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세대들은 지금 휴가 계획을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이뉴스코리아 박양기 기자] 취준생, 대학생, 직장인까지 여름휴가 계획을 세우고 있는 시기일 것이다. 잡코리아는 성인남녀 약 1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약 75%가 여름휴가를 떠난다고 응답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실제로 직장을 다니고 있는 20대, 30대 청장년들의 경우, 일 때문에 휴가를 미루거나 휴가를 주지 않는 악덕 기업에 시달리고 있다는 얘기도 있고 눈치 주는 상사나 회사 규정 때문에 쉽게 여행 계획을 미리 세우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고 전해진다.

실제로 기업에 다니고 있는 몇 명의 직장인과 인터뷰를 통해 실제로 그들은 여름휴가를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지 확인해봤다.


 

휴가에 대해 조금은 편하게 얘기하는 직장인과 그렇지 않은 직장인과의 대화 내용 (사진제공=박양기 기자)

모두가 가고 싶어 하는 대기업 ‘S’ 직원(30세)의 경우

Q. ‘S’맨 여름휴가 계획은 어떻게 되나요?
A. 저는 작년에 결혼한 와이프가 임신한지 6개월 정도 돼서 이번 여름휴가는 반납하고 출산 후 휴가를 몰아 쓸 계획입니다. 저와 함께 입사한 동기들은 지금 약 1년 6개월 정도 회사에 다녔는데 이번 휴가가 주말 제외 7일이라는 말을 듣고 해외여행 계획을 많이 세우는 것 같았어요.

Q. 누구나 모두가 7일씩 휴가를 받는 것인지?
A. 아닙니다. 업무에 따라 다릅니다. 일에 지장이 생기지 않는다면 7일을 문제없이 받을 수 있지만, 부서마다 일이 밀려 있거나 업무를 대체할 인원이 없다면 휴가를 미뤄야 하는 경우도 분명 있죠. 휴가는 회사와 개인의 상황에 맞춰서 사용하는 거니까요.

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는 P 씨(27세)의 경우

Q. 특별히 준비하고 있는 여름방학 휴가 계획이 있나요?
A. 이번 여름방학 휴가는 9월로 미룰 예정입니다. 회사에서 눈치를 주는 부분도 있어서 여름휴가 가는 일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는데 친구들과 함께 9월 홍콩으로 휴가를 가기로 정했습니다. 휴가를 미루기 힘든 친구들은 연차를 사용하기로 했습니다.

Q. 휴가를 미루는 것은 자유로운 편인가요?
A. 물론, 선배들이 정하는 것이 순서지만 성수기 때 쉬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편입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출장이 잡히게 되면 미리 휴가를 얘기했더라도 그 휴가나 연차휴가를 취소해야 되는 때도 있습니다.

이천 내에서 나오기 힘든 ‘S’ 기업의 입사 2년 차 연구직 K 씨(28세)의 경우

Q. K 씨, 이번 여름휴가는 갈 수 있는 건가요?
A. 바빠서 그런 것 생각할 수 없습니다. 지금부터 여름까지 계속 프로젝트가 한창 바쁠 때이기에 휴가 계획을 세운다거나 놀러 갈 거라는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어렵습니다.

휴가를 가기 힘들다고 말하는 또다른 직장인과 취준생과의 대화 내용 (사진제공=박양기 기자)

하루하루 돈을 벌고 있는 물류센터 직원 B 씨(38세)의 경우

Q. 오늘 하루도 고생하셨습니다. 혹시 여름휴가에 대해 계획하십니까?
A. 특별히 계획하는 것은 없으나, 며칠 정도 여유를 정해 쉴 예정입니다. 일 자체가 몸을 쓰는 일이다 보니 아무래도 뜨거운 여름 며칠 정도는 쉬어줘야 건강에도 도움 되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도 만들어야 하니까요.

Q. 휴가를 따로 얘기하거나, 미리 쉰다고 얘기해야 하나요?
A. 사실 휴가라고 할 게 없습니다. 그냥 말없이 며칠 안 나가면 ‘아 좀 아팠나 보다’, ‘쉬었다가 나왔나 보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물론, 계속해서 나오던 사람이 일주일 이상 안 나오면 연락이 오기 때문에 미리 얘기해주는 편이 좋겠죠.

직장을 그만둔지 약 3개월이 지난 취업 준비생 H(29세) 씨의 경우

Q. 여름휴가 계획을 특별하게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나요?
A. 휴가를 생각하기가 애매한 것이 지금도 매일 쉬고 있는데, 딱히 놀러 갈 계획을 세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번 달에도 일본에 가볍게 다녀왔고 다음 여행 계획도 세우고 있지만, 여름휴가에 초점을 맞춰 생각해 본 적은 없는 것 같아요

Q. 취직을 위해 여름에 특별히 계획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것이 있다면?
A. 여러 구직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저에게 맡는 직장을 찾아보고 자기소개서를 수정하면서 시간을 보낼 예정입니다. 몸과 마음의 휴식도 좀 필요할 것 같아요.


 

인터뷰는 하지 않았지만, 공무원은 지난 2017년부터 2주 여름휴가를 갈 수 있게 하도록 장려하겠다는 보도가 이어지기도 했다. 다양한 청장년층을 만나보며 휴가에 대한 얘기를 들어본 결과, 자유롭게 휴가를 쓰는 이들도 있었지만 회사의 사정상 휴가를 여름에 쓰지 못하는 경우도 있는 듯 보였다.

여름에 연차를 꼭 쓴다거나, 휴가를 가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가족 모두가 여행을 갈 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1년에 한 번씩 주는 것이 크게 어려운 일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직장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만 생각하는 노동자들의 이기심인 것일까?

좋은 일자리 기준이 연봉이 아닌 워라밸이 우선시 되는 사회로 변화해 가는 가운데, 6월의 마지막 주 휴가 계획을 하고 있는 이들이라면 예약을 마무리해야 할 시기일 것으로 예상된다. 누군가에겐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고 누군가에겐 바랄 수 없는 혜택인 애매한 쉬는 날이 바로 대한민국의 청장년들이 생각하는 ‘여름휴가’의 현 지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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