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술이라던 소주는 어디에

환경부는 당월 24일 빈용기보증금 인상을 빌미로 업계 수익과 무관한 주류가격 인상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사진제공=픽사베이)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 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나는 생각한다

 

백석의 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전문을 보면 사랑하는 연인을 떠올리며 소주를 마시는 화자가 눈앞에 그려진다. 그는 가난하다. 속세같은 것은 집어치우고 사랑하는 연인과 깊은 산골로 가 세상을 등지고 살고 싶어 한다. 이런 화자에게 위로가 되는 대상이 소주이다. 소주는 사랑하는 연인을 떠올리게 하는 매개체로도 보인다.

이처럼 백석의 시 속 가난한 화자의 시름을 달래던 한 잔 술이 나날이 가격 고공행진 중이다. 서민 술의 대표주자던 소주는 물가를 타고 서민이라는 대명사와 점점 멀어지고 있다. 경기 불황의 시름을 잊으려던 서민들은 슬그머니 올린 소줏값에 스트레스를 더 쌓고 있는 실정이다. 비단 소주뿐만이 아니라 맥주값도 줄줄이 인상되고 있다. 특히 빈병 보증금 인상 시행 이후 소줏값을 5,000원으로 인상한 음식점도 증가하고 있다. 이때다 싶어 값을 올린 업체를 보며 볼멘소리를 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당월 24일 빈용기보증금 인상을 빌미로 업계 수익과 무관한 주류가격 인상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1월 16일부터 소비자·시민단체와 한국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로 구성된 ‘빈용기보증금 모니터링단’을 구성하여 수도권에 위치한 편의점 등 소매점의 주류가격과 빈용기 반환실태 등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환경부는 최근 일부 프랜차이즈 음식점 가맹본부 등이 주류가격을 인상하려는 움직임을 포착하여 1월 23일부터 수도권 1,000여개 음식점에 대해서도 조사하고 추후로 2월부터 전국 소매점과 음식점으로 대상을 확대한다고 의사 전달했다.

또한, 관할 지자체·시민단체 등과 함께 편의점 등 소매점의 빈용기보증금 환불여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하기로 했다.

환경부는 이후 빈병 관련 소비자 반환이 증가할 것을 예측하여 지난해 빈용기 취급수수료 인상에 이어 도서·농어촌지역 회수지원, 플라스틱 박스보급, 우수업체 포상 등 각종 지원 대책도 단계별로 확대할 계획이다.

보다 많은 소비자에게 빈용기보증금을 돌려주려는 취지에서 시작한 빈용기보증금 인상 방안. 해당 방안의 의의를 소홀히 하여 이때다 싶어 무분별하게 소줏값을 올리는 업체들이 줄어야 다시금 한 잔 술로 서민의 시름이 덜어질 수 있을 것이다. 정부에서 해당 업체에 대해 강력한 대응을 추진할 예정인 만큼 보다 건전하고 공정한 시장질서가 확립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