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는 손끝을 타고

▲트렌드앤 네일샵 김수정 원장

“미용업계에서 네일 산업은 지위는 헤어, 메이크업에 이어 3순위라고 볼 수 있죠.” 일본에서 경영과 복지를 공부했던 김수정 원장은 여성들의 사회진출에 대해 고민하면서 네일아트를 알게 되었다.

그녀는 네일이 여성의 부업으로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국인 여성, 장애인 여성들을 비롯해 누구나 앉아서 할 수 있는 직업이라는 점이 굉장히 매력적이었어요.”

시장성을 발견한 그녀는 2009년에 국내 최초로 젤네일을 도입했고 청담동에서 가게를 내면서 유행을 선도하게 됐다. “연예인들이 오게 되면서 자연히 입소문이 났죠.” 2013년에는 상호도 트렌드앤으로 변경했다.

장기적으로는 네일 교육, 단기적으로는 업계의 트렌드를 이끌어나가는 목표를 갖고 있는 트렌드앤. 이곳은 상당히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까다로운 네일아트를 일대일로 강의하여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네일산업은 2009년에서 2011년까지 도입기였다. 일본에서 물건을 가져다가 선보이는 정도에 머물렀다. 2011년과 2012년은 성장기였다.

국내에서 자체제작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특히 매니큐어 타입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스티커 등 저렴한 재료를 이용하는 이 방식은 기술이 떨어지는데 비해 쉬운 재료로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여 초창기에 큰 인기를 모았다. 정작 종주국 일본에서는 별로 인기가 없는 방식이지만 당시 그 편리함에 대중이 열광했다.

2013년이 되자 셀프 젤네일이 유행하기 시작했다. 이를 상품화한 K사나 P사의 경우 150억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다. 트렌드앤은 이를 미리 예측하고 이미 2012년부터 준비하여 발 빠르게 책을 냈다. FT아일랜드의 보컬 이홍기씨와 함께 <이홍기 네일북>을 출간한 것. 에 이 책이 소개되면서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출판계가 전반적인 불황에 빠진 와중에도 초판 매진이라는 놀라운 기세로 팔려나가고 있는 <이홍기 네일북>.

김수정 원장에 따르면 사용설명서에서 말해주지 않는 네일의 비법들을 들려주는 책이라고 한다. 더불어 화자가 남성으로 설정되어 네일에 관한 모든 시각이 고르게 담겨있다. 어디에서 사야하고 어떤 테크닉이 필요한지 상세히 나와 있어 네일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 훌륭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제 2014년 네일계는 완전한 경쟁기로 돌입했다. ‘보다 빨리 보다 쉽게 보다 싸게’ 사용할 수 있는 상품만이 살아남을 것이다. 다양한 제품군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2013년에는 다소 좋지 않은 제품도 셀프젤네일 딱지만 붙으면 팔렸지만 이제는 훨씬 경쟁이 치열해졌다. 업계 동향도 변화하고 있다. 예전에는 무조건 저렴한 상품 위주로 팔렸다면 이제는 제품 자체의 질로 승부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2013년의 셀프젤네일 붐이 일었을 때 매출 악화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었지만 오히려 네일 인구가 늘어나면서 높은 기술력을 지닌 업체의 경우 더 성황을 이뤘다. 잘하는 살롱, 유명한 네일아티스트에 대한 수요가 생긴다. 이는 일본도 마찬가지였다. 오년은 걸릴 줄 알았는데 삼년 만에 일본을 따라잡았다. 이 때문에 트렌드앤은 소비자의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다. 일본인들이 80%를 차지하고 기타 아시아 국가가 나머지를 차지한다. 네일아트가 이제는 에스테틱 시장에서 당당히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된 것이다.

또 트렌드앤은 업계최초로 연습생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십대들의 재능이 눈부셔요. 한국 여자들의 미의식이 대단히 높죠. 또 맨즈네일의 경우 전세계 최고 규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제는 종주국 일본을 넘어서 높은 기술력으로 한류 트렌드를 이끌고 있다. “네일도 시장이 어느 정도 고착되면 유행이 관건이에요. 이 유행을 한류 연예인의 손끝을 타고 한국의 아티스트들이 이끌고 있죠.” 네일 산업의 미래에 청신호가 켜진 걸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