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발적 입소 장애인, 거주시설 인권침해 노출 비율 높지만 자립도 힘들어

[이뉴스코리아 심건호 기자] 장애인의 자립에는 고용문제와 거주문제 등 다양한 문제가 포함되어 있으며, 몇몇 장애인 단체가 주장하는 장애인 자립과 탈시설화에는 막대한 예산과 사회적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장애인을 위한 자리는 주차장의 장애인석밖에 없을까. 그들의 자립은 언제쯤 가능할까(사진=픽사베이)

하지만 언제까지고 예산과 사회적 비용 등을 고려한 해결책을 고민만 할 수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자의가 아닌 타의로 장애인 시설에 있는 장애인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인권위가 중증의 발달장애인이 주로 거주하는 중증장애인거주시설과 만성적 정신질환을 갖고 있는 정신장애인이 거주하는 정신요양시설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실시했다. 현재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생활인은 전국 233개 시설 약 1만1천명, 정신요양시설 거주자는 전국 59개 시설 약 1만 여명에 이른다.

조사 결과,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응답자 중 67.9%가 비자발적 입소자로 나타났다. 사유로는 ‘가족들이 나를 돌볼 수 있는 여력이 없어서’(44.4%)가 가장 많았다. 응답자의 21.3%가 시설 입소 당시 사전 설명을 제공받지 못했고, 30.1%는 입소 당시 계약서에 직접 서명하지 않았으며, 22.3%는 입소 당시 원하는 서비스 요청 기회를 제공받지 못했다.

또한, 1개 숙소 거주인원으로 3~5명(52.4%)이 가장 많았고, 6명 이상(36.1%)이 뒤를 이었다. 때문에 다른 사람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없고(38.3%), 자신이 원할 때 자유롭게 목욕하기 어려우며(34.8%), 다른 사람과 함께 목욕을 해야 하는(55.2%) 등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중증장애인거주시설 내 언어폭력(18.4%), 무시(14.9%), 신체폭력(14.0%), 강제노동(9.1%), 감금(8.1%), 강제 투약 또는 치료(6.7%) 등이 만연해 인권침해도 심각한 것으로 조사됐으며, 응답자의 18%는 퇴소 가능성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 응답자의 42.6%는 시설에서 나가 살고 싶다고 했고, 이 중 즉시 나가고 싶다는 응답은 54.8%에 달했다.

정신요양시설 역시 ‘비자발적 입소’(62.2%)가 압도적인 가운데, ‘가족들이 나를 돌볼 수 있는 여력이 없어서’(55.7%)라는 사유가 가장 많았다. 1개 숙소 6명 이상 거주 비율이 62.7%로, 다른 사람이 안 보는 곳에서 옷을 갈아입을 수 없고(70.7%), 타인에게 노출된 상태에서 목욕하는 경우(58.3%) 등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보호받지 못했다.

정신요양시설 내 폭력․학대 또는 부당한 대우(24.7%), 강제 격리 조치(21.7%), 강박(12.4%), 강제노동(13.0%)과 같은 인권침해도 심각했다. 응답자의 34.5%는 퇴소 사실 자체를 인지하지 못했다. 응답자의 59.7%는 퇴소 의사가 있으며, 즉시 퇴소하고 싶다는 응답도 53.8%에 달했다. 퇴소 결정자는 가족(50.2%)이라는 응답이 본인(18.4%) 보다 월등히 높았다.

이에 인권위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공유하고, 장애인거주시설과 정신요양시설 관계자 및 거주인, 보건복지부, 시민단체에서 참석해 시설생활인 인권상황 개선을 위한 정책대안을 모색했다.

장애인계에서는 이러한 문제점 등을 이유로 시설 중심의 장애인 복지에서 지역사회 중심의 장애인 복지로 나아가야 한다고 하며 관련 법 발의와 제정 등이 선행돼야함을 말하고 있지만, 정부의 소극적인 추진과 관련 법 세부 사항 논의 등으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또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법의 선행을 외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법 제정 자체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장애인복지법의 개정과 새로운 법 제정 사이에서 장애인 거주시설 폐쇄법이 표류할 가능성을 두고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장애인의 자립과 진정한 복지를 위해서는 정부와 관련 기관, 관련 장애인 단체 등의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이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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