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극의 원인이 되고 있는 산후우울증

난임과 불임으로 고통 받는 부부가 많다. 2세를 갖는 것은 새로운 생명이 태어나는 것 이상의 귀중한 의미를 담고 있다. 가뜩이나 인구 절벽으로 인해 신생아 수가 점점 줄어들고, 초등학교와 중학교 등 교육 시설마저 감소하는 상황이라, 새로 태어나는 생명의 가치는 정말 말로 할 수 없고 평가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신생아와 영유아 관련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안타까움을 남기고 있다. 더군다나 범죄자의 상당 수가 아이의 부모이다.

지난달 27일 충북 보은의 한 아파트에서 갓난아기의 울음소리가 갑자기 끊어졌다. 30대 여성이 자신의 4개월 된 아기가 시끄럽게 울며 보챈다고 입과 코를 막아 숨지게 한 것이다.

영유아 관련 범죄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사진= 심건호 기자)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 31일에도 비슷한 참극이 벌어졌다. 서울 금천구의 한 빌라에서 30대 여성이 6개월 된 자신의 아기가 울음을 그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불을 덮어 코와 입을 막아 아기를 숨지게 했다. 비극적인 두 사건의 엄마는 모두 경찰 조사에서 아이를 낳은 뒤 산후우울증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이처럼 산후우울증으로 인해 자신의 아이에게 분노로 폭력을 휘두르는 부모가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이렇게 참극을 일으키는 산후우울증에 대해서 ‘그냥 알아서 두면 괜찮아 지겠지’라는 식으로 간과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기에 더 문제가 되고있다.

인구보건협회가 2015년 전국 20~40대 기혼여성 1천 3백여 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분만을 경험한 여성 가운데 무려 약 90%가 산후우울감을 느꼈다고 답했다. 특히 응답자들 중에는 아이를 때렸다는 응답자와 욕을 하고 모유와 분유 등의 음식물을 주지 않은 적이 있다는 응답자가 있어 다소 충격을 안겨주었다.

산후우울증은 이제 가볍게 볼 수 없고, 넘어갈 수 없는 사회적 문제가 되었다 (사진= 심건호 기자)

산후우울증의 원인으로는 아이의 양육이 어렵다는 응답자, 남편의 늦은 귀가와 무관심, 매일 집 안에서만 있어서 등의 순으로 응답 결과가 나왔다. 물론 이에 대한 노력으로 남편에게 도움을 청하고 육아 가사 분담을 요구하는 산모가 많았으며, 맛있는 것을 먹고 친한 사람들을 만나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한 이들도 있었다.

정부의 산모 돌봄 서비스가 지원되고 확대되고 있지만, 산후우울증과 같이 전문적인 인력이 동원되어 상담이 이루어져야 하는 경우에 인력이 부족하여 대기 시간이 길어지는 등의 문제가 있다.

복지부에 전화상으로 문의한 결과 “정신치료 관련해서 금전적인 지원제도는 아직 없으며, 보험 관련 문의는 타 부처에 다시 해야한다”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이처럼 아직도 산모에 대한 지원제도는 미흡한 부분이 많으며, 부처별로 연계되는 프로그램이 없어 사각지대에 놓이는 이들도 생기고 있다.

청소년 산모와 젊은 산모, 혹은 고령의 산모 등 아이를 낳은 산모들은 호르몬 변화와 삶의 구조 변화로 인해 정서가 불안정해지고 쉽게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에 남편을 비롯한 가족들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어린 위로와 행동이 중요하겠지만, 내원이 힘든 산모들을 위한 방문 돌봄 서비스와 같은 정부의 복지안이 조금 더 확대되고 체계적으로 운영될 필요가 있지 않을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