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4차 산업혁명 시대가 가져올 문화의 평준화와 그만큼 높아져야 할 윤리 수준

사진출처=픽사베이

[이뉴스코리아 박은혜 칼럼니스트]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조금 더 정확히는 2000년대 중반으로 넘어오면서) 국내 음반 시장은 대변혁을 맞이하게 된다. 말이 좋아 대변혁이지, 음반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심각한 타격이 아닐 수 없었다. 더 이상 기존의 CD나 테이프 형태가 아닌 MP3 플레이어를 통해 음악을 감상하는 일이 보편화되면서, 기존의 음반시장의 변화 속에서 관련 업자들은 기존의 누리던 고수익으로부터 자연히 멀어지게 된 것이다. 물론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CD를 찾는 고객층들이 존재하기는 했지만 이전에 CD판매를 통해 누리던 거대한 수익효과는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게 되었다.

어디 음반 제작자뿐일까. CD시대가 사라지고 MP3시대가 도래했다고는 하지만 이 역시 오래가지 않았다. 2010년대가 시작되고 스마트폰이 보편화되면서부터 굳이 MP3는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되는 물건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미 고음질로 감상할 수 있는 MP3가 스마트폰에 탑재되어 있는데, 굳이 기존 MP3를 가지고 다닐 필요가 있을까.

한편 이러한 음반 산업의 발달사를 돌아보면 우리는 그 안에서 자연스레 펼쳐진 문화적 차별을 접할 수 있다. 동시에 일정 시점부터는 그 차별이 줄어드는 것 역시 경험할 수 있다.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변화의 양상은 어떠할까? 그리고 우리 그 안에서 겸비해야 할 자세는 무엇일까?

산업의 발전은 보이지 않던 문화의 차별을 만들었다
2000년대 이전에 학창 시절을 보냈던 사람들이라면 적어도 문화를 향유하는 데에 있어 보이지 않는 차별을 경험해야 했을 것이다. 가령, 워크맨(소형 카세트)을 보유한 사람은 학교에서나 이동 중에 자유롭게 음악을 들을 수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학생들은 문화를 즐기는 데에 있어 제약을 경험해야만 했다.

CD가 보편화되면서부터는 그 격차가 더욱 커졌다. CD플레이어의 기기 자체를 구입하는 것이 모든 학생들에게 보편적인 일이 될 수는 없었다. 그만큼 문화가 발전해 감에 따라 경제력이 있는 계층과 그렇지 못한 계층 간의 격차는 더욱 벌어진 셈이다. 행여 CD플레이어를 구입한다고 해도, 테이프보다 상대적으로 비싼 CD를 지속적으로 수집하는 것 역시 새로운 부담을 안겨주었다. 즉, CD플레이어를 보유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새로운 격차가 벌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사실, 이런 변화는 음악 감상 분야에서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리스닝용 청각자료를 첨부해야 하는 영어 교재의 경우, 어느 새 테이프가 아닌 CD 전용으로만 리스닝자료를 보급하게 되었고 이에 영어 공부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경제적인 차별이 시작되었다. 리스닝 관련 교재를 구입한다고 할지라도, CD플레이어가 없는 사람들은 제대로 교재를 활용할 수 없는 현실이 벌어진 것이다.

이후 CD플레이어의 시대가 저물고 MP3시대가 시작되면서부터 이러한 차별적 분위기는 당연한 현상인 것처럼 지속되었다. 새로운 기기의 도입은 그만큼 문화를 향유하는 데에 있어 차별을 불러왔고 그 안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사람들은 더욱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이러한 기기를 즐겨 사용하는 대상이 학생(청소년 및 청년)들인 만큼 보이지 않는 차별은 그들에게 보이지 않는 갈등과 상처를 남겨줄 수밖에 없었다.

어느 시점부터 음반 관련 산업은 차별을 줄이기 시작했다
놀랍게도 어느 순간부터 지속될 것만 같았던 문화적 차별이 줄어들기 시작했다. 나름 고가로 판매되던 MP3가 10만 원대 이하. 아니 그 이하로 낮아지면서 부담 없이 이 기기를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 마련되었다. 거기에 CD플레이어 시대 때와 달리 고가의 CD를 일일이 구매하지 않아도 음원을 다운받기만 하면 마음껏 음악을 즐길 수 있게 된 만큼, 어느 순간부터 문화 향유의 차별과 격차는 사라지기 시작했다.

더 나아가 2010년부터 스마트폰 시대가 시작되면서 그 격차는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한마디로 음악감상 문화와 관련된 차별은 이전의 추억으로만 남게 될 뿐이었다. 스마트폰을 보유하는 것이 보편화된 상황에서, 스마트폰을 가진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동적으로 음악을 자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MP3를 가질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안에서 음원을 확보하는 데 있어 비용이 들기는 하지만, 그 비용은 이전의 경제적 부담에 비해서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저렴하다.

이처럼 산업의 발달은 경제적 격차와 그 안에서의 소외감을 부추기기도 하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오히려 그 격차를 줄여주기도 한다. 일정한 발전 단계에서는 보이지 않는 갈등을 초래하지만 안정화되고 새로운 도약을 맞이하면서부터는 오히려 누구나 동일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방향으로 발전되어 나가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불러올 문화적 격차의 감소, 그리고 우리에게 남겨진 과제
이런 흐름을 통해 알 수 있는 분명한 사실은, 산업의 발달이 문명의 이기를 향유할 때 소요되는 비용을 점점 감소시켜준다는 것이다. 현재 고가로 구매해야 하는 것도 몇 년이 지나면 가격이 급격히 내려가는 것이 일반적인 현실이었던 만큼 앞으로 4차 산업혁명이 선사할 다양한 문명이 이기도 당장은 고가일지 모르나 시간이 지나면서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기’로 가격을 내리게 될 것이다. 급격한 산업의 발달은 특정 기기의 보편화를 가져오는 만큼 이전까지 존재하던 문화적 차별은 더욱더 사라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통신사들 간에 경쟁적으로 새로운 서비스를 저렴하게 내어놓고 있는 만큼 고객들은 그만큼 비용적인 부분에서의 부담을 더욱 줄여가게 되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앞에 다가온 4차 산업혁명은 문화적 평등을 선사할 새로운 문이 될 것이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남겨진 과제가 있다. 기기의 비용에 대한 부담이 줄어들고 콘텐츠 활용에 대한 비용 역시 줄어드는 대신, 최소한의 윤리는 지켜나가야 된다는 사실이다. 이전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적은 비용에 고차원적인 문화를 감상하게 된 만큼 불법적인 방법으로 콘텐츠를 다운로드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경각심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그밖에도 저렴해진 문명의 이기가 요구하는 ‘최소한의 비용’에 대해서만큼은 정직하게 대응할 수 있는 자세를 지녀야 할 것이다. 그러한 노력이 지금부터라도 이어질 때, 새로운 혁명이 선사할 문명의 이기가 보다 많은 이들이 차별 없이 문화를 경험할 수 있게 해 주는 도구로 정착될 수 있다. 즉, 발전된 산업이 보편화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윤리적인 부분에 대한 정착이 선행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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