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교사’ 김하늘 “또 선생님? 같지만 전혀 달라”

배우 김하늘. (사진제공=필라멘트픽쳐스)

비정규직 문제는 학교에도 존재한다. 영화 ‘여교사’ 속 효주(김하늘)는 계약직 신세로 정규직 교사가 되는 것이 꿈이다. 그래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 외에도 교내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한다. 하지만 흙수저의 노력은 계층의 벽을 넘지 못한다. 효주는 예고 없이 등장한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이 정규직 교사로 발령받는 걸 지켜봐야만 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효주의 열등감은 광기로 변한다. 영화는 그 과정을 숨 막히게 그려낸다.

김하늘에게 교사는 낯설지 않은 배역이다. 그는 지난 2002년 ‘로망스’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출연해 출연해 “난 선생이고 넌 학생이야”란 명대사를 남기며 시청자에게 큰 사랑을 받았다. 같은 직업이지만 이번엔 다르다. 김하늘이 이 영화에 출연한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 ‘여교사'(사진제공=필라멘트픽쳐스)

김하늘=교사, 낯설지 않은!

드라마 ‘로망스’는 학생과 선생의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을 그리며 시청자에게 판타지를 선물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하늘은 이후 영화 ‘동갑내기 과와하기’에서도 다시 한번 제자와 사랑에 빠졌다.

“‘로망스’에서는 로맨스가 핵심이였어요. ‘여교사’는 교사와 학생 관계에 대한 시선 자체가 달라요. 효주는 스스로 정식 교사가 아니라는 열등감이 있고 학생들도 그걸 악용해요. 같은 직업이지만 전혀 다른 느낌이죠. 세월이 가고 다양한 연기를 하면서 그때그때 제가 할 수 있는 작품을 선택했어요. 누군가는 또 교사로 등장하는 이번 작품으로 제가 자신의 한계를 넘으려는 것이 아니냐고 하죠. 반드시 그런 뜻은 아니지만 ‘도전’은 맞아요”

영화 ‘여교사'(사진제공=필라멘트픽쳐스)

보고 싶지 않은 상황, 누구나 마찬가지

‘여교사’는 접근하기 힘든 작품이다. 영화는 열등감과 부적절한 로맨스를 버무려 한 개인이 바닥으로 떨어지는 과정을 비극적으로 그려낸다. 이는 영화를 보는 관객이 불편함을 느끼는 부분이다. 작품이 주는 메시지가 분명한 만큼 그 반발도 크다.

“대본을 처음 읽을 때는 제가 할 수 없겠다는 마음이었어요. 그래도 읽었죠. 효주에게 감정이입을 하니 너무 기분이 나빴어요. 하지만 그 여운이 계속 가슴에 남았어요. 가진 거라곤 자존심 하나밖에 없는 친구가 무릎까지 꿇어요. 그 상황이 화가 났고 저 역시 보고 싶지 않았어요. 효주가 버틸 수 있는 건 정규직 선생이 된다는 희망이잖아요. 그것이 혜영이 때문에 무너지죠. 결과적으로는 도전이었어요. 배우로서 효주를 연기하고 싶었고 외면할 수 없었어요.”

영화 ‘여교사'(사진제공=필라멘트픽쳐스)

19금 베드신도 직접 “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무용특기생 재하(이원근)는 효주와 혜영 사이에 선 인물이다. 극 중 효주는 우연히 혜영과 재하의 부적절한 관계를 목격한다. 그리고 그것을 빌미로 평소 눈엣가시로 생각하던 혜영을 자극한다. 그 과정에서 효주 역시 혜영처럼 재하와 육체적 관계를 갖는다.

“청소년 관람 불가 등급이지만 사실 그 부분이 부각되지는 않아요. 전 그래서 좋아요. 베드신이 영화의 중요한 부분이 아니고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것도 아니예요. 제가 할 수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었죠. 재하를 향한 효주의 감정은 단순하지 않고 복잡해요. 혜영의 남자를 뺐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효주도 호기심으로 재하에게 다가가죠. 그러다 그 제자인 재하에게 기대게 돼요. 효주의 감정은 복잡하고 애매하지만, 처음부터 의도한 부분이었어요.

영화 ‘여교사'(사진제공=필라멘트픽쳐스)

미워할 수밖에 없는 혜영, 묘한 분위기의 재하

“극 중 혜영이는 본인이 나쁘다는 걸 몰라요. 아무 생각 없이 정교사로 발령받고 대학교 선배인 효주에게 다가가죠. 혜영이만 놓고 보면 한없이 밝고 예쁜 캐릭터죠. 그런 의미에서 인영씨가 정말 혜영이 같았어요. 이야기할 때나 연기할 때 순수하고 수줍은 느낌이 캐릭터와 잘 어울렸거든요. 재하 역에 대해선 원근씨보다 더 남자다운 느낌을 많이 상상했어요.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연기를 하면서 감독님의 선택이 이해가 됐어요. 재하의 웃음 안에는 묘한 느낌이 있어요. 그런 분위가 영화에 잘 맞았어요.”

‘로망스’ 인기상, ‘온에어’ 최우수연기상 그리고 ‘공항 가는 길’ 최우수연기상

김하늘은 지난해 KBS 연기대상에서 ‘공항 가늘 길’로 최우수연기상을 받았다. 당시 드라마는 불륜 미화로 대중에게 비난을 받기도 했다.

“최우수연기상이 제게 뭔가 보상의 느낌을 주는 건 아니에요. 사실 그런 보상은 드라마 할 때 재미있게 보고 응원해주는 시청자에게 받았어요. 시상식은 시청자에게 감사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였죠. 끝까지 응원해준 팬들 덕분에 드라마를 잘 마칠 수 있었어요.”

(사진제공=필라멘트픽쳐스)

데뷔 ‘20년’에 만난 작품, ‘여교사’가 인생 연기라는 평가가 들려

“이번 영화로 저도 응원을 많이 받았어요. 언론 시사회로 처음 영화를 볼 때 작품으로 보이는 저의 모습이 낯설었어요. 동시에 재미있기도 했어요. 확실한 것은 저와 너무나 다른 색깔의 연기라는 거죠. 그래서 제가 표현할 수 있는 장르를 넓힌 기분이에요. 그 덕분에 앞으로는 더욱더 다양한 작품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인생작이길 바라는 ‘여교사’, 김하늘이 직접 뽑은 터닝포인트 작품 셋

사진제공=브릿지경제

-작품 하나, ‘피아노(2001)’

김하늘, 조인성, 고수, 조재현 등 연기파 배우들이 총출동한 작품. 김하늘은 조인성의 누나 이수아 역으로 출연해 열연을 펼쳤다.

-작품 둘,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

등록금을 위해 과외를 하는 여대학생과 사고뭉치 남학생의 이야기. 권상우와 함께 출연한 작품으로 누적관객수 500만명을 동원한 흥행작이다.

-작품 셋, ‘블라인드(2011)’

시각장애인 여자를 연기한 김하늘은 경찰대생이지만 갑작스러운 사고로 시각장애인이 된 수아로 변신해 관객에게 신선한 충격을 줬다. 김하늘은 수아에 대해 “자신이 연기했던 인물 중 특히 공감 가고 안쓰러운 캐릭터였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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