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두리째 흔들리는 여성의 삶, 리벤지 포르노

데이트 폭력이라는 키워드가 한동안 이슈가 된 적이 있다. 지금도 거리에는 데이트 폭력을 집중 단속한다는 문구가 담긴 플랜카드가 걸려있을 정도다. 그만큼 연인사이라도 지킬 선을 확실히 지켜야한다는 대중들의 의식과 법원의 판결 등의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진 내용이다. 하지만 최근 어쩌면 데이트 폭력만큼이나 무서운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바로 리벤지 포르노이다. 연인간에 은밀한 부분을 공유하고 싶어서 사진이나 동영상 등으로 남긴 자료를 이별 통보를 받거나 했을 때, 인터넷에 유포하거나 성인 사이트에 팔아 넘기는 등의 행동으로 복수를 하는 행동이다. 교제 당시에는 서로간에 은밀한 추억으로 남긴다는 생각에 범죄에 악용되리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는 피해자가 많다고 한다.

교제 당시에는 추억이었던 사진과 영상이 돌이킬 수 없는 범죄가 될 수 있다 (사진= 심건호 기자)

하지만 막상 범죄가 발생하고 난 뒤에는 피해자에게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이 찾아온다. 남에게 보이고 싶지 않은 자신의 가장 은밀한 모습이 담긴 몰카 영상이 인터넷에 떠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대인기피증세와 공황장애 등의 정신질환을 앓을 수 있으며, 증세가 심해져 자살충동을 느끼고 행동으로 옮기는 이도 있다고 한다.

그만큼 심각한 범죄지만 예방이 쉽지 않다. 연인사이에 거부와 거절을 하지 못하고 함께 기록을 남기는 이들이 있으며, 동영상을 삭제하더라도 인터넷 어디엔가 떠돌아다니지 않을까, 누군가 이 영상을 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잠을 못 이루고 사람도 못만나는 경우가 있다고 한다.

대검찰청이 발표한 2016 범죄분석에 따르면 성폭력 범죄 중 카메라 등을 이용하여 촬영한 범죄는 2015년에 7730건으로 2006년 517건 대비 약 14배 급증했다. 몰카 범죄 피해자 성별로는 여성이 98%를 차지하며 대부분의 피해자가 여성임을 보여주었다. 몰카 범죄의 범주 속에 들어가는 리벤지 포르노도 비슷한 비율로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피해 여성들은 풀어낼 수 없는 밧줄에 사로잡힌 삶을 비관하여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하기도 한다 (사진= 심건호 기자)

이와 같은 범죄로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는 피해자의 피해사례에 대해 동영상 삭제 업체 관계자는 “실제로 전화를 걸면 피해자가 자살해 가족이 받는 경우가 많다”며 범죄의 심각성을 전했다.

여성가족부에서는 ‘리벤지 포르노’라는 용어를 퇴출시키고 ‘개인 간 성적 영상물’이란 표현을 사용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포르노라는 단어가 오히려 여성들에게 정신적 2차 피해를 유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포르노는 인간의 성적 행위를 묘사한 영화, 소설, 사진, 그림 등을 일컫는 말로 일반적으로 외설적인 장면을 뜻한다.

4일 여가부 관계자는 “리벤지 포르노라는 단어 자체에서 오는 문제가 많아 여가부 차원에서 우선 해당 단어를 쓰지 않기로 했다”면서 “앞으로 범 정부 차원에서도 대체 단어를 쓰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 열린 제1차 젠더폭력 범부처 종합대책을 위한 관계부처 회의에서도 여가부는 리벤지 포르노를 ‘디지털 성범죄’라는 단어로 포괄 지칭했다.

하지만 실제로 ‘디지털 성범죄’, ‘사이버 성폭력’ 등의 단어로 범죄의 심각성을 전달하기 힘들다는 목소리도 있어, 대체 단어를 만들고, 찾고자 하는 이들도 있다.

여성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며, 자살까지 이어지게 하는 심각한 범죄. 복수라는 이름의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누군가의 삶이 끝날 수도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 또 미디어의 범용성뿐만 아니라 범죄악용성에 대한 내용도 어린 나이의 학생 때부터 교육이 필요하며 주의를 줘야한다.

한편 정부도 디지털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한다. 여성가족부는 몰카 영상, 리벤지 포르노 등 본인 의사와 상관없이 영상물이 유포돼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비용 부담이 큰 영상 삭제비용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좋은 추억으로 남을 사랑의 기억이 피와 눈물의 슬픈 기억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