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윤일병 사건’ 긴급 현안질의 예정… 가해 병사들에 ‘살인죄’ 적용해야

영화건 정치건 그 분야에서 스타가 되려면 때를 잘 만나야 한 듯 싶다. 이순신의 ‘명량해전’을 그린 영화 ‘명량’이 그렇다.

개봉 첫날 68만 명에 이어 첫 주말인 토·일요일도 247만 관객을 동원해 누적 관객수 475만 명을 끌어 모았다. 하루 100만 관객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그야말로 대박이 터진 셈이다. 흥행 회오리의 정점에 주연인 최민식이 자리하고 있다.

영화 촬영 세트장이 있는 광양과 인접한 순천 곡성 재보선에서도 ‘李변’이 일어났다. 야당의 텃밭인 광주·전남에서, 그것도 1988년 이후 26년 만에 여권에서 처음으로 국회의원이 탄생했다.

당선된 의원이나 표를 몰아준 유권자들이나 대한민국의 고질병인 지역구도 타파를 깨는 절묘한 선택을 했다는 데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명랑처럼 전국이 떠들썩하다.

‘명량’이 ‘한국 영화의 기록을 깼다’면, 이번에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이정현은 ‘한국 정치사를 새로 썼다’고 할 수 있다. 명량을 개봉한 날이나 재보선이 치러진 날이나 공교롭게도 똑 같은 지난 7월30일에 맞춰졌다.

어찌보면 두 스타는 세월호 참사 이후 ‘이게 국가인가?’하며 침통해 하는 국민들에게, 불볕더위만큼이나 답답한 우리 사회에 한줄기 소낙비를 뿌려주는 청량제 역할을 했다.

정치건 영화건 흥행을 불러일으키기 위해서는 아무래도 배우 같은 인물의 선택이 중요하다. 최민식은 이순신역을, 류승룡은 왜군 장수 구루지마로 분했다. 두 배우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와 치열하고 속도감 넘치는 60분간의 해상전투 장면은 관객의 눈길을 사로잡고도 남았다.

여기에다 이순신 장군이 영웅이 아닌 한 아버지요 지휘관으로서, 두려움에 떠는 군인이나 백성들 속에서 진정한 리더십을 보여준 역할을 최민식이 톡톡히 해냈다.

곡성 목사골 촌놈을 머슴으로 부려달라는 이정현의 연기도 명량의 배우 못지 않았다.

투표 하루 전 방송 연설에서 “이렇게 미치도록 고향에서 일하고 싶어 하는 저 이정현, 이 손 한번 잡아주십시오. 새누리당만 생각하면 표 주고 싶은 마음 없단 말씀 저 많이 듣고 있고 또 그 의미도 저 잘 압니다. 호남에서 세 번 울었고 저 네 번째 또 도전합니다. 저 이정현 호남 외에는 갈 곳이 없습니다”라고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

인물 못지않게 흥행으로 이끄는 수단도 중요하다. 명량은 구선. 다시말해 ‘거북선’을 활용해 사실감과 박진감을 불어넣은 블록버스터 영화였다.

이정현은 중고 자전거를 홍보 수단으로 활용했다. 골목길이건 시장이건 논두렁이건 충전소건 이동하기에 편했기 때문이다. 가다 오다 목마르면 유권자로부터 물을 얻어마시는 폼이 영락없는 시골 촌놈에 어울리는 연기였다.

이곳 저곳을 부지런하게 다닌다 해도 관객과 유권자를 붙잡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중요한 게 전략이다. 그리고 그 중심을 관통하는 키워드나 메시지가 있어야 여운을 남긴다.
국회 국방위원회는 4일 육군 28사단 포병연대 의무대 소속 윤모(24) 일병 사건과 관련해 진상파악을 위한 긴급 현안질의를 연다.

이날 긴급 현안질의에는 한민구 국방장관을 비롯해 군 관계자들이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새누리당 소속 황진하 국방위원장은 전날 국회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상임위를 열어 어떻게 된 것인지 확실히 따져볼 것”이라고 밝혔다.

윤 일병은 지난해 12월 입대해 올해 2월 18일 육군 28사단 포병연대 본부 포대 의무병으로 배치 받았다.

그는 2주간의 대기기간이 끝난 3월 3일부터 4월 6일까지 주범 이모(26) 병장 등 선임병들로부터 폭행과 욕설, 인격모독과 구타, 가혹행위를 당했고 4월 7일 사망했다.

수사기록에 따르면, 이들은 윤 일병은 행동이 느리다거나 어눌하게 대답한다는 이유로 ‘기마 자세로’ 얼차려를 시킨 뒤 잠을 재우지 않았다.

또 “너희 엄마를 팔아먹겠다(성매매 시키겠)”는 등의 심한 욕설을 퍼붓고, 마대자루나 조명 등 스탠드가 부러질 정도로 때리기도 했다.

치약 한 통을 강제로 먹이거나 드러누운 얼굴에 1.5ℓ 물을 들이붓고, 심지어 개 흉내를 내게 하며 바닥에 뱉은 가래침까지 핥아먹게 했다. 그러나 의무대지원관인 유 하사는 이 병장의 구타와 가혹행위를 알고도 묵인했다.

이 뿐만 아니라 얼굴과 허벅지의 멍을 지우기 위해 연고제 안티프라민을 처방하면서 윤 일병의 성기에까지 액체 안티프라민을 발라 성적 수치심을 줬다.

윤 일병의 직접적인 사인은 기도폐쇄에 의한 뇌손상이다. 음식물이 기도를 막아 산소 공급이 중단되면서 뇌손상으로 의식을 잃어 숨진 것. 그러나 사건 직후 헌병대로 인계된 이 병장 등은 윤 일병이 음식을 먹고 TV를 보다가 갑자기 쓰러졌다고 허위 진술을 하다 “윤 일병의 의식이 돌아올 것 같다”는 얘기를 전해 듣자 그제야 범행을 자백했다.

게다가 사건 다음날인 4월7일 증거 인멸을 위해 윤 일병의 관물대를 뒤져 수첩 2권을 찢어버렸다. 군인권센터는 가해자들의 증거 인멸 시도는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군인권센터와 유족들은 가해 병사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윤일병 사건을 접한 네티즌들은 “이런 군대에 아들을 어떻게 보내나”, “살인죄 적용하라”, “부정선거 개입등의 정치놀이에 썩어가는 군에 우리 아들 생명과 국방을 맡겨도 될까?”, “사람이 죽었는데 손실로 부르는 국방부의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군인의 억울한 죽음은 멈추지 않는다” 등의 반응을 보이며 분개했다.

한편, 군검찰은 윤 일병을 상습 폭행해 사망케 한 이 병장과 공범인 하모(24) 병장·지모(22) 상병·이모(22) 상병 및 유모(24) 하사를 상해치사죄로 구속했다. 나머지 1명은 단순폭행으로 불구속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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