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굳세어라 청춘, ‘그때 그 시절’ 불안한 청년의 자화상 달라졌나

기존 사회의 벽과 부딪쳐가면서 고뇌하는 70년대 젊은이를 그린 영화 ‘바보들의 행진'(사진제공=네이버 영화 스틸컷)

1975년도에 개봉한 하길종 감독의 작품 ‘바보들의 행진’ 속 청춘들은 미래가 보이지는 않는 현실 속에서 고뇌하며 불안정한 삶을 살아간다. 급격히 전개된 서구 문명의 영향을 받고 성장해온 이들은 기존 사회의 벽과 부딪힌다. 장발 단속, 시위, 음주문화 등 사회로부터 억압받은 젊은이들의 방황하고 좌절하는 모습들이 영화 곳곳에 녹아있다. 그들은 스스로를 바보라 칭한다.

이를테면 Y대 철학과에 재학 중인 주인공 병태는 철학과를 졸업해서 무엇을 하겠느냐는 여자친구의 물음에 이상이 현실과 충돌하고 있음을 느낀다. 고래를 잡으러 가겠다던 영철은 돌연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절벽 끝까지 나아가 자살하는 것으로 마무리됨으로써 불안감으로 얼룩진 청춘의 모습을 직간접적으로 볼 수 있다.

사회의 단속으로부터 억압받으며 젊은날 방황으로 얼룩진 1970년대 청춘과 21세기 들어선 오늘날의 청춘은 좀 다를까? 철학과를 졸업한 후 무엇을 목적으로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하는 영화 속 병태의 모습은 오늘날 청춘과의 모습과 동일시되고 있다.

청춘들의 발길은 어디로?(사진=손은경 기자)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 5월 한국의 실업률은 전체 3.6%이며 29세 이하 청년들의 실업률은 10%에 다다른다. 세간에서는 이를 두고 IMF 이후 역대 최고치의 실업률이라 말하며 바늘구멍만 한 좁은 취업문 앞에 선 청년들은 지속되는 경기불황 속에서 구직기간이 길어지면서 심리적인 불안감을 가지고 있다.

자조 섞인 투로 스스로 바보라 일컬었던 청춘에서 오늘날 들어서는 오히려 무기력해지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부모로부터 독립해 혼자만의 삶을 꾸려가는 열악한 환경 속 오늘날의 청춘들은 스스로 아웃사이더를 자청하고 있는 실정이다. ‘혼밥’ 문화는 만연해지고 있으며 제 생활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청년이 많다. YMCA가 2012년에 조사한 대학생 주거실태조사에 의하면 수도권에 거주하는 1인 가구 대학생의 절반 이상이 최소주거면적기준에 미달하는 곳에서 생활하며 비싼 집값으로부터 허덕이고 있다.

꿈과 이상을 키우며 젊은 대학 시절을 보내며 바보를 자청했던 그때 그 시절 청춘에서 현재 청춘의 자화상은 미래의 불안감으로부터 허덕이는 모습으로 대변되고 있다. 대학가는 캠퍼스의 낭만을 잊은 지 오래이며 자신감을 잃은 청년들은 심리적 불안감을 드러내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2016 정신질환실태 역학조사’ 자료에 따르면 한국 성인남녀 4명 중 1명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정신 스트레스에 취약한 청년층은 정신과 주치의가 참여한 마음건강 주치의 프로그램의 전체 참여자 중 65%를 차지할 정도로 높은 참여율을 보였다.

1970년대 규제와 억압 속 모순과 부조리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청춘들은 오늘날에 들어서는 사회로부터의 자유로움은 얻었지만 불확실한 미래로 스스로를 옭아매고 있다. 불안 속에서 쩔쩔매는 ‘바보’같은 청춘들은 과거나 지금이나 미래를 향해 행진하고 있지만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성을 잃은 것은 매한가지인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