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수의 미학, 그들은 왜 연락이 되지 않을까?

잠수를 타 버리는 이들의 심정? (사진=박양기 기자)

물속으로 잠겨 들어간다는 뜻을 가진 잠수는 요즘 시대에 조금 다른 뜻으로 쓰인다. 누군가와의 대화 도중 사라진 이들을 보고 우리는 ‘잠수탄다’라는 표현을 쓰고 누군가가 애타게 연락하고 전화해도 대답이 없는 이들에게 ‘잠수탔다’라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잠수를 타는 일은 이 외에도 많다. 아르바이트 포털 알바몬은 남녀 알바생 15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10명 중 2명 정도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사전 통보를 하지 않고 갑자기 잠수를 탄 적이 있다’라고 응답했다. 이들은 말 그대로 잠수를 통해 자신이 일하고 싶지 않음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이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잠수를 탔더라도 사과를 하러 오거나 이를 해명하기보다 그대로 연락을 끊는 이들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중 10명 중 7명 정도인 69.8%가 아르바이트 도중 잠수를 탈 경우 그대로 일을 그만두겠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일이 너무 힘들어서 말 못 하고 잠수를 타기도 했고 이유 없이 만사가 다 귀찮아진다거나, 일을 그만둔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에 대한 미안한 마음에 연락도 하지 않은 채 일을 그만둔다는 입장을 전했다.

이러한 알바생들 때문에 최근 잠수타고 연락 없는 알바를 잡으러 다니는 고용주를 의미하는 ‘알바추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다. 연락 없이 무단결근하는 직장인들의 사례도 있고 면접장에도 제시간에 나타나지 않는 노쇼면접족도 있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 서로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기 힘들거나, 자신의 입장을 먼저 생각해 상대방에게 말을 하지 않게 된 것일까.

잠수를 타는 사람에게 가장 큰 정신적 피해를 입는 사람들은 바로 연인들이다. 서로 사랑하고 아껴주는 시간이 대부분이겠지만, 어떤 이유로 연인 중 한 사람이 잠수타는 상황이 벌어지면 연락을 기다리며 혼자 전전긍긍하는 다른 한쪽은 나쁜 생각을 하면서 애인을 원망하고 안절부절못하는 상황에 스트레스받을 것이다.

또한, 잠수라는 방법으로 헤어짐을 선택하는 극단적인 경우도 있다. 물론 그 전부터 징후는 있었을지도 모르지만, 잠수를 통한 헤어짐은 남겨진 이에게 ‘왜?’라는 의문을 남기며 그 사람에게 집착이나 미련을 남겨두는 행위다. 한때 사랑했던 사람에게 비참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것은 분명 올바른 이별의 방법이 아니다.

‘잠수’라는 행위는 위 사례들로 비추어봤을 때,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나의 상황이 좀 더 급하다거나 나의 감정이 앞설 때 일어나는 행동이다.

세상의 존재 중 나 자신의 가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 속에서 살아가고 있고 분명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도 하고 누군가에게 손을 내밀기도 하며 살아간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누군가의 입장을 생각하지 않고, 혼자만 굴속에 숨어 나 자신을 챙기고 싶다는 생각으로 섣불리 행동하기 전에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일에 미안해할 줄 알아야 한다.

혼자서만은 살아갈 수 없는 세상이란 사실을 잊지 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