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반대하던 부모님, ‘내딸, 금사월’ 통해 가까워졌죠”

▲배우 윤현민(사진=양윤모 기자)

“시원섭섭해요.”

MBC 드라마 ‘내딸, 금사월’(극본 김순옥 연출 백호민)의 긴 여정을 마친 배우 윤현민(32)은 홀가분해 보였다.

드라마는 근래 보기 드문 시청률 33.6%(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로 종영했지만 ‘막장드라마’라는 오명을 지우기 힘들었다. 시청률이 높아질수록 시청자들은 드라마 속 개연성 없는 전개를 비난했다.

▲배우 윤현민(사진=양윤모 기자)

극중 강만후(손창민) 회장의 철부지 금수저 아들인 강찬빈 본부장을 연기한 윤현민 역시 드라마의 인기가 높아질수록 시청자들의 거센 질타를 받아야만 했다.

금사월(백진희)과 함께 젊은 축의 멜로를 담당했지만 두 사람의 멜로와 복수, 모두가 지지부진해지면서 일명 ‘고구마 커플’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들었다.

설상가상 두 사람이 경기도 광명의 한 가구전문점에 함께 쇼핑하는 모습이 목격돼 열애설로 번지기도 했다.

“처음 시놉시스에는 사월이 찬빈의 비서로 들어오면서 두 사람의 멜로가 알콩달콩하게 펼쳐졌는데 드라마가 전개되면서 그런 멜로 부분이 사라져서 다소 아쉬웠어요. 그래도 많은 분들이 ‘찬사’ 커플을 응원해주셔서 저희들만의 멜로를 최대한 재밌고 신선하게 만들려고 노력했죠.진희와 워낙 친하다 보니 대기시간에 함께 쇼핑몰에 갔는데… 열애설 뒤 첫 진희와 어색해서 혼났어요.”

드라마에 쏟아지는 비판과 달리 윤현민은 ‘내딸, 금사월’을 통해 주연급 배우로 성장했다. 이전에는 미니시리즈의 조연배우로 시청자들에 눈도장을 찍었지만 ‘내딸, 금사월’을 통해 온전히 50회 주말드라마를 책임지는 자리까지 올랐다.

“처음 김순옥 작가님이 미팅하자고 했을 때만 해도 설마 제가 김 작가님 작품에 출연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첫 미팅을 마치자마자 작가님이 ‘계약하죠’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그때의 짜릿함은 말로 표현 못해요.”

은인 같은 김순옥 작가였기에 그가 격려 문자메시지를 보냈을 때는 저도 모르게 어깨가 으쓱했고 시청자들의 비난을 받을 때 윤현민도 덩달아 가슴 아파했다.

“초중반에는 작가님이 진희와 멜로가 재밌다고 고맙다고 종종 문자를 보내시곤 했어요. 또 제가 놓치고 가는 부분들을 지적도 하셨죠. 그런데 어느 순간 드라마의 시청률이 높아지면서 문자가 뜸해졌어요. 연말 시상식 뒤 작가님, 손창민·전인화 선배와 함께 뒤풀이를 했는데 무척 답답해하면서 살짝 울컥하셨어요. 이 드라마의 장점이 빠른 스토리 전개인데스피디하게 진행되다 보니 중간 과정이 생략된 아쉬움이 컸던 것 같아요.”

▲배우 윤현민(사진=양윤모 기자)

윤현민은 야구 선수 출신이다. 경희대학교에서 럭비를 전공한 아버지와 중앙대학교 연극영화학과 출신인 어머니 사이에서 재능을 물려받았다.

한화이글스에서 중견수로 활동하다 두산베어스로 트레이드됐다. 2군에서 활동했지만 야구에 대한 흥미를 찾지 못했다.

허송세월을 보내다 은퇴 후 술집이나 차릴까 두려워 일찌감치 진로를 변경했다.

때마침 연극을 보면서 느꼈던 연기에 대한 환희가 윤현민에게 제2의 인생을 열어줬다.

대학 시절 연기를 했던 어머니는 윤현민이 연기자가 되는 것을 반대했다. 그러나 지금은 윤현민의 가장 든든한 지원자다.

무뚝뚝한 성격의 윤현민 역시 ‘내딸, 금사월’을 통해 어머니와 한층 사이가 돈독해졌다. 최근에는 쌍문동에서 개포동으로 이사한 부모님의 이사자금에 한몫 보태기도 했다.

“야구를 그만뒀을 때 정말 큰 불효를 저지른다는 자책감에 시달렸죠. 그런 책임감 때문에 연기자로 전업하면서 쉬지 않고 스스로를 채찍질하며 일한 것 같아요. 부모님 연령층이 많이 시청하는 ‘내딸, 금사월’을 하면서 어머니께 한층 살갑게 대하는 법을 배웠어요. 얼마 전 어머니와 함께 마트에서 장을 봤는데 어머니가 무척 자랑스러워하셨죠.”

2010년 뮤지컬 ‘김종욱 찾기’로 데뷔 후 단 하루도 쉬지 않았다는 윤현민, 그는 곧 차기작으로 시청자들을 만날 계획이다.

“욕심 같아선 드라마와 공연, 영화촬영까지 모두 도전하고 싶어요. 남성성 짙은 누와르나 로맨틱코미디에서 마음껏 뛰놀고 싶기도 해요. 말처럼 인생이 쉽게 이뤄지진 않지만 쉬지 않고 일하는 한해를 보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