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도서관에서 무조건 자리 맡아 놓지 마세요

펼쳐져 있는 책과 의자에 놓여있는 가방들로 채워진 도서관의 빈 자리 (사진= 류동권 기자)

29일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도서관에 들러 책을 읽거나 시험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책을 고르던 중 도서관 곳곳에 있는 문구가 띄었다. ‘1시간 이상 비울 경우 다른 이용자들을 위해 자리를 양보해주세요’ 하지만 펼쳐져 있는 책과 의자에 놓여있는 가방들이 사람을 대신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이후 1시간이 넘도록 빈자리는 물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정작 공공도서관에 온 사람들은 다른 사람이 맡아 놓은 자리 때문에 맨바닥에 앉거나 서서 책을 읽었다. 이후 2시간이 다 되어갈 무렵 해당 물건의 주인들은 맡아놓은 자리에 앉아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이를 감시해야 하는 사서는 도서에 관련된 업무를 하거나 자신이 준비해놓은 책을 보는 등 도서관에 부착된 문구에 신경을 쓰지 않았다.

맨바닥에 앉거나 서서 책을 읽는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책을 읽지 못하는 것에 불만이 없다면 상관없을 수 있다. 하지만 공공도서관에 부착된 문구는 이곳을 이용하려는 모든 사람이 지켜야 하는 수칙이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초·중·고 교육과정 속에서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서관은 정숙해야 하는 곳으로 인식됐다. 이러한 점은 성인이 되고 나서 도서관을 이용하면 누구나 지키고 있는 예절이다.

도서관에 자리를 맡아 놓지 말라는 간단한 문구는 정확하게 안내가 되지 않고 안내문으로만 적혀 있어 이를 지켜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기적으로 무조건 자리를 맡는 국내의 도서관 문화는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도서관 문화를 처음 접하는 시기인 청소년기가 아닐까 싶다.

청소년기에 들어서는 국내 아이들은 초·중·고를 합쳐 12년의 의무교육과정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12년 동안 배우는 국어, 수학, 사회, 과학, 영어 등 기초 과목과 여기서 세분되는 과목까지 합쳐진다면 학생들이 배워야 하는 과목은 어마어마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학교 수업시간은 선생님의 일방적인 지도로 이뤄지는 주입식 교육이 대부분이다. 방과 후에도 학생들은 학교에서 배우는 많은 과목의 시험을 대비하기 위해 과외학원에 가거나 도서관에서 조용하게 공부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과 이야기하는 시간이 적을 수 밖에 없다.

이런 대화 부족은 나와 상대방의 사고방식이 다르다는 것을 인정하지 못하고 자기만을 생각하는 잘못된 이기주의가 생긴 것이 아닐까 싶다. 현재 국내의 잘못된 이기주의 사고방식이 모든 이들이 이용하는 도서관 문화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보인다.

이기적인 생각으로 무조건 자리를 맡는 사람들과 도서관을 관리하는 이들 역시 노력해야 한다. 도서관을 이용하는 이들은 올바른 도서관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도록 오랫동안 자리를 비울 시 간단한 메모 하나 남겨 앉아서 책을 읽을 상대방을 배려해야 한다. 도서관을 관리하는 사서와 관리자들 역시 오랫동안 물건들로 방치된 빈자리를 확인해 다른 도서관 이용자들이 불편 하는 일이 없도록 조치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