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가 탐욕의 논리와 만날 때

[이뉴스코리아 권희진 기자]인간은 감성과 논리의 집합체다. 도저히 논리로 타파할 수 없는 근거는 인간이 감성이 논리를 압도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배우자의 그림자도 보기 싫을 때가 있다. 배우자의 코를 고는 소리 대한항공 보인 747 엔진소리보다 더 듣기 괴롭고 배우자가 먹는 밥은 애완견의 사료만큼의 가치보다 열등하게 느껴질 때 이것은 논리로 설명될 수 없는 ‘미움’이다.

논리의 세계에 의하면 삶의 에너지와 열성을 배가하기 위해서 가족 안의 갈등과 분쟁은 어떤 방식으로든 소멸해야 하지만 인간과 인간의 삶은 논리로 설명될 수 없는 감성과 상상의 세계의 지배하기에 개인과 사회는 가끔 오리무중에 빠지곤 한다.

독립 운동가이자 평생 옷 한 벌과 바리 하나로 살다간 춘성 스님. 그는 조선의 고난의 시간에 종교의 커튼 뒤에 숨지 않고 만해 한용운의 제자로서 옥바라지를 하며 당시 시대가 갈망했던 과업을 회피하지 않는 지식인으로서 살았다.

그는 박정희 정권이 서슬 퍼런 시기에 청와대 육영수 여사의 초청을 받았을 대도 결코 권력에 기죽지 않고 호탕한 농담을 던지며 독재 정권에 당당히 맞선 진정한 ‘레지스탕스’였다. 게다가 그는 무소유를 실천에 옮기며 거지를 만나면 비록 초라하지만 유일하게 자신의 알몸을 지켜주는 단 한 벌 뿐인 옷마저 내어주는 진정한 종교인이었다. 아이러니하지만 그의 마지막은 지금삼성동에 있는 ‘봉은사’였다.

몇 년 전 동국대학교 대학원 학생회장이 단식 고공 농성을 이어가다가 생명이 위급한 상황에 이르렀다. 그의 ‘단식 농성’의 이유는 바로 당시 동국대 총장이었던 보광스님의 논문 표절 의혹과 탱화 절도 혐의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통학생 회장의 목숨이 위독하자 이사진으로 구성된 스님들은 워커힐 호텔에서 ‘보시’를 하며 문제의 해결책을 논의했다.

중생을 구제하기 위해 가난을 삶으로 여겼던 불교의 정신적 가치를 찾아 볼 수 없었다. 호텔에서의 ‘보시’라는 기막힌 ‘패러독스’를 통해 세간의 웃음거리만 남긴 채 동국대 총장 비리 사건은 쉽사리 해결되지 않았고 당시 자리를 물러나겠다고 약속했던 스님은 끝까지 총장 자리를 움켜쥐고 있었다.

얼마 전 MBC PD수첩의 은처자 문제와 학력 위조 유흥업소 출입과 횡령 등 그 업적을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든 비리의 종합선물세트, 설정 스님이 자신의 조계종 총무원장 사퇴를 번복하며 임기를 마치겠다며 ‘조계종 개혁’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개혁의 대상이 개혁을 주도하겠다고 하니 박수를 쳐야할 일일지도 모르겠다.

이 사회가 참혹한 독재 정권에 신음할 때는 독재를 비판했고 식민지 조선의 현실에서는 일제에 저항하며 불도를 온몸으로 실천했던 선대의 스님들이 지하에서 통곡할 일이다. 아니 극락에서 아수라 같은 이 대한민국 현실로 당장 뛰쳐나올 듯하다.

요즘 매스컴에 등장하는 종교인의 특징이 있다. 종교나 종파를 넘어서 하나의 이론으로 연결된다. ‘후안무치한 탐욕’이다. 사회가 종교를 뛰어넘는 ‘연대’를 원할 때 종교의 뒤에 숨었다. 전 민주노총 한상균 씨가 조계종에 은신해 있었지만 스님들은 한 위원장을 끝까지 지켜주지 않았다. 탄압받는 노동의 현실에서는 부처의 염화미소 뒤에 자신들만의 안락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정직’이 가훈이라던 이명박의 논리가 딱 조계종 스님들의 행태와 일치한다. 그는 매관매직과 온갖 불법을 황금의 바벨탑을 쌓아 올린 진정한 사회의 ‘악의 축’이다. 그를 비롯한 종교인들이 한 목소리로 외치고 있다. 예수의 이름으로 그리고 부처의 이름으로 ‘쇼 미 더 머니’! 옙~

국내 굴지의 대형 세습 교회는 전입가경이다. 주식회사 예수라는 비아냥거림에 귀를 막고 세습을 하며 신문사를 운영하고 검은 머리 외국인 아들을 신문사 회장으로 앉혀 부를 독점하고 있다. 수 억 원에 달하는 퇴직금과 안락한 노후 생활비는 모두 주식회사 예수를 통해 예수를 판매한 수익이기에 그들의 입장에서는 지극히 당연한 노동의 대가다.

맨 몸으로 십자가에 못을 박힌 예수의 형상을 배경으로 자본을 요구하고 불도의 무소유를 독점하며 소유를 권유하는 종교 때문에 논리와 감성이 스파클 속에서 느끼는 ‘삶의 미라클’이 점멸하고 있다.[이뉴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