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4차 산업혁명과 특이점의 도래

레이 커즈와일(사진출처=위키백과)

[이뉴스코리아 박은혜 칼럼니스트]

“과학자가 어떤 것이 가능하다고 말하면 아마 거의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면 아마 거의 틀린 말일 것이다.” 영국의 SF작가 아서 클라크가 남긴 말이다.
영화감독으로 유명한 워쇼스키 자매가 한미일 합작으로 2003년에 제작한 애니매트릭스라는 영화가 있다. 이미 그보다 4년 앞서 나와 선풍적인 이슈가 되었던,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매트릭스의 배경 이야기를 다룬 애니메이션 영화이다. 어떻게 미래의 지구가 매트릭스의 세계로 뒤바뀌게 되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 중에서도 결정적인 순간은, 어느 평범한 기계 로봇이 어느 날 갑자기 감정을 가지고 생각이라는 것을 하게 된 순간이다. 그 순간이 미래를 뒤바꾸어 놓았다.
인류의 역사에서, 아니 더 나아가 지구의 역사에서 이러한 종류의 결정적인 순간은 그리 많지 않다. 나무 위에서 살던 인류의 조상이 지상으로 내려와 네 발로 걷다가, 어느 날 어느 유인원이 두 발로 서게 된 순간, 그 순간은 인류의 역사뿐 아니라 지구의 역사를 뒤바꾸는 순간이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결정적이고도 뒤바꿀 수 없는 특정한 순간을 ‘특이점’이라고 부른다.

커즈와일이 말하는 특이점에 대하여
특이점이란 무엇일까? 기술의 변화 속도가 인간의 생물학적 진화 속도를 따라잡아 추월하는 시점, 그래서 그러한 추월이 인간의 생활을 되돌릴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게 변화시키는 시점을 말한다. 여기서 기술은 4차 산업혁명의 기반이 될 정보 기술을 말한다. 엄청난 처리속도와 집적기술을 구현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이 생물학적인 한계를 뛰어는 시점, 따라서 유전공학, 나노기술공학, 로봇공학 부분에서 혁명적인 기술 발전이 이루어지는 시점이 바로 특이점이라 할 수 있다.
원래 물리학에서 통용되던 특이점은 일반상대성이론에 따라 별이 나이가 들어 부피는 0이 되고 밀도는 무한대로 커져 블랙홀이 되는 순간을 뜻하는 개념이었다. 구글의 기술책임자이자 미래학자인 레이 커즈와일은 <특이점이 온다>라는 책을 통해, 인공지능과 같은 과학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시점을 지칭하는 말로 특이점의 개념을 바꾸어 썼다. 문서판독기, 광학문자인식기(OCR), 음성인식기, 평판 스캐너, 문서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시각장애인용 음성변환기, 전문 음악인들의 필수장비가 된 신디사이저 등이 모두 커즈와일의 발명품이다.

레이 커즈와일 저서 『특이점이 온다』

커즈와일의 이 책은 2005년에 미국에서 출간되었고 2007년에는 국내에도 소개되었다. 그의 주장은 책의 제목과 동일하다. 특이점이라는 것이 존재하고, 그 특이점에 우리 세대에 곧 다가올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는 기술이 선형적인 발전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하급수적인 발전을 한다는 ‘수확 가속의 법칙’을 주장하고 있다. 결국 인공지능과 인간의 두뇌가 자연스럽게 하나가 될 시점도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인간은 점점 기계처럼 될 것이고, 기계는 점점 인간처럼 될 것이다.
물론 커즈와일의 시각은 2005년 이전의 과학기술 수준을 바탕으로 쓰여졌다는 한계가 있다. 스마트폰이 일반화되기 전이었고, 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같은 기술이 태동되기 전에 쓰여졌기 때문에 현재의 최신 정보기술에 대한 언급이 없다는 점에서 약간의 시차를 느낄 수 있다. 또한 혹자는 커즈와일이 특이점 개념을 가지고 세일즈를 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한다. 여러 학자들은 그의 예상과는 달리 특이점이 그렇게 빨리 오지 않을 거라고 보기도 한다. 그러나 특이점의 도래에 비판적이라고 해서 그의 주장이 전혀 터무니없는 것으로 평가절하할 수는 없는 법이다.

4차 산업혁명에서 특이점, 나노봇
특이점이 오면 어떤 세상이 펼쳐질 것인가에 대한 상상력은 4차 산업혁명에서도 너무나 중요한 주제가 될 수 있다. 특이점은 어쩌면 지난 백만 년간의 벌어진 변화를 단 몇 분 만에 추월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인공지능에 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커즈와일의 주장은 여전히 주목을 얻고 있다. 그의 흥미로운 몇 가지 미래 예측들을 정리해본다.

나노봇이 뇌에 이식된다. 특이점에 가까이 이르면, 나노봇이 인간의 뇌에 이식되고 이를 통해 인간의 뇌는 클라우드에 연결된다. 신경계 내부에 들어간 나노봇은 인간에게 가상현실 경험을 통해 완전한 몰입감을 제공한다. 그야말로 매트릭스와 같은 가상공간에서 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인간의 생각이나 기억을 저장할 수 있고, 이는 인간의 논리적 지능과 감성 지능을 확대시켜 줄 것이다.
나노봇은 인간의 태생적인 면역시스템에 종말을 가져온다. 나노봇은 암을 포함, 인간의 모든 질병을 치유한다. 나노봇 등 기술을 통해 근본적인 생명 연장이 가능해진다. 생명이 연장되면 인간들은 거대한 권태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될 텐데, 이런 상황에서 가상현실 경험이 더욱 중요한 의미를 지니게 될 것이다.

인간이 사이보그화 될수록 우리는 보다 인간적이 된다. 나노봇은 논리적인 지능 뿐 아니라 감정적인 지능도 키워주기 때문이다. 인간은 감정의 깊은 수준을 창조할 것이다. 만약 길을 걷다가 직장 상사를 만난다면, 우리는 자신의 재치를 디지털적으로 확장시켜 보여줄 수 있다.
3D프린팅 기술은 보다 대량으로 보급되고 오픈소스화 될 것이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거의 모든 것을 3D프린터로 만들 수 있다. 이미 3D 프린터로 건물이나 교량을 만들고, 몸속의 갈비뼈를 만드는 게 가능한 세상이 아닌가.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죽은 가족의 기억을 되살릴 수 있다. 사랑하는 사람의 뇌에 나노봇을 넣어 기억을 추출하여 DNA샘플링 기술과 결합함으로써 죽은 사람의 가상 버전을 만드는 일이 가능해진다.
인공지능이 생물학적인 진화를 추월하는 순간이 온다. 커즈와일은 이 시점은 대략 2045년으로 잡았다. 특이점이 오면 인공지능의 컴퓨팅 파워는 인간의 지능보다 10억 배 정도 높아질 것이다.

특이점에 도달한 후에는 사람의 마음을 업로드하는 것이 가능해진다. 우리의 의식은 뇌 기반에서 컴퓨터 기반으로 바뀐다. 스티븐 호킹은 사람의 뇌를 컴퓨터에 복사하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마음을 업로드하고 온전한 몰입감을 주는 가상현실이 가능해지면 인간의 몸도 가상적으로 바뀔 것이다. 가상의 육체는 실제 육체처럼 구체적이고 확실하다. 비디오 게임에서 캐릭터를 바꾸는 것처럼 가상 육체도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이것이 특이점이 다가온 세상의 모습이다. 여러분은 이러한 세상이 어떻게 보이는가. 과연 4차 산업혁명은 특이점의 도래를 가속화 할 것인가? 아니면 특이점이 아닌 또 다른 지평의 가능성을 열어 보여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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