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이정현,‘명량’을 봐야 ‘호남’을 챙긴다

이정현이 이번 재보선에서 남긴 키워드는 지역구도 타파였다. 새누리당의 빨간 옷을 입고 광역의원 후보를 한명도 내지 못한 야당의 텃밭에 뛰어든 자체가 애시당초 무모함 그대로 였다.

3전4기로 도전하다 보면 지역구도라는 벽에 균열이 생기고, 이를 다시 파고들면 언젠가는 무너지겠지 하는 마음으로 맨몸으로 부딪혀 보자는 식이었다. 수 십년간 고작화된 지역주의를 단박에 깨뜨린다는 자체가 12척으로 배로 300척에 이르는 왜선을 막아낸다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었다.

명량대첩때 이러한 불리한 상황을 장수들은 감지하고 이순신에게 간청한다. 도저히 전쟁에서 이길 수 없으니 전쟁을 하지말자며 차라리 자신을 목을 베어달라고 한다. 위난의 상황에서 장수들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이때 이순신은 모든 병사들을 모으라고 지시하고 막사에 불을 지르라고 호령한다.  그러면서 ‘살고자 하면 죽을 것이고,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는 자는 반드시 살아 남는다(必生卽死 必死卽生)’며 나를 따르라고 독려한다. 이 영화의 압권이랄 수 있는 명장면이다. .

그러면서 이순신은 두려움은 우리나 왜군 모두에게 있다. 하지만 두려움을 용기로 바꿔내면 몇백의 힘을 얻을 수 있다. 이는 천행에서 나온다. ‘천행은 바로 민심’이라고 강조한다. 그렇다면 민심은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 그건 바로 진정성이다.

이정현이 지역감정을 타파하겠다고 마음 먹은 것은 지난 2004년 총선 때다.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역풍으로 인해 한나라당에서 후보를 내는 건 엄두도 못 낼 상황이었다.

광주에서 유일하게 서구을에 출마한 사람이 이정현이다. 유권자들로부터 “탄핵을 해놓고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한나라당에서 출마해…”라며 비아냥 소리를 듣는 게 일쑤였다. 명함 한 장 건네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런 만큼 성적표는 초라할 수 밖에, 말하기도 힘들 정도였다. 유효투표 76만9438표 가운데 720표로 고작 1%도 얻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위기는 기회라고 했던가. 선거가 끝난 뒤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근혜 대통령은 낙선 위로차 이정현을 식사에 초대했다. 원외라 당 대표를 쳐다보기 힘든 처지였던 그는 당시 한나라당 광주시당 위원장 등을 대동했고, 그게 박근혜와의 첫 인연의 끈을 맺게 된다.

자리가 거의 끝날 무렵 박 대표는 ‘한 말씀 해보세요’라며 말을 건넨다. 이정현은 그때서야 입을 연다. “호남을 홀대하거나 포기하면 절대로 대권을 바라볼 수 없다. DJ와 손을 잡고 지역구도 타파에 앞장서야 한다. 호남을 향해 서진정책을 펴야한다”고 15분 동안 특유의 언변을 토했다는 것이다.

그랬더니 박 대표는 “어쩜, 그리 말씀을 잘하세요”라며 말했다 한다. 이후 한나라당의 수석부대변인 직을 맡은 계기로 여권내 비주류에서 주류로 들어간 셈이다.

이정현이 친박 핵심으로 이번에 순천 곡성에 도전을 한 것은 이렇듯 지역구도 타파와 무관치 않다. 그가 박대통령을 처음 만난 게 2004년 이었으니까 10년 동안 변함없는 ‘왕의 남자’로서의 의리와 지역감정을 없애겠다는 진정성있는 연기가 표심을 움직였다고 볼수 있다.

물론 입이 닳도록 ‘정권 심판론’에 목을 매면서 정작 변화와 쇄신없이 제1야당의 기득권에 안주한 새정치연합도 한 몫 거들었다.

명량대첩에서도 이순신 장군의 수족처럼 마지막까지 모든 임무를 수행할 정도로 빼어난 장수였던 나대용 장군은 권율 장군을 찾아가 이렇게 말한다. ‘수군을 버리면 조선을 잃게 된다. 왜적은 반 나절이면 한양에 도착한다. 그리되면 이 나라는 망하게 된다“며 거침없게 항변한다.

세월호 참사가 터진 진도 팽목항으로 가기위해서는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진도 울둘목을 수군이 지켜내지 못하면 조선이 곧 ‘누란의 위기’에 빠진다는 뜻이다.

여야 정치인이건 누구나 광주를 방문할 때 흔히 쓰는 ‘약무호남 시무국가(若無湖南 是無國家)’란 말은 그래서 생겨났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이 말을 자주 쓴다. 이 말씀이 울림으로 다가오게 하려면 진정성이 뒷받침 돼야 한다.

이정현도 지금부터는 박 대통령에게 자신감 있게 말해야 한다. ‘호남을 끌어안아야 진정한 대통령이 될 수있다’ ‘호남 인재와 예산을 그렇게 푸대접하면 박정희의 딸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이다.

그렇게 진지한 말을 하려면 분위기도 있어야 한다. 박근혜대통령이 이정현에게 전화를 걸어 ‘명량’ 영화를 관람하자고 데이트(?)를 신청하는 것이다. 이정현은 그때 ‘호남을 진심으로 사랑하면 모든 게 통한다’고 귓속말로 속삭이면 된다.

그 정도의 ‘넉살’ 쯤은 갖춘 호남을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이정현 이미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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