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후를 위한 선택, 해외주식 투자

국내 소비자들에게 해외직구(해외에서 직접 제품을 구매)가 인기다. 구매절차와 제품 선택이 다소 익숙하지 않더라도, 좀 더 효율적인 구매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금융자산 관리에서도 예외가 아닌 듯하다. 한국 예탁결제원 기준 2014년 국내의 해외 주식 직접투자는 약 9조원으로 2013년 대비 약 44% 급증했다. 국내주식과 비교해보면 규모 면에서 그리 주목 받을 수치는 아니지만, 추세의 배경을 보면 이러한 증가세는 예사롭지 않다.

국내 경제는 2000년대 이후 본격적으로 저성장 국면이 시작돼, 저출산에 따른 인구구조의 변화, 신 성장동력의 부재, 자산 가격 침체 장기화 등의 늪에 빠져 GDP 성장률은 5% 이하로 내려앉았고, OECD는 한국의 2030년까지 평균 성장률을 2.7%로 내다보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이웃 나라 중국 경제의 우려, 유럽 재정위기, 한반도의 지정학적 리스크 등 외생변수에 취약한 국내 증시는 답답한 박스권에 갇히며, 지난 5년간 약 77% 상승한 미국, 일본(+56%) 등 주변국 증시뿐 아니라, 전 세계 증시를 보여주는 MCSI World index의 실적(+41.9%)에도 크게 못 미쳤다. 이러한 증시를 둘러싼 주변 환경은 국내 투자자들을 점점 더 해외주식 직구로 몰아가고 있다.

국내에서 가장 많은 해외주식 직접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는 곳은 미국 시장이다. 미국은 셰일가스, 전기 자동차, 3D프린터 등 대체 에너지, 혁신적인 신기술로 무장한 신산업 기업군과 셀진, 길리어드 사이언스 등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생명공학 기업군 그리고, 구글, 애플과 같은 기존 IT기업군의 실적 개선과 더불어, 정부의 효과적인 재정정책으로 글로벌금융위기 이후 꾸준히 증시의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유럽, 일본 등 주요 국가들의 인위적인 화폐가치 절하와 유가 및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인한 미 달러의 강세는 미 달러 자산 가치를 증폭시켜 투자자들의 미국주식 직접 투자에 이유를 더해주고 있다.

지난해 11월 후강통(홍콩-상해A 시장 연결)을 통해 투자가 가능해진 중국 본토(상해A)시장은, 중국정부의 위안화 국제화를 위한 자본시장 개방 정책에 힘입어, 글로벌 증시 자금은 물론 중국 내에서의 자금까지 증시로 끌어 모으고 있다. 상해증시는 지난 1분기 이후 약 60% 가량 급등했지만, 여전히 2007년 고점(6,092pt)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고, 중국 증시(상해, 심천)의 시가총액은 GDP 대비 약 55% 수준으로, 미국의 140%, 일본 88% 그리고 한국의 89% 수준보다 여전히 낮은 단계로 모멘텀에 따른 주가 상승은 조금 더 기대할 수 있는 수준이라 판단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세계 2위의 경제 대국으로 성장했고, 중국의 많은 기업들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 양적·질적 측면에서 수위를 점하고 있지만, 도시화 정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중국인들의 평균 생활수준은 인당 GDP 기준 우리나라의 1992년에 머무르고 있다. 우리 투자자들이 과거에 국내에서 경험해온 바와 같이 투자의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자금 역시 자본시장 개방의 수혜주인 은행, 증권주를 비롯해, 철도, 항공 등 정부 정책 지원에 따른 산업 수혜주 등에 집중적으로 투자가 이어지고 있어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

해외주식 직접투자는 국내 주식과 달리 매매차익에 대해 양도소득세가 과세되어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해외펀드를 통한 투자 시 환매 차익에 대해 종합과세 과세대상이 될 수 있지만, 해외 상장지수펀드(Exchange Traded Fund, ETF)를 통해 해외시장에 투자할 경우, 22%(주민세 포함) 양도소득세 분류과세로 납세의무가 종결되므로, 동일한 시장 또는 섹터에 대한 투자 시 절세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해외시장에 대한 직접투자가 얼마나 증가할지에 대해선 예단할 수 없으나, 주요 국가의 해외증권 투자비율을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GDP 대비 9%로 영국(132%), 프랑스(85%), 일본(57%)보다 현저히 낮고, OECD 주요국 평균인 50% 수준과도 차이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 한국 경제의 전망과 작금의 해외주식 투자증가는 자연스러운 변화의 시작단계로 해석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해외주식 직접투자는 이미 핵심 수단으로 부각되어 있다. 단기 투자가 아닌 노후를 위한 중장기 투자를 고려한다면, 좁은 국내를 벗어나 글로벌 주식 시장에 투자를 시작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자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