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vs찬]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 사교육만 키우는 꼴

빼앗아서는 안 되는 아이들이 교육받을 권리 (사진=박양기 기자)

아이들의 교육 출발선은 평등해야 한다는 명목하에 방과 후 영어수업 금지에 대한 유아교육 혁신방안이 발표됐다. 표면상으로만 보면, 아직 뛰어놀 아이들이 굳이 영어공부를 어렸을 때 하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번 영어수업 금지 규제가 나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방과 후 학원이나 과외를 보낼 수 있는 이들에게만 도움이 되는 법이라고 반대표를 던지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청와대 국민청원 및 제안에는 유치원, 어린이집 수업금지에 대한 반대 글이 여럿 올라와 있고 그 의견에 동의한다는 이들도 많다. 그들은 영유아 영어교육 금지가 학생들이 저렴한 금액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권리를 뺏어가는 것이라고 말하고 사교육 시장을 더욱 키우는 일이라는 주장을 바탕으로 청원을 올리고 있다.

우리나라 공교육에 대한 시선은 꽤 오래전부터 곱지 않았다. 주입식 교육이 주를 이뤘고 높은 성적이 곧 꼬리표였고 결과만으로 대학을 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있었다. 그러한 흐름 속에서 누구보다 빨리, 누구보다 많이 공부하는 것이 중요했다. 높은 학구열 경쟁 속에서 학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질 좋은 교육을 해주기 위해 사교육에 손을 뻗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환경이 2018년이 된 지금까지 이어졌다. 큰 변화는 없었다. 수능 제도는 여전히 대학을 결정하는 가장 큰 시험이고 대학은 취업 시 가장 큰 스펙 중 하나이며, 좋은 대학을 가기 위해 수능 고득점을 노리려면 학교수업만으로는 부족하다.

평등한 교육의 기회가 필요한 아이들 (사진=박양기 기자)

그런데 어렸을 때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서 해주는 영어교육만으로도 많은 도움을 받았던 형편이 부족한 집안들은 이제 다른 가정과 비교해 좀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자신의 돈을 써서 사교육을 받아야 할 상황에 놓여졌다.

또한, 청원으로 올라온 글에는 “대한민국에서 영어수업을 폐지해라”라고 극단적인 영어수업 자제에 대해 언급하는 이들의 의견이나, 최근 주입식 교육이 아닌 놀이형 교육으로 진행되는 과목 중 가장 즐거운 시간이 영어 시간이라는 등의 의견 등이 올라와 있다. 이는 영유아에게 노는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목적으로 영어교육 금지를 외친 이번 정책에 정확하게 반대되는 의견인 것으로 보인다.

물론 모두가 함께 법의 사각으로 나가지 않고 영어공부를 멈추고 아이들에게 노는 시간,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주자라는 취지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모든 가정이 방과 후 영어수업을 금지한다고 해서 함께 놀 수 있는 시간이 생길 수 있는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많다. 이어 4차산업까지 빠르게 발전하는 이 시대 속에서 영어를 늦게 배우게 하는 것이 시대의 흐름에 맞는 정책인지에 대한 의문도 계속해서 던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