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상의 주인은 누구인가

누군가 덮어준 담요와 둘러준 목도리, 씌워진 털모자. 국민이 지켜주고 있는 종로구의 소녀상 모습 (사진=박양기 기자)

“씁쓸하다기보다 분노라고 할 정도로 화가 납니다”

영하로 떨어진 지난 주말, 따뜻한 집에서 보낼 수 있는 꿀 같은 시간을 버리고 21세의 청년과 18세의 학생은 소녀상의 옆을 지키고 있었다.

2017년 정유년이 밝았다. 유난히 말이 많았고 힘들었었던 2016년을 뒤로 하고 앞으로는 좋은 일만 있길 소망했다. 하지만 너무나 큰 걸 바란 걸까. 1월이 채 가기도 전에 또다시 화가 나고 분한 소식을 들어야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월 초부터 부산의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난 2015년 ‘한일 위안부 협정’이 체결됐고 그들은 약속을 지키고 있는데,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약속을 지키고 있지 않다는 것이 그의 의견이었다. 일본의 한 프로그램을 통해 아베 총리는 한국이 제대로 된 성의를 보여줘야 한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또한 일본은 이미 10억엔을 한국에 전달했다는 말까지 전하며 이는 국가 신용의 문제라고 말했다.

사실 객관적으로 보면 그의 말이 백번 옳다. 개인적인 약속이 아니다. 국가와 국가 간에 ‘한일 위안부 협정’이라는 이름 아래 합의를 한 것이다. 그러니 합의를 진행한 사람은 이를 이행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과연 소녀상 철거를 포함해 일본과 합의를 한 몇 명의 사람들이 그러할 권리가 있는 사람들이었을까. 소녀상의 주인은 과연 누구일까. 소녀상을 세운 의미가 무엇인지 알고 있다면 과연 그들이 제시한 금액이 10억엔이 아닌 일본이 가진 돈 전부였더라도 그걸 받는 것이 먼저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다.

지난 15일 밤 8시, 종로구의 소녀상을 지키고 있었던 것은 이 나라에 젊은 청년과 어린 학생이었다. 그들은 파주, 수원 각자의 따뜻한 집에서 쉴 수 있는 시간을 포기하고 더 힘 있는 누군가가 해야 할 일을 대신하고 있었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 국가는 개인이 가지는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확인하고 이를 보장할 의무를 진다”

위안부 할머니들의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는 국가에서 얼마나 인정해준 걸까. 그들이 행복을 추구할 권리, 소녀상 이전과 철거라는 대처로 빼앗는 일은 아닐까. 계속해서 의문이 떠오르게 만드는 일들을 시행하는 정부가 과연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다.

종로구의 소녀상은 왠지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은 곳에 세워 놓은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외로워 보였고 추워 보였다. 몇 년째 소녀상 뒤에서 공사를 하는 공간 때문에 소녀상은 더 초라해 보였고 괜히 일부러 공사를 늦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보고 싶었다. 최근 일련의 사건 때문에 누구를 믿고 무엇을 믿어야 하는지 모르는 사회가 된 듯 보인다.

그래도 지켜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사람은 있다. 어떤 누군가는 그들 앞에서 떳떳하지 못하고 부끄러워할 줄 알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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