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사토리’세대와 미국의 ‘파이어 세대’ 그리고 한국의 ‘N포 세대’

 

일본의 버블 경제 붕괴 이후 생겨난 일본의 사토리 세대

 

[이뉴스코리아 권희진 기자]사토리란 ‘깨달음’이란 뜻으로, ‘안분지족’하는 법을 깨달은 세대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198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10대 후반~20대 중반 일본 젊은이 중 절망적 미래의 헛된 욕망을 버리고 만족하고 사는 신종 세대를 뜻한다.

일본의 버블 경제가 붕괴하면서 실업과 상대적 빈곤이 이들 세대를 덮치면서 반소비적인 삶이 확산됐다. 그리고 욕망 또한 지양했다. 여기에는 흔히 불교에서 말하는 달관과 깨달음의 철학보다는 좌절과 체념의 정서가 그 실체를 이루고 있다. 불황으로 닥친 ‘달관’은 그들을 무욕의 삶으로 이끌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생겨난 미국의 ‘파이어(FIRE)’족

한편 미국에는 ‘파이어’족이 있다. 일본의 사토리와는 그 성격이 다소 다르지만 절제와 절약을 통해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려는 취지는 같다. 이들은 보통 대출금의 부담과 직장 스트레스로부터 빨리 벗어나기 위해 ‘조기 은퇴’를 꿈꾸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경기 침체기에 사회생활을 시작한 밀레니얼 세대(1981~96년생)가 파이어족을 형성하게 됐다. 파이어 운동의 기본 개념은 ‘짧게 벌고 적게 쓰기’다.

불황을 통해 성장하고 사회를 배운 세대들은 ‘돈’의 공포와 위력을 체감하며 자랐다. 그‘여유’를 꿈꾸지만 결코 쉽지 않은 인생의 철학을 통해 자연스럽게 미래를 준비하고 현재를 견디는 힘을 배웠다. 그렇다고 해서 이 세대가 인내심과 내공을 지녔다고 단언하긴 어렵다. 단지 상황에 맞춰 자신들이 돌파해야할 생존의 ‘포지션’이 긍정적 방향을 지향했을 뿐이다.

자본주의의 상징이자 소비의 왕국인 미국의 젊은이가 사치와 낭비를 외면했다는 점에서 박수를 쳐야할까. 부모 세대와 다른 경제의 어려움을 체득한 젊은이들의 ‘난데 없는’ 절약은 그들의 활력을 빼앗고 욕망조차 잠재웠다. 더 큰 문제는 자립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를 낳았다는 것이다.

일본의 사토리나 미국의 파이어는 자동차나 유명 브랜드 핸드백이나 고급 부츠를 원하지 않는다. 또한 그들은 아르바이트를 하고 대학 졸업 후 독립을 거부하고 부모의 집에서 오랫동안 생활한다.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것으로 머물지 않고 결혼하거나 아이를 갖지 않으며 단순한 연애조차 거부한다. 그야말로 존재할 뿐이다.

 

“왜? 너무 귀찮아. 오, 그리고 너무 비싸다.”

 

우리나라에 삼포 세대가 생겼다. 국어 사전에 등재된 이 어휘는 사회ㆍ경제적 상황으로 인해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한 세대라고 정의한다. 이 후에는 잡을 포기하고 포기에 포기를 거쳐 희망마저 초기한 N포 세대가 등장했다. 포기할 것이 무한대로 늘어났다는 젊은 세대들의 아우성에 기성 세대들은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청년세대의 고통은 결국 ‘일자리 문제’로 귀결된다. N이라는 미지의 숫자를 돌고 돌아 결국 일자리 문제로 돌아온 것이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6일 “글로벌 경제 상황과 인구·산업 구조적 문제 등과 맞물려 일자리 상황은 여전히 매우 엄중하기만 해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또한  “일자리의 양과 질이 나아질 수 있도록 모든 대책 마련에 전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리고 그들은 어른들을 겁먹게 하고 있다”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경제 불황의 출구 전략은 난관에 봉착했다. 극심한 실업과 고물가의 위기를 견뎌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우리나라의 N포 세대가 일본의 사토리 세대나 미국의 파이어족처럼 사회적 위기를 개인적으로 혹은 내적인 방식으로 표출할 수도 있겠지만 이들의 분노와 좌절이 극단적이고 공격적으로 표출된다면 우리 사회는 또 다른 위기에 직면한 것이 아닐까[이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