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입자의 목숨을 쥐락펴락하는 건물주의 젠트리피케이션

낙후되었던 동내에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올라 원래 살던 주민이 유입된 주민들에 의해 쫓겨나는 현상을 말하는 젠트리피케이션은 말만큼이나 젠틀하지 못하다.

소상공인이 벌어들이는 수익은 사실상 조악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낙후된 동내에서 작은 구멍가게로 수입을 벌어봐야 주민 수준에 맞는 정도일 뿐이다. 하지만, 젠트리피케이션이 일어나는 시점에서 건물주에게는 이득이 되지만, 세입자는 이전의 수준인 동내로 쫓겨날 수밖에 없다.

지난 11월 9일 금천교시장에서 강제집행이라는 이유로 손가락 4개가 찢긴 채 쫓겨난 김우식 씨가 있었다. 김 씨는 ‘집기를 철거하는 것이 집행이지 사람을 끌어내는 것이 집행이 아니지 않으냐’며 분통을 터트렸다.

재개발과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쫓겨난 원주민은 생계를 이어갈 곳을 찾기 어렵다 (사진=김광우 기자)

재개발은 때마다 항상 문제가 돼 오고 있다. 시작점부터 마무리되는 시점까지 엄청난 변화를 가져온다. 재개발이 결정되는 지역은 항상 낙후되어 있다. 건물도 오래되었고, 주변 경관도 그저 산동네를 방불케 하거나, 몇십 년 동안 변함이 없이 그대로인 경우다. 이곳을 생활터전으로 삼고 사는 이들에게 주어지는 쥐꼬리만 한 보상금으로는 어디로도 발을 옮길 수 없다. 점점 더 낙후된 곳으로 이동하는 수밖에 없다.

재개발이 이루어져 번듯한 건물이 들어서면 당연히 주변의 상권이나 교육여건도 좋아진다. 상권이 좋아지면 땅값이 오르고 곧 유입되는 사람의 생활 수준이 올라가 저렴한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업종은 고급스러워지고, 당연히 수입이 좋아지면 건물주 입장에서는 임대료를 올릴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높은 임대료를 받을 생각에 이전 세입자를 쫓아내고 수입이 높은 상가를 입점시킨다면 쫓겨난 세입자의 생계는 하루아침에 비참하게 돼버린다.

누구라도 건물주의 입장이고, 수입이 이전에 비해 크게 몇 배씩 차이가 난다면 당연히 수입을 올리려는 방법을 쓰게 될 것이다.

정부가 세입자에게 보호해 줄 방법은 오로지 임대계약서상의 계약 기간뿐이다. 또한, 건물주의 강제철거 시행을 막을 방법이 세입자에게는 없다. 나가라면 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도시의 낙후된 지역이 새로이 변화되고, 더 깨끗하고, 밝은 거리가 되는 것은 누구라도 쌍수를 들고 환영하지만, 그 이면에 건물주에게 목숨줄을 잡히고 있는 세입자들은 지옥과 같은 일이 될 것이다.

우리 정부는 발전을 거듭해오면서 공평한 법을 만들고 집행해 오고 있다. 또한, 경찰과 검찰의 역할을 수행하며, 억울한 일을 바로잡아 주는 일도 하고 있다. 돈에 묶여 얽히고설키는 현상을 공정하고 평등하게 바르게 잡아줄 제도가 필요하며, 발전 속 억울한 이들을 보호해줄 새로운 법이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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