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편의에 앞서 안전을 고려하다 – 자율주행자동차의 미래 1

인간의 스티어링휠 조작없이도 주행하는 자동차 (사진출처=BMW)

[이뉴스코리아 박은혜 칼럼니스트]

운전대를 두고 벌어지는 눈치 게임은 더 이상 없다
여행처럼 신나고 즐거운 일에도 부담 요소는 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자가용으로 이동하는 장거리 여행에서는 ‘누가 운전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일행들에게 적지 않은 부담 거리로 작용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운전대를 내가 잡아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이 찾아오는가 하면, 아무리 졸리고 피곤해도 눈 뜨고 운전하는 운전자를 두고 잘 수 없다는 생각에 애써 졸음을 쫓아내기도 한다. 그만큼 운전자는 운전자대로 피곤하고, 비운전자는 비운전자 나름대로 눈치를 봐야 하는 게 장거리 자가용 여행의 한계다. 아무리 운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장시간 운전은 피곤과 지루함을 안겨줄 뿐이며, 아무리 운전석이 편하다고 한들 자유롭게 잠을 청하는 동승자만큼 그 운전석이 편할 리는 없다.

그렇다면 운전에 뒤얽힌 각종 불편함과 부담을 4차 산업혁명은 거뜬히 해소해 줄 수 있을까? 아마도 완벽에 가까운 자율주행자동차가 상용화된다면 위에서 나타난 온갖 불편 사항은 더 이상 문제로 남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자율주행자동차란 사용자가 원하는 목적지까지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자동차를 의미한다. 곧 주변 환경을 스스로 인식할 줄 아는 자동차라고 보면 될 것이다.

놀랍게도 꿈으로만 여겨지던 자율자동차 상용화라는 과업이 이제는 우리 눈앞에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물론 자율주행자동차에도 단계가 있는 만큼, 각 나라마다 발전 양상은 상이하게 나타날 것이다. 참고로 미국자동차기술학회(SAE)가 구분한 자율주행자동차의 발달 수준은 총 여섯 단계로 나뉜다. 0단계는 자율주행 기능이 없는 일반차량으로, 현재 우리가 타는 자동차로 이해하면 된다. 다음으로 1단계는 자동브레이크를 통해 자동속도조절이 가능한 차량으로, 자동주행이 운전의 보조기능을 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그리고 2단계는 부분자율주행으로 자율주행이 이루어지기는 하지만 운전자의 상시 감독 필요한 형태이며, 3단계는 조건부 자율주행으로 자동차가 안전기능 제어하는 것을 의미한다(만약 탑승자 제어가 필요한 경우에는 신호가 울리게 된다). 여기서 더 발전한 4단계는 고도 자율주행 단계로 운전자의 제어가 불필요해지며, 마지막으로 5단계는 완전 자율주행 단계로 사람이 타지 않고도 움직이는 무인 주행차로 기능하게 된다. 그만큼 4, 5단계에 들어설 경우, 우리는 더 이상 운전대를 잡지 않고도 편하고 자유롭게 자동차를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자율주행자동차의 기능들, 과연 편리만을 위한 것일까?
아마도 자율주행자동차는 ‘편리’, ‘편의’, ‘자유’ 등의 이미지를 우선적으로 떠올리게 할 것이다. 운전대로부터의 해방이 자율주행자동차의 기본적인 특성인 만큼, ‘편리함’이라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자 강점으로 인식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자율주행자동차가 가진 핵심 시스템들에 대해 살펴보면 생각이 바뀌는 것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자율주행자동차에는 많은 기능이 있지만 여기서는 대표적인 몇 가지만을 정리해 보도록 하겠다. 먼저 적응형 순항제어 시스템(Adaptive Cruise Control)은 운전자가 페달을 따로 조작하지 않아도 자동차가 원하는 속도를 스스로 유지하는 장치를 말하는데, 이 시스템에 따라 앞서 가는 자동차가 속도를 줄이게 되면 자동차가 알아서 감속을 하게 되고 앞 차와의 거리도 적당하게 유지할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차선 유지 시스템(Lane Keeping Assistance System)이 있는데 이것은 전방카메라를 활용해서 차선을 인식하는 것은 물론 현재의 차선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기능을 말한다. 또한 사각지역 감시 시스템(Blind Spot Monitoring System)은 측면에 위치한 센서를 통해 옆 차선에 자동차가 있는지를 감시하는 기능을 말한다. 이 시스템이 작동할 경우, 옆 차선 사각지역에서 어떤 자동차가 주행할 때 운전자가 그것을 인식할 수 있게 도와준다. 즉, 상대 자동차를 못 보고 차선을 변경하려고 할 때 경보를 울려 사고를 막아줄 수 있는 것이다. 그밖에 자율긴급제동 시스템(Autonomous Emergency Braking System)은 앞에 있는 자동차가 갑작스럽게 정지하거나 급하게 감속을 할 때, 브레이크를 알아서 작동시켜 주는 것을 말한다. 곧 사고가 임박할 때 운전자가 따로 무엇인가를 하지 않아도 알아서 세워줌으로써 앞 차와의 거리를 유지시켜 주는 것이다.

이러한 기능들은 앞서 언급한 대로 운전자의 편리와 편의를 위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더 중요하게 들어있는 가치는 ‘안전’이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각종 문명의 이기 중에는 단순히 편리함만을 위한 것이 있는가 하면, 편리함에 더하여 안전을 위해 존재하는 것들이 있다. 가령 냉장고의 경우, 편리함을 가져다주기도 하지만 음식이 상하는 것을 막는 ‘안전성’을 제공해 준다. 어쩌면 자율주행자동차도 편리함과 더불어 안전을 중요한 목표로 삼고 등장한 4차 산업혁명의 산물일지도 모른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면, 편리함보다 안전이 더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다. 편하고 즐겁게 살기 위해 등장했다기보다, 교통사고로 인한 인명피해를 조금이라도 더 줄이기 위해 개발된 것이 바로 자율주행자동차일 수 있는 것이다. 무엇보다 앞에서 제시한 다양한 기능들이 이 사실을 분명하게 드러내준다. 주변 차와의 거리를 유지해 주는 것과, 차선 변경과 유지에 의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막아주는 것, 운전자의 부주의를 막아주는 것 등은 결국 편리에 앞서 안전을 위한 기능으로 귀결될 수 있는 것이다.

조금 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운전’ 자체는 자율주행기능이 아니어도 운전자가 할 수 있는 영역이다. 곧 자율주행기능이 있다면 더없이 편하겠지만 없다고 해도 자동차 운전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사고를 보장할 ‘보다 완벽한 형태의 안전 운전’은 인간 운전자가 장담할 수 없는 부분이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한 눈을 팔 수 있고, 내가 아무리 완벽하게 안전운행을 해도 갑자기 다가오는 상대 차의 공격에는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런데 바로 이 부분을 인간이 아닌 자율주행시스템이 해결해 줄 수 있다(물론 어느 정도로 해결 가능할 지는 추이를 살펴보아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자율주행자동차는 ‘있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인 4차 산업혁명의 산물이 아니라, ‘절대적으로 우리에게 필요한’ 대표적인 산물이 될지도 모른다.

문명의 이기가 진 빚, 또 다른 문명의 이기가 갚아줄 수 있을까?
실제로 자율주행자동차가 개발되는 전반의 상황을 지켜보면서 전문가들은 교통사고가 획기적으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자율주행자동체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는 미시건 대학교의 연구 결과를 보면, 자율긴급제동 시스템이 있는 자동차는 후방추돌 사고가 날 확률을 46%나 감소시키고 차선유지보조 기능이 장착된 차량은 차선 이탈에 따른 사고 확률을 20%로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사각지역 감시 시스템 역시 기능 차선 변경 시 뒤따르는 사고를 26% 정도 줄일 수 있고 후방 카메라가 있는 차량은 후진 시 발생할 사고를 21% 감소, 후방주차보조 기능이 장착된 차량은 38% 정도 감소시킬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그만큼 앞으로 완전자율주행자동차가 보다 완벽한 형태로 개발되면 운전미숙이나 운전자의 판단오류에 따른 사고의 위험은 크게 감소될 수 있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볼 때, 교통사고 사망자가 매년 125만 명에 이르고 있다. 무엇보다 대부분의 사고 원인이 인간의 과실이라는 불편한 현실과도 마주하고 있다. 그만큼 자율주행자동차는 우리에게 절실한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 또한 최근 들어 운전 중 스마트폰을 보는 행위에 의한 사고가 증가하고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문명의 이기로 인해 교통사고 인명 피해가 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볼 때, 문명의 이기가 진 이 거대한 빚을 아이러니하게도 자율주행자동차라는 새로운 문명의 이기가 조금이나마 갚아 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더 나아가 자율주행자동차라는 테마는 4차 산업혁명이 ‘편리함을 제공하여 인간의 게으름을 조장하는 것’이 아니라, ‘안전의 추구와 생명의 가치를 존중하는 새로운 산물의 공급처’가 될 수도 있음을 시사해 주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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