현재에 투자하며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는 눈에 보이는 달콤함 앞에서 미래를 위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사진= 픽사베이)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인해 현재보다 미래가치를 할인하려는 미래할인효과는 곧바로 손실회피성향(lossaversion)으로 나타난다. 손실회피성향이란 동일한 크기의 기대손익일지라도 이익에 따른 기쁨보다 손실에 따른 괴로움을 더 강하게 느끼는 심리다.

행동경제학자인 다니엘 카너먼(Daniel Kahneman)과 그 동료인 아모스 트버스키(Amos Tversky)에 따르면, 100만원을 잃을 확률과 100만원을 딸 확률이 엇비슷한 룰렛게임에 사람들이 기꺼이 참여하기 어려운 이유는 동일한 금액에 대해 손실 쪽을 더 크게 평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들은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을 통해 의사결정자가 취하는 손실회피란 선택대안을 준거점과 비교하여 불리할 경우 손실(loss)로, 유리할 경우 이득(gain)으로 평가하기 때문에, 가치함수가 이득보다는 손실 부분에서 더 가파를 뿐만 아니라 이득보다 이에 상응하는 손실이 과대평가됨을 보여주었다.

전망 이론(prospect theory)*:사람들이 이득보다 손해에 더 민감하고, 이득과 손해는 참조점을 기준으로 평가되며, 이득과 손해 모두 효용이 체감적인 관계를 갖는 것으로 가정하는 이론

손실을 회피하려는 사람들의 성향은 반대로 미래에 볼 이득을 갈구하게 만든다. 이러한 심리를 이용하여 기업들은 한정판 마케팅을 하며 미래가치에 대한 사람들의 욕구를 자극한다. 기간 한정과 수량 한정은 비슷한 맥락으로 이어지고 지금보다 더 나은 미래가치를 향하게 만들며 그 효과는 유사제품 구매로까지 이어진다.

우리는 한 치 앞을 모르는 삶을 살고있다. 그렇다고 눈앞에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며, 분명히 알 수 없는 미래를 맞이할 것이다. 선택의 기로 앞에서 우리는 지금을 위한 휴식을 선택할 수도, 내일을 위한 노력을 선택할 수도, 혹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다. 오늘을 선택하기에도 힘든 누군가에게 내일은 너무 먼 얘기일지도 모르지만 오늘을 살고있는 우리에게 내일은 불가피한 오늘로 다가올 것이다. 그 때 우리의 저울은 현재와 미래중에 어느쪽에 가치를 두게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