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고 싶어요’, 한국에서 연결되지 않을 권리는?

메신저 감옥에 갇힌 직장인들(사진=손은경 기자)

국내 쇼핑몰에서 사진작가로 근무 중인 김 모씨(여·25)는 퇴근 후에도 잔업무를 지시하는 상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고 전했다. 밤 10시가 넘어서도 홈페이지에 올린 작업물에 대한 보정 관련 피드백을 전달하라는 상사의 메신저 때문이다. 홈페이지에 올린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을 경우 밤늦게 연락해 수정을 부탁한 경우도 있었다고 하소연했다.

언제 어디서든 연락이 가능한 시대가 왔다. 스마트폰 메신저는 가장 효율적인 연락 수단으로 자리매김했다.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언제 어디서나 업무 연락까지 가능해지면서 퇴근 후에도 일과 상사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일명 메신저 감옥에 갇힌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실제로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업무 시간 외에 모바일 메신저로 업무 연락을 받아본 것으로 조사됐으며 이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는 직장인 수도 상당했다.

업무 처리를 위해 또는 급한 상황 발생, 파일 위치 등 질문이 있어 업무시간 외 연락을 한 경우가 많았으며 처리건에 대한 지시를 받은 직장인들의 경우 10명 중 6명이 지시에 무조건 응한다는 결과까지 나왔다.

이들의 경우 대부분이 지시받은 업무를 즉시 처리했으며 과반수 이상을 연락을 받고 회사로 복귀한 경험까지 있었다.

프랑스의 경우 올해부터 업무 외 시간에 업무 연락을 거절할 일종의 권리로 ‘연결되지 않을 권리’에 대한 법안을 발효했다. 이는 노동자들의 사생활 보호와 자유권 보장 차원에서 등장한 것으로 이들의 사생활과 여가시간을 보장하기 위하는 것이 일조한다. 이에 50인 이상의 노동자가 근무하고 있는 프랑스 기업은 근무시간 외 노동자에게 연락을 주고받는 문제를 직원들과 논의해야 한다.

한국 역시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 퇴근 후 카톡이나 기타 메신저 업무지시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도 마련하기로 했다. 노동자의 휴식을 보장하라는 목소리가 커짐에 따라 국내에서는 이랜드가 퇴근 이후 메신저 및 업무지시를 금지하는 캠페인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 퇴근이나 휴가 중에도 울려대는 메신저 ‘알람’에 일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한국의 직장인은 여전히 많은 실정이다. 이에 한국판 ‘연결되지 않을 권리’ 법안을 발효하자는 일각의 의견이 많다.

지난해 신경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근로시간 외 전화나 각종 메신저를 이용해 업무 지시를 못하도록 하는 한국판 연결되지 않을 권리를 내놓았으나 아직까지 해당 법안은 명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았다.

메신저 감옥에 갇힌 직장인들의 불만 섞인 목소리가 날로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업무시간 외 근무가 정녕 효율적일까 되짚어봐야 하는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