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그 시절의 컴퓨터 학원 그리고 오늘날의 코딩교육

사진제공=픽사베이

[이뉴스코리아 박은혜 칼럼니스트]

추억으로만 남아버린 컴퓨터 학원에서의 수업들
하교 후 ‘OO 컴퓨터 학원’이라는 가방을 들고 학원으로 발걸음을 향하는 아이들. 90년대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었다. 아이들의 가방 안에는 커다란 디스켓 케이스가 있었고 컴퓨터 운영체제에 관한 책들이 들어 있었다.

컴퓨터 학원에 다니는 아이들은 나름 자부심이 있었다. 변화하는 시대에 걸 맞는 인재로서 가장 중요한 대비를 하고 있다는 자신감이 그 안에 장착되어 있다고나 할까. 아마도 그들 입장에서는 컴퓨터 학원에 다니지 않는 친구들을 보며 나름 측은지심의 감정을 가졌을지도 모른다. 컴퓨터가 필수가 될 시대를 앞두고도 아직까지 컴퓨터 수업을 받지 않는 그들이 조금은 한심해 보였을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몇 년 후, 90년대 후반에 들어서면서 그들이 컴퓨터 학원에 쏟아 부었던 열정과 노력, 그리고 학원비는 더 이상 무의미해졌다. 컴퓨터 학원에서 머리 터지도록 배웠던 도스(DOS) 명령어는 윈도우 환경에서 쓸모없는 것들이 되어버렸기 때문이다. 반대로 과거에 컴퓨터를 배우지 않은 학생들은 아무런 지장 없이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고 조금만 노력하면 능숙하게 한글 프로그램으로 문서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인터넷은 클릭할 수 있는 손이 있고 컴퓨터의 전원 위치만 알고 있으면 무리 없이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오히려 학창 시절에 컴퓨터 학원에 다니지 않았던 사람이 회사에서 컴퓨터를 더 많이 활용하는 일들도 아무렇지 않게 벌어졌다. 분명 그들은 미래를 대비한답시고 컴퓨터를 배우는 데 아무런 투자를 하지 않았음에도, 지금 다양한 직장에서 데스크톱이나 노트북을 끼고 능숙하게 업무를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전문적으로 컴퓨터 프로그래밍 관련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과거에 받은 교육이 자산이 되었겠지만, 그런 특수한 경우가 아니라면 그때 받았던 수업 내용들이 무용지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말 그대로 컴퓨터 학원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기술이 아닌, 학창시절의 추억만 남겨준 셈이다.

오늘날 불어 닥친 코딩 교육 열풍
90년대 중반까지 컴퓨터 교육에 대한 중요성이 학부모들과 아이들을 흔들었던 것과 비슷하게 오늘날에는 코딩 교육 열풍이 불고 있다. 정보화 시대를 맞이하기 위한 당시의 노력과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기 위한 지금의 노력이 내용만 다를 뿐 흡사하게 느껴지는 것이다. 실제로 중학교 과정에서만 적용되었던 코딩 교육은 이제 초등학교 5, 6학년으로 확대되기까지 했다. 이는 마치 과거에 중학교 수업의 일부로 배정되었던 컴퓨터 수업이 초등학교 특별활동 수업으로 확장되던 것을 떠올리게 한다.

공교육에서만이 아니다. 코딩 교육을 배우지 않으면 우리 아이가 다가올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 맞는 인재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 속에서 일부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코딩 사교육을 시키기 시작한다. 다양한 코딩학원에 보내는 것은 물론 고가의 코딩 캠프에 보내기까지 한다. 심지어 어떤 유치원에서는 일찍부터 코딩 교육을 해야 한다면 코딩 교육을 도입하기도 한다.

사실 아이들의 코딩 교육에 대해 온갖 염려와 불안감을 안고 있는 오늘날의 학부모들은 지난 시절 컴퓨터 학원의 무용지물화를 경험했던 세대다. 지금 유치원, 초등학교 혹은 중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세대는 70, 80년생(혹은 90년생)이 아닌가. 그야말로 그 시절의 컴퓨터 학원이 기술과 산업의 발전에 따라 더 이상 쓸모없어졌음을 제대로 경험했던 사람들인 것이다. 그러니 코딩 교육도 어느 시기가 지나면 굳이 따로 배우지 않아도 누구나 활용할 수 있을 거라 믿을 법도 하다. 그럼에도 일부 학부모들은 ‘영국, 프랑스, 미국 등 각국에서도 아이들에게 코딩 교육을 실시하는데 우리만 도태되어서는 안 된다.’며 염려를 종식시키지 못하고 있다.

조기 코딩 교육, 과연 필요할까
이와 같이 조기 코딩 교육 열풍이 불어 닥친 가운데, 안드레아스 슐라이허 OECD 교육국장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세계교육혁신회의(WISE) 연설에서 단호하게 코딩 교육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OECD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를 이끌고 있는 그는 “코딩은 단지 우리 시대의 기술이며 그것을 깊이 배우게 하면 큰 실수에 불과하다.”라고 지적했다. 쉽게 말하면, 그 시절 컴퓨터 교육이 시간 낭비, 노력 낭비, 돈 낭비였던 것처럼 지금의 코딩 교육 역시 낭비에 불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코딩 교육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부분에 대해 비판했다.

그와 더불어 슐라이허는 균형 있는 교육에 대해 강조했다. 코딩 교육을 가르치는 것보다 미래를 대비하려면 데이터 과학(data science)이나 컴퓨팅 사고력(computational thinking)을 가르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며, 나라도 그 분야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실제로 코딩은 컴퓨터 프로그래밍 언어를 배우는 과정이나 마찬가지인 만큼 시대와 더불어 바뀔 수밖에 없다. 1960년대의 포트란, 코볼, 베이식이 주된 언어였지만 9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부터는 자바, C로 바뀌었던 것처럼! 무엇보다 인공지능을 필두로 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연 코딩 교육을 배운 사람과 배우지 못한 사람 간에 지식이나 기술적 차별화가 생기기나 할까?

물론 코딩 교육의 필요성을 여기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미래 사회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어쩌면 필요할 수도 있고 어쩌면 쓸모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코딩 교육과 관련하여 부담, 우려, 불안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사실이다. 응용기술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급격하게 바뀌는 것인 만큼 전문적으로 그 분야로 진출할 경우가 아닌 이상은 그것에 매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동시에 코딩 교육 자체가 의미 없다고 말할 수도 없다. 과거의 컴퓨터 운영체제 자체가 의미 없는 것이 되어버리긴 했지만 그 안에서 체득한 알고리즘 등에 관한 지식은 누군가에게 수학적 사고를 키워줄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코딩 교육이 훗날 쓸모없는 것으로 전환될지는 모르나 코딩 교육 과정에서 얻게 되는 응용력이나 창의성은 또 다른 차원에서 자녀 세대들에게 자산으로 남겨질지 모른다. 그만큼 코딩 교육에 대한 부담에서 벗어나되, 해당 교육을 받더라도 그 교육 안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분별력은 가질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적어도 과거에 컴퓨터 학원의 몰락을 목도한 세대라면 붙잡아야 할 본질적인 것이 무엇인지 정도는 구분할 수 있어야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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