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다가가려면 더 드려야 한다

우리나라 외식사업에서 ‘덤’은 밑지는 전략이지만 성공 열쇠이기도 하다. 과감한 서비스가 평준화된 외식 시장에서 남다른 차별화를 만드는 키(key)가 된다. 직장인의 회식 자리에서 빠질 수 없는 고기 메뉴가 늘고 있다. 일본식 불고기 야키니쿠와 와규 전문점으로 알려진 호박식당 신설동점에는 달콤한 고기 맛에 이색 서비스까지 더해지면서 이 지역 명소로 자리매김할 준비를 하고 있다.

▲김일중 점장

기다리는 문화 만들고 싶다

(주)호박패밀리 신설동점 김일중 점장은 한남동 호박식당 점장을 지낸 경험을 바탕으로 신설동에 과감한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일평균 매출 300만 원을 목표로 지난 8월 이곳에 문을 연 김일중 점장은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새로운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손님들이 기다리시는 것도 즐길 수 있었으면 한다. 맛있는 음식을 먹기 위해 기다리는 일이 짜증 나거나 불편한 일이 된다면 음식을 내놓는 우리 마음도 편하지 않을 것이다.”

김일중 점장은 여름부터 시작한 장사에 문 밖에서 기다리는 손님을 신경 써야 했다. 시원한 자양강장제나 음료 등으로 대기하는 손님의 체온을 식혀주는 서비스부터 시작한 것이다. 서비스로 시작해서 서비스로 끝나는 일련의 ‘김일중 서비스 정책’은 입구부터 화장실까지 그의 아이디어가 닿지 않은 곳이 없다.

▲저녁시간이 되면 손님들로 가득한 식당 모습(위), 대기하는 손님들(가운데), 김일중 점장이 대기 손님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목록을 보이며 환하게 웃고 있다(아래)

문 밖에서 기다리는 대기 시간이 15분을 넘으면 야키니쿠 1인분 서비스, 30분이 넘으면 육회 한 접시를 과감하게 내놓는 ‘서비스’가 개점 3개월 만에 이곳을 ‘인심’좋은 가게로 인식시켰다. 일본식 고기 집이라 덤에 인색할 거라는 편견은 취재 기자에게만 되풀이되는 질문이었다. 계산하기 전 식후 양치질로 이곳의 끝장 서비스는 상쾌하게 마무리된다.

“야키니쿠나 와규가 대중화 됐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다른 고기 집과 차별화되는 무엇이 있어야만 한다. 차별화의 중심에는 손님이 있어야 하고, 손님은 새로운 것을 원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야키니쿠, 와규, 그 맛은 이런 맛이다

일명 재일 동포 고기로 불리는 야키니쿠는 일본에 전해진 우리나라 불고기라는 설이 가장 큰 설득력을 가진다. 야키니쿠의 유래를 따라가면 애잔한 재일 동포들의 삶이 느껴지기도 하는데, 일본 거리에서 야키니쿠(焼肉, やきにく)라고 적힌 식당 간판을 보면 재일 동포가 하는 식당이라고 추측해도 무리는 아니라고 한다. 음식 장사밖에는 일본 땅에서 정착할 방법이 없었던 한국인에게 야키니쿠는 어떤 의미에서 정착과 성공의 단어인지도 모른다.

김일중 점장도 야키니쿠가 정착과 성공의 의미로 다가왔다고 했다. 창업을 꿈꾸고 성공을 향해 도전하는 사람들이 외식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김일중 점장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에게 야키니쿠는 새로운 도전이었고, 미래의 자기 자신이었다.

▲즉석에서 특재 소스에 버무린 안창살, 야키니쿠(왼쪽), 숯불에 구운 야키니쿠를 특재 소스에 찍어먹는다(오른쪽)

호박식당에서 판매하는 야키니쿠는 소 안창살에 과일로 만든 특재 소스를 즉석에서 버무려 숯불에 구워 먹는다. 이때 이곳만의 특별한 소스에 고기를 찍어 먹는데, 달콤한 맛이 입안에 감돈다. 그에 반해 와규는 등심과 꽃살 부위를 숯불에 그대로 구워 육즙이 살아있고 고소한 맛이 난다. 김일중 점장은 야키니쿠와 와규 맛이 성공을 부르는 맛이라는 것을 입으로도 경험했고, 눈으로도 경험했다.

남아서 드리는 게 아니다. 드려서 남는 거다

“치열한 외식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끊임없이 독창성을 추구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야키니쿠와 와규는 대중성을 갖추면서도 독창성을 갖는 메뉴가 아닌가 생각한다. 또한 우리 정서를 반영한 서비스 정책이 맛있는 음식과 함께 손님들에게 전해진다면 성공은 노력한 자의 품에 안길 것이라고 확신한다.”

김일중 점장은 이곳의 서비스 철학을 ‘남아서 드리는 게 아니라 드려서 남는 것’이라고 전하며 기자 앞에서 호탕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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