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세상] 전 세계 모든 여성이 임신 기능을 상실한 시대, 저출산과 인류의 종말

 

영화 <칠드런 오브 맨> 공식 포스터

서기 2027년, 전 세계 모든 여성이 임신 기능을 상실하고 만다. 세계 각지에서는 폭동과 테러가 일어나고 대부분의 국가가 무정부 상태로 무너져 내린다. 유일하게 군대가 살아남은 영국에는 불법 이민자들이 넘쳐나는 상황에서, 자신의 아들이 죽은 후 모든 희망이 사라진 테오는 기적적으로 임신한 흑인 소녀 키를 보며 새생명에 대한 기적을 다시금 느낀다. 이후 테오는 키가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일명 ‘인간프로젝트’를 성공시키려 고군분투한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2006년 작 <칠드런 오브 맨>은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담고 있다. 지구상에서 새로 태어나는 인간 생명체는 없으며 지구는 종말을 향해 달려간다. 세상이 불임이 되어서 아무도 아기를 낳지 못하는 상황속에서 인간들은 이 문제에 대해 이유를 찾아 나가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답을 찾지 못한다.

영화는 왜 여성들이 임신 기능을 상실하고 종말의 시대가 도래했는지에 대한 직접적인 이유를 보여주지 않는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지구에 남아있는 인간들은 새생명을 갈구하고 유일하게 불임의 시대에서 태어난 생명을 신성시하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인다.

2027년, 그리 머지 않은 미래의 모습을 그리고 있는 <칠드런 오브 맨>의 세상을 보면 지금 현시대 모습과 그리 이질적이지 않다. 영화 속에서 그려낸 새생명의 울음소리가 귀한 세상은 점점 현실화돼가고 있다.

올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사상 최저치인 1.04명으로 예측됐으며, 2027년 이후로 인구가 점차 감소할 전망이다. 영화 <칠드런 오브 맨>처럼 극단적으로 새생명이 사라지지는 않지만, 저출산이 지속되다보면 언젠가는 새생명의 울음소리가 그치고 장기적으로는 인구가 사라질 가능성이 충분하다.

개인주의 가치관이 확산되고 경제적인 이유로 결혼을 지양하는 젊은층이 두터워지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이 2030 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결혼문화 인식에 대해 조사한 결과, 5명 중 1명꼴은 결혼을 하지 않는 편이 좋다라는 의사를 내비쳤다.

결혼하는 젊은층의 감소는 자연스럽게 출산율의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정부 역시 저출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시도별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설치하고 각 지방자치단체에 저출산 전담팀을 두기로 했다고 밝혔다. 윤종인 행안부 지방자치분권실장은 “인구절벽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전 사회적 총력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한 바 있다.

저출산에 대한 대책은 매년 나오고 있다. 왜 아이를 낳지 않을까? 라는 질문을 비틀어 다시금 자문하자면 아이를 낳을만한 세상인가? 저출산 시대를 디스토피아적으로 암울하게 그려낸 <칠드런 오브 맨>를 보면 왠지 이질적이지 않다. 희망이 사라진 세상 속에서 새로운 생명이 뿌리내릴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