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형’을 옷에 담은 디자이너 – 임종엽, 강지혜

우리 엽페 있는 패션브랜드
‘YUPːPE(엽페)’ 언뜻 보면 오타 같아 보이는 이 두 글자는, 2015년 가을, 경희대 디자이너과를 졸업한 두 사람이 의기투합하며 만든 패션브랜드로, 임종엽의 ‘엽’, 강지혜의 ‘혜. 두 사람의 이름을 각각 따와 만들었다. 단순한 네이밍처럼 보이지만 한글 그대로 ‘옆에 있다’는 숨은 의미도 있어, ‘우리 주변에, 우리 옆에 있는 패션브랜드’로도 풀이될 수 있다.

시작은 여느 패션과 학생들처럼 ‘패션 디자이너’의 대한 꿈과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하는 행복한 고민에서부터 출발했다. “2015년 6월 사업자 등록을 내고, 9월 드디어 우리의 브랜드를 선보이게 되었어요, 브랜드의 컨셉을 잡는 일부터, 옷의 패턴을 제작하는 일, 소규모 브랜드 제품의 옷을 제작해 줄 공장을 찾는 일까지 쉬운 일은 하나도 없었어요. 하지만 뿌듯한 이유는 뭘까요.”

제작부터 유통까지 어디 하나 쉬운 일은 없었다. 특히 옷을 제작하는 데 있어서 학교와 학원에서 교육받은 것들을 현실에 적용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처음 해보는 일이다 보니 실수도 잦았다. 부족한 창업비용은 물론 전적으로 함께 동의하고 진행해야 할 일들이 많아, 싸우기도 하고 웃기도 하며 다사다난한 시간을 보냈다.

“엽페 브랜드를 구상할 때부터, 디자인을 미리 생각해둔 원피스가 있었어요. 직접 원단을 선택하고 패턴을 만드는 등 우리 브랜드가 추구하는 옷을 제작하고자 노력했는데, 머리로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느낌의 옷이 탄생했죠. 초반에 의도했던 옷의 방향성을 구현하고자 다시 구상하고 수정했던 시간은 제작에 대해 크게 배웠던 순간이라 생각합니다.”

패션에 도형을 녹여내다
사실, 소규모 브랜드가 패션시장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다. 신진 브랜드로서의 독창성과 소비자들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생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초반에는 유행에 맞게 옷을 제작할까하는 마음의 흔들림도 있었지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세상에 알리고자 함이 컸기 때문에, 더 독한 마음을 먹고 브랜드 런칭에 온 힘을 쏟아 부었다. 그 결과 두 디자이너의 오랜 구상과 열정은 가을 시즌 ‘Figure, Out’으로 실현되었다.

“‘figure out’이란 말에는 많은 의미가 있어요. 그 자체로 ‘이해하다’는 뜻도 되고, figure라는 단어가 가진 수치, 도형이란 뜻과 out이라는 단어가 가진 내보내다, 도려내다라는 뜻이 있죠. 저희가 디자인을 구상할 때 가장 중점으로 생각했던 부분은 ‘도형’이에요. 이에 ‘도형을 내보내다.’ 즉, 브랜드에 도형을 표현하고, 이해한다는 의미로 ‘figure, out’을 이해할 수 있어요.”
도형은 물건을 볼 때 가장 기본적으로 상상해낼 수 있는 단위로, 모든 제품의 형태가 네모·동그라미·세모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엽페의 두 디자이너는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세련미 넘치는 도형의 매력을 제품에 표현하고자 노력했다.

“엽페는 심플함 속에 있는 포인트, 절제의 미, 트렌드에 휩쓸리지 않는 디자인을 추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도형이 가지고 있는 베이직함은 엽페의 아이덴티티를 드러낼 수 있는 좋은 영감체가 되었죠. 특히 유연함을 표현하는 동그라미보다 ‘네모’ 모양이 좀 더 각에 대한 아름다움과 쉐입을 표현할 수 있어 좀 더 애착이 가고, 실제로 영감을 많이 받았어요.”

베이직함에서 나오는 여성의 아름다움
엽페 브랜드의 옷을 보면 눈을 확 끄는 특이한 소품이나 강렬한 색감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범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기본에서 나오는 모던함이 옷을 돋보이게 하기보다는, 여성의 몸에 대한 아름다움을 표현하는 데 중점으로 두고 있어 누구나 입어도 아름다운 여성의 라인을 뽐낼 수 있는 것이 큰 특징이다. 특히 20대 중반~30대 중반을 타겟으로 두었기 때문에 제품 하나하나에 세련됨이 묻어 나온다. 이번 가을 시즌에는 아우터 2종, 탑 6종, 드레스 4종, 바지 2종, 스커트 5종을 선보였으며, 앞으로 겨울시즌 의상을 선보일 예정이다.

아직 국내 패션시장의 상황은 신진디자이너들이 뚫고 나오기에는 열악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디자인을 고집하고 지켜내는 소규모 브랜드의 존재는 귀할 수밖에 없다. 이제 막 시작한 신진브랜드 ‘엽페’. 그 이름처럼, 항상 우리 옆에 존재하고 우리의 삶을 옷으로서 대변해 주는 브랜드로 커갈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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