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교 20주년 맞이한 밀알학교, 앞으로도 밀알의 역할을 하는 학교가 되길..

님비(NIMBY)현상
-Not In My Back Yard : 공공의 이익은 되지만 자신이 속한 지역에는 이익이 되지 않는 일을 반대하는 이기적인 행동을 말한다.

밀알학교가 개교 20주년을 맞이했다. 밀알학교에게 20주년은 그 의미가 남다르다. 학교 설립 당시 장애인 시설에 대한 극심한 님비현상이 있었기 때문이다. 1996년 밀알학교 건축 당시, 집값이 떨어질 것을 우려한 주민들은 공사장 입구를 봉쇄하고 현장사무소를 점거하는 등 특수학교가 들어서는 것을 거세게 반대했다.

1996년 밀알학교 공사촉구 시위 현장 (사진제공= 밀알복지재단)

고함을 치며 몽둥이를 들고 위협하는 주민들에 의해 기공식이 중단되기도 했으며, 공사방해중지가처분 소송까지 하는 등 밀알학교의 건축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지금, 밀알학교는 지역사회를 위한 문화공간으로 자리잡으며 주민들과 함께 공존하고 있다. 교내 미술관과 음악홀, 카페 등을 연중 개방해 학생들과도 자연스럽게 접하고 있으며 현재는 학교에서 장애아동을 돌보는 등 적극적으로 자원봉사를 펼치는 주민들도 많다.

개교 당시 유치원 3학급, 초등학교 10학급으로 시작한 밀알학교는 현재 중학교, 고등학교, 전공과정까지 확대되어 총 32학급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57명의 교사와 70여명의 직원 및 보조원이 206명의 장애학생을 맡고 있다. 밀알학교는 지난 20년 간 고등부 기준 293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졸업생들은 일반 기업과 보호작업장, 근로작업장 등에서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활동 중이다.

밀알학교가 20주년의 역사를 담은 연혁집과 교육집을 발간했다. (사진제공= 밀알복지재단)

자폐장애, 지적장애 학생들이 스스로 자립하여 생활할 수 있는 것을 목표로, 개인별 특성과 능력에 적합한 교육을 실시중인 밀알학교는 2001년, 2010년 서울시교육청으로부터 각각 평생교육 우수학교, 특수학교 평가 우수학교 표창을 받으며 대한민국 발달장애 교육을 선도하는 특수학교의 명문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 날 기념식은 졸업생과 학부모 43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되었으며, 근속직원 및 우수직원 표창과 함께 20년 간 자원봉사를 해 온 김영희, 이계옥씨에게 기념패를 전달하는 시간도 있었다. 우수자원봉사자로 선정된 두 사람은 학급 수업 보조를 맡아 화장실 사용과 신발신기, 점심식사 지도 등 밀알학교 학생들을 도와왔다.

밀알학교에서 20년 간 봉사활동을 해 온 김영희씨에게 기념패를 전달하고 있다. (사진제공= 밀알복지재단)

김영희(64)씨는 “개교하던 때부터 매주 금요일 3시간씩 중학생들의 학습보조를 해왔는데, 순수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스스로를 돌아보고 배우기도 한다”며 “앞으로도 필요로 하는 한 봉사활동을 지속하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이 날 기념식과 함께 개교 20주년의 연혁집과 연구집이 함께 발간됐다. 또한 밀알학교 외벽에는 그간의 역사가 담긴 사진전이 개최됐다.

홍정길 밀알복지재단 이사장은 “밀알학교는 장애아를 둔 부모들의 눈물과 희망, 그리고 수많은 기부자들의 정성으로 지어진 장애아들의 배움터”라며 “앞으로도 학생과 학부모, 교직원, 지역사회 주민 모두가 함께 행복한 밀알학교를 만드는 데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밀알학교는 지역사회 주민과 화합을 이끌어낸 특수학교의 선례가 되고 있다.

사교육과 학업 과열로 교육의 본질을 상실했다고 하는 이 시대에서 밀알학교가 보여주는 모습이 정말 밀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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