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버티는 자가 이기는 자?

알게 모르게 많은 이들이 충동을 인내로 다스린다 (사진=손은경 기자)

힘들어도 끝까지 버티는 자, 이겨내는 자가 최후의 승자라는 말이 있다. 어떤 경우에도 끝까지 참으면 무슨 일이든 이루지 못할 것이 없다는 말로 우리는 예부터 ‘참을 인자 셋이면 살인도 피한다’라는 속담까지 써왔다.

이처럼 알게 모르게 많은 이들이 충동을 인내로 다스린다. 직장 내에서 반강제적으로 이뤄지는 회식, 불리한 연봉협상 등 부당한 조건에 맞닥뜨린 직장인의 경우도 결국에는 현실에 순응하며 불합리한 현실 속에서도 오직 참는 것만이 능사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그들은 스스로 자조 어린 말로 ‘호구’라 칭하기도 한다.

윤태호 만화가의 작품 ‘미생’을 보면 ‘회사가 전쟁터면 밖은 지옥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해당 문구는 직장인들로 하여금 퇴사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더욱 촉진시켰고 많은 직장인들이 회사에 남아있는 것을 감사하게라도 생각했다.

그러나 ‘참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라는 말처럼 버티는 것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내 잘못도 아닌데 상사의 책임을 내가 져야 할 때, 퇴근 후에도 카톡으로 밀려들어 오는 업무 지시, 과도한 성과를 요구받은 때 인내심에 한계가 오지 않을까?

실제로 직장인 10명 중 9명은 사표를 내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취업 포털사이트가 직장인 1,030명을 대상으로 ‘사표를 내고 싶은 충동을 느낀 경험’에 대해 조사한 결과, 93.2%가 ‘있다’라고 답했다.

사표 충동을 느끼면서도 실제로 내지는 않는 직장인(569명)들은 참고 있는 이유로 ‘당장 경제적으로 어려울 것 같아서’를 첫 번째로 꼽았다. 이어 ‘재취업이 어려울 것 같아서’, ‘아직은 이직이 이른 시기라서’, ‘어디든 비슷할 것 같아서’, ‘경기가 어려워 버텨야 할 것 같아서’ 등을 선택했다.

이처럼 많은 직장인들이 현실적인 이유로 퇴사의 충동을 느끼면서도 견뎌내는 중이지만 개중에는 직장스트레스로 인해 자살을 택하는 이들이 있어 사회 문제로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재작년 일본 최대 광고회사 덴츠에 입사한 신입사원 마츠리가 자살하면서 이후 일본 정부는 초과 근무시간과 같이 기업들의 업무시간에 대한 체계를 규제할 것을 거론하기도 했다. 당시 일본 사회내에서는 초과 근무시간이 직장인의 성실도와 비례한다는 고리타분한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견해도 오갔다.

‘참을 인자가 세 번이면 살인도 면한다’라는 속담을 비꼬는 투로 근래 젊은이들 사이에서 ‘참을 인 세 번이면 호구’라는 말이 사용되고 있다. 힘든 상황 속에서 자기 자신을 옳아매면서까지 언제까지 참아야 하는가. 힘든 상황 속에서 못 버티는 자를 패배자로 치부하는 것이 아니라 부조리한 상황을 개선하는 것이 중점적인 사안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