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성화고 현장실습 폐지, 근본적인 대책될 수 있나

지난달 9일 특성화고 졸업반이던 이민호 군이 현장실습을 나간 제주의 한 공장에서 혼자 일을 하다 제품적재기에 목이 끼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이 군은 중환자실에서 열흘간 치료를 받았지만 끝내 숨졌다.

산업체 내에 안전한 실습 환경이 조성돼 있는지의 여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할 때(사진제공=픽사베이)

이군이 사망하기 앞서 친구에게 남긴 카톡 전문이 공개되면서 열악한 근무 환경 속에서 실습생 신분이었던 그가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렸음이 밝혀졌다. 이군은 “12시간 동안 단 1분도 앉지도 못하고 일하고 있다”고 적었다. 이어 “고장 나면 내가 기계 수리까지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현장실습의 경우 근무역량을 키우기 위한 실습으로 근로의 제공이 아니라 교육이 목적이다. 허나 강도 높은 업무로 실습생들을 사지로 내몰리고 있는 경우가 적잖은 실정이다.

이민호 군에 앞서 지난 1월 전주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에서 근무 중이던 전주의 특성화고에 재학 중이던 현장실습생 홍모양이 저수지에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센터 내에서도 감정 소비가 크고 인격 모독을 당하는 경우가 빈번해 악명 높았던 ‘해지방어’ 부서에서 실습했던 홍모양은 할당받은 해지등록률에 대한 실적압박이 심했던 것으로 보인다. 홍양이 목숨을 끊기 앞서 언제 퇴근하냐는 홍양 아버지의 물음에 “나 콜수 못 채웠어”라는 문자를 남겨 누리꾼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낸 바 있다.

잇따른 특성화고 현장실습생의 사고에 교육부가 ‘현장 실습 전면 폐지’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1일 김상곤 사회부총리는 ‘조기취업 형태의 현장 실습’을 폐지하고 취업률을 중점으로 둔 성과주의를 타파하겠다고 전언했다.

허나 교육부는 지난 4일 다시금 “산업체 현장실습 자체를 전면 폐지하려는 것이 아니”라고 정정했다. 교육부는 이어 “현장에서는 학생이 기업에 조기취업해 근로중심으로 운영되다보니, 학생을 교육대상이 아닌 근로자로 인식”해왔다는 점을 짚으며 “이 때문에 안전사고뿐만 아니라 권익 및 노동인권침해(임금미지급, 근로시간 초과, 유해위험 업무 지시, 부당한 대우) 등이 발생한 것이 현실”인 점을 꼬집었다.

덧붙여 “학습중심 현장실습이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계부처(고용부, 산업부, 중기부 등)와 협력해 다양한 행·재정적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우리 사회 전반의 인식개선에도 지속적으로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부터는 6개월간 노동력을 제공했던 현장실습 기간이 절반으로 줄어들며 노동력 중점이 아닌 학습 중심으로 개편된다.

허나 일각에서는 산업체에서 투입됐던 경력을 통해 졸업 전 취업이라는 강점을 지녔던 특성화고의 이점이 사라진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표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실습기간을 절반으로 줄일 경우 실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업무의 숙련도 역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는 의견도 적잖으며 단순히 현장실습 폐지를 논점으로 왈가왈부할 것이 아닌 작업장 내에서 실습생의 노동 환경에 대한 개선 방안을 보완해야 한다는 견해도 많다. 뿐만 아니라 근로일수를 줄이고 실습이 아닌 학습을 중점적으로 시행될 경우 특성화고가 그간 내세웠던 현장 실무 경쟁력이 하락하는 상황이 속출될 수도 있다.

앞서 제주도 공장에서 목이 끼어 사망한 이민호 군 역시 일 12시간이 넘는 고강도의 업무와 관리자의 현장 부재 등이 문제였다. 뿐만 아니라 콜센터에서 악명 높은 부서에 배치돼 감정 노동에 시달려야 했던 홍모양 역시 실습생 신분으로써 고강도 업무가 그를 억눌렀다. 현장실습에 앞서 개선돼야 하는 점은 근로 환경이다.

실습의 폐지·혹은 근로 기간 단축보다 근로 환경에 관리감독관이 제대로 상주해 있는지 또는 산업체 내에 안전한 실습 환경이 조성돼 있는지의 여부를 먼저 따져보아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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