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에서 가난으로, 메디컬 푸어 [사회이뉴]

건강이 제일가는 재산이라는 말이 있는 만큼 건강은 중요하다. 백만장자라도 몸이 건강하지 못하면 그 많은 재산도 무용지물이다. 하지만 요즘은 백만장자가 아니면 건강을 지키기 어려운 시대가 됐다. 의학 드라마에 나오는 이야기인 돈 없는 환자도 수술해주는 의사와 병원은 현실속에서 발견하기 어렵다. 또 수술이 어렵거나 수술 후의 치료비가 부담되는 병을 앓고 있는 환자의 경우에는 병원비 때문에 치료를 포기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병원비에 쪼들려 경제적으로 힘겨워하는 사람들을 메디컬 푸어라고 한다.

메디컬 푸어(medical poor)는 병원 치료비와 약값을 감당하지 못해서 카드빚에 집까지 내다 팔며 고군분투하는 환자와 그 가족들을 가리키는 말이다. 희귀병과 고가의 항암 신약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암 환자들이 이런 ‘메디컬 푸어’로 전락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메디컬 푸어 문제는 더이상 가만두고 볼 문제가 아니다 (사진= 픽사베이)

정부의 공식 통계조차 없는 메디컬 푸어는 최근 고가의 항암 신약들이 잇따라 출시되면서 더욱 늘어나는 있는 추세라고 한다.

건강보험이 비교적 잘돼있다는 우리나라에서 이런 메디컬 푸어 문제가 발생하는 건 그만큼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우리나라는 건강보험 제도가 잘 돼 있다고는 하나 아직도 보험처리가 되지 않는 희귀병이나 질환들이 있다. 또한 의약품에 따라서도 보험 적용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병을 앓는 환자들과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질병과 돈이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게 된다.

희귀병이 아니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우리나라 암 환자들의 평균 치료비용은 2,800만 원 정도인데, 이 가운데 72%가량, 무려 2천만 원가량이 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항암제 구입비로 추정된다고 한다. TV에서는 암 보험 광고가 쏟아져나와도 현실은 냉혹하다. 그마저 경제적으로 여유가 없는 가정의 경우에 암 환자가 생기면 정말 여력이 사라진다.

항암제의 경우 신약은 빠른 속도로 개발돼 시장에 나오고 있지만 보험 정책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신약이 개발된 뒤 보험 적용 결정을 받기까지 소요되는 기간이 많이 단축됐다고는 하지만 우리나라의 보험 등재 기간은 평균 320일이나 된다. 여전히 다른 OECD 가입 국가들보다 2달 이상이 더 긴 실정이다.

생명의 가치는 돈으로 따질 수 없다. 하지만 치료비는 다르다 (사진= 픽사베이)

메디컬 푸어를 줄이기 위해선 신약의 보험 등재기간을 단축하려는 노력과 함께 신약이 잘 듣는 환자만이라도 먼저 지원하는 등 대안도 적극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또한 부양여력이 안되는 가정에 실질적인 지원과 도움을 주는 등의 대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메디컬 푸어는 더이상 남의 얘기가 아니다. 한 치 앞을 모르는 인생 앞에서 건강이라는 두 글자가 무너질 때 우리 삶과 가족의 삶이 송두리째 무너지지 않으려면 국가적인 차원에서 든든한 버팀목을 마련해주어야 한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의 정부의 대처는 국민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 문제가 더 커지기 전에 대책을 마련하여 실질적인 방안으로 국민이 도움받을 수 있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