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속 성차별, 이대로 괜찮을까

[이뉴스코리아 심건호 기자] TV 프로그램속 남성과 여성의 차별정도는 어느정도 일까?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 해 한국방송학회에 의뢰해 미디어의 성차별 실태를 모니터링한 결과, 시사토크 진행자와 뉴스 인터뷰 대상자의 남성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지난 해 임기가 만료된 방송통신심의위원 3기 전원이 50대 이상 남성으로 조사됐다.

지난 해 방송된 지상파(4개)와 종합편성(4개) 채널 드라마․연예버라이어티․뉴스․교양․시사토크 프로그램의 출연자 성별과 역할, 성 관련 표현방식 등을 분석한 결과, TV 속 등장인물로 전문직 남성의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렇다면 뉴스는 어떨까? 뉴스에서도 앵커를 비롯해 취재기자 및 인터뷰대상자에서 여성보다 남성의 출연 빈도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오프닝 멘트의 약 65%는 남성앵커가 담당하며 주요 뉴스를 다루는 부분도 남성앵커가 소개하는 경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무엇보다 남녀간 앵커 연령 차이가 상당했다. 여성앵커의 경우 10명중 8명이 30대 이하인 반면 남성앵커는 약 87%가 40대 이상이었다. 인권위는 세상의 단면을 보여주는 뉴스에서 여성앵커와 남성앵커간의 나이 격차가 크다는 사실은 우리사회에서 여성과 남성이 어떤 위계질서를 갖는지 보여주는 것일 수 있음을 시사점으로 지적했다.

2017년 여성과 남성앵커가 소개하는 뉴스아이템(자료=인권위 제공)

뉴스 인터뷰 대상에서도 이러한 차이가 드러났는데, 인터뷰 대상 중 10명 중 7명은 남성으로 나타났으며, 남성 중 전문직 종사자 비율은 26.6%이었다. 인터뷰 대상 여성 중 전문직 비율은 지난 2015년 10%에서 지난 해 23.5%로 늘었으나, 전체 인터뷰 대상자 중 5.8%에 불과한 수준이다. 이러한 결과는 ‘남성은 전문직 종사자, 여성은 비정규직’이라는 고정관념을 강화시키는 기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를 낳고 있다.

특히 시사토크 프로그램의 여성 비중이 2015년 36%에서 지난 해 10% 수준으로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 여성의 참여가 시급한 과제로 지적됐다.

이와 함께 2013년부터 4년간 방송심의규정 제30조 양성평등조항 위반 심의사례 등을 분석했다. 지난 2008년부터 2017년 5월까지 방송통신심위원회에서 양성평등조항 위반으로 다룬 심의안건은 74건에 불과하며, 양성평등조항에만 해당하는 사안은 단 1건도 법정제재를 받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방송채널 수와 1일 방송분량 등을 고려할 때 이는 매우 적은 수치로, 양성평등조항이 얼마나 형식적으로 다루어지고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성비 불균형과 젠더 감수성 부재는 여성단체가 지속적으로 지적하고 있는 문제로, 특히 지난 해 임기가 만료된 3기 방심위 전원이 50대 이상 남성만으로 구성된 것으로 나타났다.

TV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재현하는가는 사회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가상의 세계인 TV에서조차 성평등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현실에서 성평등은 기대하기 힘들다. 성평등 실현을 위해 미디어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한편, 인권위는 지난 26일 미디어 성차별 모니터링 결과보고회를 개최했으며, 향후 전문가 자문의견 및 관계기관 등 의견을 수렴해 미디어 성차별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이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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