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 “2015년은 뻥튀기, 2016년을 먹을 차례”

▲쌍문동의 치타여사 배우 라미란이 ‘응답하라 1988’ 종영 기자간담회전에 인터뷰 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 엄마 ‘라미란’이야.”
이 말 한마디면 충분하다. 별다른 수식어가 필요 없다. 극 중 아들 정환(류준열)의 입으로 듣는 ‘라미란’이란 이름에서 시청자는 범접할 수 없는 카리스마와 재미를 느꼈다.

라미란은 평소 영화를 즐겨 본 시청자에겐 낯설지 않은 배우다. 지난 2005년 영화 ‘친절한 금자씨’에서 주인공 금자를 돕는 오수희로 스크린에 데뷔한 라미란은 ‘미쓰홍당무’, ‘댄싱퀸’, ‘차형사’, ‘나의 사랑 나의 신부’ 등에 출연하며 얼굴을 알렸다.

최근에는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국제시장’에서 주인공 덕수(황정민)의 고모로, ‘히말라야’에서는 엄홍길(황정민) 대장과 함께 故 박무택(정우)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원정에 나서는 조명애 대원을 연기했다.

영화 이전엔 연극 무대에 섰다. 오랜 연기 내공이 만든 라미란의 실감 나는 연기에 ‘응답하라 1988’(이하 응팔) 시청자는 뜨겁게 호응했다.

종영 소감을 묻는 것으로 시작한 인터뷰는 라미란 여사의 거침없는 입담 덕분에 시종일관 유쾌하게 흘러갔다. 라미란은 “드라마가 망할 줄 알았다”며 드라마 제작 과정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처음 시작할 때는 감독님이 하도 엄살을 피워서 다들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런 생각으로 촬영했고 0화(드라마 프롤로그)를 봤죠. 그런데 반응이 별로 안 좋더라고요. ‘망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다행히 1회를 시작하고 많은 분들이 좋아해 줬어요. ‘응팔’은 제게 인생 작품이에요. 하는 동안 즐거웠고 끝나도 시청자의 많은 사랑을 느낄 수 있었죠.”

드라마 속 라미란의 별명은 ‘쌍문동 치타여사’다. 늘 호피 무늬 옷을 입고 다녀서 생긴 별명. 이 옷은 극 중 라미란이 보여주는 호탕한 성격과 잘 어울려 매 순간 시청자에게 재미있는 웃음을 안긴다.

드라마엔 시청자가 애드리브로 생각할 만한 장면도 자주 등장한다. 애드리브에 관해 묻자 라미란은 “모두 대본에 있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많은 분이 애드리브를 많이 했다고 생각하지만 저는 대본에 충실했어요. 남편 성균씨를 때리는 장면을 제외하곤 거의 다 대본대로예요. 여권 영문 이름을 읽지 못하는 장면에선 ‘미안하고 멋쩍은 웃음을 짓는다’라고 지문이 있었어요. 노래자랑 장면에서는 ‘땡’이지만 입으로 반주하며 노래를 계속 부르라고 지문이 쓰여있었죠. 이번 작품은 그런 지문이 가지는 힘이 컸어요.”

라미란이 보여주는 대표 캐릭터는 아줌마다. 지금까지 그가 보여준 아줌마 연기만 해도 10번이 넘는다. 이번엔 일명 ‘쌍문동 태티서’로 불리는 아줌마 3인방의 맏언니를 연기했다. 실제로는 선우 엄마(김선영) 보다는 나이가 많고 덕선 엄마(이일화) 보다는 동생이다.

“처음엔 (이)일화 선배가 너무 아름다워서 주눅이 들었어요. 선영이는 저보다 언니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동생이더라고요. 연기할 때는 일화 언니가 자연스럽게 제게 ‘형님’이라고 했어요. 저도 그런 것에 불편해하는 성격이 아니니 자연스럽게 연기했죠. 그리고 화면을 보니 제가 언니 같더라고요(웃음).”

라미란은 드라마 속 자신의 모습에 대해 실제 성격이 많이 반영됐다고 밝혔다.

“아무래도 작가·감독님이랑 인터뷰하면서 이야기를 나눈 게 작품 속 캐릭터 성격에 반영된 것 같아요. 드라마처럼 저도 평소엔 잘 안 웃어요. 누가 웃겨도 ‘아니야 조금 더 해’ 라고 하고 있으면 나눠주고… 그런 부분들이 실제 제 모습과 닮아있죠.”

작품으로 보면 라미란은 누구보다도 바쁜 2015년을 보낸 배우다. 라미란은 지난해를 ‘뻥튀기’에 비유했다.

“2015년 촬영을 한 것은 얼마 되지 않아요. 그런데 작품이 연이어 소개되면서 많이 활동한 것처럼 부풀려졌죠. 팬들의 사랑도 지금까지 받은 것에 비해 엄청나게 불어났어요. 2016년은 이제 그 뻥튀기를 먹어야 할 것 같아요. 누군가는 이제 좀 쉬라고 하지만 튀지 않게 오랫동안 좋은 연기 하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