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가 있는 자녀를 둔 엄마들을 위한 선물

평생을 엄마로 살아가는 여성들은 자신만의 시간을 갖기가 쉽지 않다. 자신의 꿈에 대한 도전과 노력의 에너지는 자녀의 양육에 온전히 쏟아지며, 그녀들의 삶에는 휴식이라는 단어가 사라진다.

중증 장애 자녀를 둔 엄마들은 어떠할까? 아이들은 잠시라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움직이기에 항상 바라보며 챙겨줘야 한다. 중증 장애 자녀를 둔 엄마는 자녀에 대해 더 신경쓰고 챙기기에 잠깐의 여행은 생각도 할 수 없다.

이러한 그녀들을 위해 지난 8일, 장애가 있는 자녀를 돌보느라 제대로 된 여가시간을 가져 본 적 없는 엄마들이 밀알복지재단과 MBC나눔을 통해 힐링여행에 나섰다.

장애를 가진 자녀를 돌보느라 여가시간이 없던 그녀들이 여행을 떠났다 (사진제공=밀알복지재단)

그녀들은 ‘여행 가시겠어요?’ 라는 말에 꿈 같았다고 한다. 뇌병변장애, 희소난치성질환인 웨스트증후군을 앓는 정고은(7)양의 어머니 이애숙씨(53)는 고은이를 낳기 전에도 혼자만의 여행은 가 본적 없었기에 53년만에 처음으로 오로지 자신을 위한 여행을 가게 되었다고 한다.

임신 7개월째 딸 고은이에게 이상이 있는 것을 알게되었다고 한다. 병원 검진을 하다 뇌실이 확장된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병원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했지만, 출산 후 상황은 달랐다. 갓 태어난 고은이에게 좌, 우뇌를 감싸고 있는 구조물인 뇌량이 없었던 것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은이에겐 간질 증상까지 나타나며 소아 간질 중 2%를 차지한다는 희소난치성질환인 웨스트증후군인 것을 알게 되었다.

52년만에 처음으로 자신만을 위한 여행을 떠난 이애숙씨(53) (사진제공=밀알복지재단)

그 이후부터 이애숙씨의 삶은 쉴 틈 없이 바쁘게 흘러갔다. 한부모 가정으로, 홀로 고은이의 양육과 생계를 책임져야만 했기 때문이다. 장애로 인해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고은이를 돌보는 일은 쉽지 않았다. 훌쩍 커버린 고은이를 안고 다니다 오른쪽 어깨 근육이 파열되고, 생업을 하다 갈비뼈가 부러지기도 했지만 병원에 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다. 고은이가 잠에서 깨는 새벽 5시 30분부터 시작해, 다시 잠이 드는 늦은 밤까지 엄마를 위한 시간은 몇 분도 되지 않기 때문이었다.

“고은이가 보통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요. 경기하면서 일어나는데, 그거 달래고 나서 밥 먹이고, 씻기고, 주간보호센터 보내고 나면 부업을 시작해요. 그렇게 일 하다가 오후 4시 30분이 되면 다시 고은이를 데리러 가요. 집에 돌아와서 고은이 밥 먹이고, 씻기고, 기저귀 갈아주고 나면 9시쯤 됩니다. 고은이가 잠이 들면 그때부터 부업을 시작하는데, 고은이가 잘 때 몇 차례 경기를 일으키거든요. 그래서 고은이 곁을 지키며 일을 해요. 보통 새벽 1-2시까지 하고, 어쩔 땐 밤을 새기도 해요.”

장애아동을 둔 대부분의 가정이 이애숙씨와 같은 상황을 겪고 있다. 2014년 한국장애인개발원이 발표한 ‘장애아동 및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아동의 주양육자는 평일 평균적으로 약 12시간, 주말과 공휴일에는 18시간을 자녀를 돌보는 데 사용한다고 나타났다. 이는 2009년 기준 우리나라 부모의 자녀 돌봄 시간이 56분이라는 통계청 자료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난다.

모처럼만의 휴가를 갖게 된 장애아 어머니들이 여행을 만끽하고 있다. (사진제공=밀알복지재단)

이에 밀알복지재단과 MBC나눔은 이애숙씨와 같은 상황을 겪는 부모들에게 힐링을 선물하고자 특별한 행사를 마련했다. 이날 모인 어머니들은 동해안 일대 관광은 물론, 메이크오버와 스냅사진 촬영, 토크콘서트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양육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졌다. 모처럼만의 휴가를 갖게 된 이들은 바쁜 일상 속에 잊고 있던 자신의 모습을 되찾고 앞으로 살아갈 희망을 다지기도 했다.

여행에 참여한 이애숙씨는 “장애아를 둔 엄마들의 고충을 알아주고, 위로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여행을 다녀온 후, 여전히 양육과 생계를 책임지느라 몸은 힘들지만, 마음이 기쁘다 보니 주변 사람들로부터 밝아졌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고 말했다. 이어 “자녀를 돌보느라 여행은 꿈도 꾸지 못했는데, 이번 여행을 하는 시간만큼은 엄마가 아닌 ‘나’라는 한 사람으로서 위로 받을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밀알복지재단 정형석 상임대표는 “중증 장애 자녀를 둔 부모들은 개인적인 여가는 물론 제대로 된 여행을 떠나기도 쉽지 않다. 십여 년을 아이만을 바라보며 살아온 부모들에게 특별한 휴가를 선물해주고 싶어 이번 여행을 준비하게 되었다”며 “이번 여행이 장애인 자녀를 둔 어머니들의 지치고 상처 받은 마음을 어루만지는 시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장애아 어머니들이 살아가는 이야기와 힐링여행은 28일 목요일 낮 1시 10분 MBC 나눔 특집 ‘엄마의 가을’을 통해 방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