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산업 및 우주항공에 활용될 수 있는 얼음 제어 기술 개발돼

[이뉴스코리아 박양기 기자] 얼음은 0℃ 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29일 압력만으로 얼음을 만들고 형상 제어하는데 성공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제는 상온에서도 얼음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RISS 융합물성측정센터 책임연구원이 얼음성장 과정을 실시간으로 관측하는 초고속카메라를 조정하는 모습 (사진제공=KRISS)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이 초고압의 극한 환경을 구현해 상온에서 얼음을 만들고 형상을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바이오·식품·의료, 항공우주 등 다양한 산업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KRISS의 융합물성측정센터 극한연구팀은 1만 기압 이상의 압축을 이용해 물을 얼음으로 형성하는데 성공했고 해당 형태 변화의 과정을 분석했다. 해당 연구 결과는 온도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얼음의 크기나 형태, 성장하는 속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데 의의가 있다.

돼지고기나 소고기 같은 경우 냉동시키면 육각형의 얼음결정이 만들어져 세포와 조직을 손상시킨다. 만약 KRISS에서 개발된 기술을 고기에 활용하면 압력을 이용해 고기를 냉각시킬 수 있고 육각형이 아닌 다른 형태의 얼음 결정이 생겨나 육질을 보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고도 1만m 상공을 나는 비행기의 날개에는 결빙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인데, 얼음결정을 제어할 수 있다는 것은 이러한 부분에서 활용하면 문제의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KRISS 연구팀의 이윤희, 이수형, 이근우 책임연구원은 초당 대기압의 500만 배까지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실시간 동적 다이아몬드 앤빌셀(anvil cell)’ 장치를 개발, 고압에서의 얼음 성장에 적용했다. 그 결과 상온에서 물을 압축하여 고압얼음을 형성하고, 동적인 압력 조작을 통해 3차원 팔면체 얼음을 2차원 날개 모양으로 변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기존에는 유사한 연구를 위해 주로 온도나 농도 제어에 주목했지만, 열 및 입자의 전달 속도 한계로 결정의 빠른 성장을 관찰할 수 없었다. 반면 압력은 즉각적이고 균일한 적용이 가능하여 기존의 한계점을 극복할 수 있다. 물 분자의 결정화 과정을 상세히 이해하고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KRISS 이윤희 책임연구원은 “고압 냉동기술을 활용하면 식품의 맛과 신선도를 유지하는 새로운 형태의 얼음결정과 냉동공정을 만들 수 있다”며 “이번 기술을 현재 신선식품의 물류에 사용하는 콜드체인(cold chain) 시스템에 적용하면 식품의 상품성이 더욱 향상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KRISS 이근우 책임연구원은 “이번 기술은 다양한 결정구조에 활용할 수 있어 응용분야가 무궁무진하다”라고 말하며 ​”초고압과 같은 극한 환경에서는 새로운 물질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어 한계에 부딪힌 과학기술을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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