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 사회의 씁쓸한 자화상

우리 사회에 인맥이 끼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흔히들 혈연 지연 학연 등으로 인맥 사회에 모습을 띠는 우리 사회의 모습을 꼬집곤 한다. 하지만 최근 일어난 대통령과 한 사람의 국정농단으로 인맥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부정적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수긍하게 되는 여파를 낳았다.

그 여파로 인해서 최근 20~30대 청년층에서는 인맥을 넓히기 위한 인맥 동아리와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다. 인터넷 동호회나 동아리부터 각종 친목 모임을 통해서 인맥을 넓히려는 목적으로 많은 모임이 이루어지는 추세다. SNS를 비롯한 각종 포털 사이트의 카페를 활용하여 모임이 이루어진다.

최근 인맥을 쌓으려는 20~30대 청년층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인맥 동아리는 여행이나 스포츠, 게임 등 같은 공통 관심사로 뭉치는 기존 동호회와는 성격이 다르다. 아무런 공통점은 없지만 모임에 참여한 사람들끼리 만나 평소에 들어보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으며 견문을 넓히고, 서로에게 필요한 인맥이 돼주자는 취지로 모임이 이루어진다.

인맥 동아리는 소셜미디어(SNS)나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소식을 주고받고 가끔 오프라인 모임을 갖는데 아직까지는 회원 가입이나 탈퇴 절차가 까다롭지 않고 따로 없는 게 대부분이다. 필요하면 참석하고, 그렇지 않으면 안 나와도 그만이라는 식으로 모임이 이루어지고 있다. 오프라인 모임은 주로 세미나실이 제공되는 카페 같은 곳에 모여 명함을 주고받은 뒤 2~3시간 동안 특별한 주제 없이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며 진행된다.

심지어 인터넷 커뮤니티에 각자 명함을 올려놓은 뒤 서로 원하는 사람끼리만 연락해서 만나는 모임도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보다는 서로의 필요 때문에 만나기에 가능한 부분이다. 일부 동아리는 의사·법조인 같은 전문직 중심의 직종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 별도 모임을 주선하기도 한다.

페이스북과 같은 SNS를 통해서 인맥을 넓히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페이스북과 포털 카페 등 소셜미디어에는 인맥을 키워드로 하는 모임이 100여 개가 넘게 이루어지고 있다. 일부 모임은 회원 수가 수만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가 있다.

인맥 동아리 회원은 회사원이나 공무원, 취업 준비생과 대학생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포진해 있다. 가입 목적은 회원별로 다양하지만, 회원 대부분 “인맥이 최고의 스펙”이라는 의견이다. 고시를 준비하느라 친구 사귈 기회가 적었다는 한 30대 회계사는 인맥을 통해 일자리를 얻는 경우를 봤다며, 이제라도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하는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중에는 인맥 동아리에서 만난 대기업 직원으로부터 자기소개서 첨삭 지도를 받은 뒤 해당 기업 서류 전형에 합격했다는 글을 남기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혼자 노력하며 스펙을 쌓는 것보다도 인맥을 통한 정보습득과 안내로 취업 문턱을 넘어보겠다는 취업준비생층도 많아지고 있다.

인맥이라는 스펙을 위해 개인의 스펙을 이용하는 스펙 악순환이 일어나고 있다. (사진= 픽사베이)

개인의 노력보다도 타고난 스펙이 중요하다는 수저론과 더불어 인맥이 두 번째가 아니냐는 인식이 젊은 청년층에게 심어지고 있다.

최근 최순실과 정유라를 통해 드러난 국정농단으로 사람들은 노력으로도 안 되는 일을 인맥으로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말았다. 부정적인 인식 속에 씁쓸하지만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현실은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까운 모습이 아닐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