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잔혹사

 

민족의 큰 명절인 설날도 올해도 어김없이 다가왔다. 해마다 이때 보는 풍경,단어들은 낮설지 않을것이다. 귀성전쟁, TV 특선프로, 극장가 영화, 성룡과 이연걸, 새뱃돈과 덕담등등 설날을 상징하는 키워드는 참으로 많고, 직장인들은 다음 명절에 쉴수있는 날짜가 얼마나 되는지 각자 셈 법들을 하고 있다.

이렇게 대부분 사람들은 다가오는 명절을 생각하면 굳어있던 뇌가 자연스레 해제되며 몸도 나른함을 느끼게 되지만 명절이라고 모두 다 같은 맘은 아닐것이다.

사상최악의 청년 실업으로 인해 올해 설날도 미취업자인, 공무원,고시 공부에 여념이 없는 청년들은 명절도 반납한채 책과 고시원에서 씨름중이다. 그리하여 서울 최대의 고시촌인 노량진에는 지방에 있던 부모들이 자식들 얼굴이라도 보기 위해 먹을거리를 싸서 역귀성을 하는 사례가 빈번하다고 한다.

매번 명절때마다 어김없이 빈집을 노리는 빈집털이,도둑들과 강도들은 매번 명절 뉴스 지상에 오르내리고 있고, 가스,전기 누출로 인한 화재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거기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 사태로 어지러운 시국이라 정치인들과 법관들은 명절도 반납한 채 다음 대선을 위해 소임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우리의 발을 책임지는 대중교통의 승무원, 역무원들은 명절에도 시민들을 위해 쉬지도 못한채 일을 하고있다. 이와 관련해서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하자면 유명한 소설가가 크리스마스에 영국 히스로 공항에 내린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영국은 우리와 달리 명절엔 철도고 지하철이고 버스고 상점이고 뭐든간에 전부 쉬는 날이기 때문에 호텔에 찾아가기가 굉장히 난감했다고 전해진다. 당사자 입장에선 황당했겠지만 모두가 쉬어야 하는 공휴일이라면 응당 이 나라의 국민이 누구던간에, 무슨일을 하던간에 쉬어야 정상이 아닐까? 영국같은 사회를 본 기자는 우리가 지향해야 할 사회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이지만 술이 한잔 두잔 들어가다보면 가족간에 이런저런 사건사고도 많이 발생하는것 역시 명절. 잘나가는 친척들에 비해 초라함을 느낀 가장들이 자살을 하기도 하고, 가족간의 풀리 지 못한 재산정리 문제라든지, 이런저런 사소한 문제들로 오히려 가족들이 헤어지게 되는것도 아이러니하게도 명절이 될수있다.

정신 건강 의학과 원장들은 “오랜만에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이는 명절에는 묵은 갈등이 충돌하거나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등의 스트레스를 받기 쉽다,이러한 감정이 음주를 계기로 폭발하면 가정폭력이나 자살 등 극단적 상황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견해를 내놓기도 했다.

제발 올 설날에는 아무런 사건 사고 없이 다들 뜻깊고 편안한 명절이 되길 빌어본다. 쉬는 날은 좀 제발 서로 자극 하지말고 스스로의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한 것에만 몰두하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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