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계생’의 취업 고군분투

“그냥 앞만 보고 달리는 거죠.”

지난 주말 12월 2일 종로구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A 씨(22·여)의 말이다. 서울 종로구 소재 4년제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있는 A 씨는 내년 어학연수를 준비 중이다. 12월 중순에 시행되는 토플 시험 준비에 여념이 없는 그는 “취업시장이 냉랭한 분위기라는 것은 선배들을 보면 알 수 있다. 1학년 때부터 성적 관리 및 각종 스펙을 쌓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라며 “지난주에는 교양 수업에서 만난 심리학과 학생들과 서로 졸업하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물어보기도 했다”며 “졸업을 1년 앞둔 경영학과에 재학 중인 친한 선배도 높은 어학점수, 인턴 경험이나 공모전 수상 등 갖출만한 스펙은 다 갖춘 것 같지만 남들과의 차별성을 두는 특별한 스펙거리가 없어 고민이라고 매번 토로”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A 씨는 “나를 포함해서 주변에 개인플레이를 하는 학생들이 많다. 특히나 국가고시나 금융공기업 등 목표하는 바가 뚜렷한 동기나 선배들은 더욱 그렇다.”고 전했다. 끝으로 A 씨는 “어학연수와 더불어 이공계 쪽으로 복수전공을 할 계획도 있다. 이공계생도 넘쳐나는 판에 복수전공이 큰 메리트가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없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경기도 소재 문예창작과를 졸업한 B 씨(25·여)의 경우도 취업으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마찬가지이다. B 씨는 “재학 내내 교수님들이 하시던 말씀이 있었다. 문예창작과를 다닌다는 것은 취업과 거리를 뒀다는 얘기라며 졸업 후 힘들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며 “졸업 후에도 등단의 꿈을 저버리지 못해 한동안 글만 썼지만, 현실적으로 나름대로 먹고 살길을 찾아야 하기에 근래에 취업 활동을 시작했다”라고 전했다. 덧붙여 그는 “별다른 스펙을 쌓지 못해 구직 활동이 더 어려운 상태”라고 설명했다.

서울의 한 대학가 도서관 풍경. 늦은 시각까지 학생들이 공부에 몰두하고 있다(사진=손은경 기자)

좁은 취업문에 인문학 전공생의 현실은 녹록치 못하다. 각 기업체에서 공대나 상경계 전공 졸업자를 선호하면서 인문계 졸업자는 낙동강 오리알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인문계생 중에서는 경영대나 이공계 학과를 복수 전공하려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제공한 ‘2016 고등교육통계조사’ 자료에 따르면 인문사회계열에서 이공계열로 전과한 학생 수는 1,316명에 달했다.

다양한 취업 스터디도 학교 내에서 활성화되고 있다. 서울 소재 4년재 대학에 재학 중인 C 씨(27)는 “목표하고자 하는 기업이 같은 학생들끼리 취업 스터디를 많이 한다”며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해 학교 내 독서동아리에 가입했지만 참여율도 저조할뿐더러 주변에서는 별다른 도움 되지 않는 독서동아리는 왜 가입한 것이냐 장난스레 묻는 동기도 있었다”고 전했다.

통계청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청년층 실업률은 9.3%로 지난해 7월보다 1000명 증가해 0.1%포인트 올랐다. 비경제활동인구는 1년 전보다 3만3000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구직단념자는 48만6000명으로 4만명 늘었다. 특히나 취업률이 저조한 인문계생들의 경우 취업난 속 한파를 겪고 있다.

취업 포털 잡코리아가 올해 인문대 취준생 취업성공률에 대해 조사한 결과, 전체에서 32.6%가 취업문을 뚫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이공대 취준생의 취업성공률은 51.6%로 인문대생에 비해 19% 높았다. 설문조사에 참여한 인문대 취준생 10명 중 6명은 이공계 전공자에 대한 부러움이나 박탈감을 느꼈던 적이 있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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