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마을에 심은 희망과 위로

연말이 되면서 연탄 나르기 봉사활동 등 이웃 사랑을 향한 봉사활동이 성행하고 있다. 이 가운데 지누션의 션 등 많은 연예인도 봉사활동을 열고 솔선수범으로 동참하면서 국민들의 참여를 북돋고 있다.

이 가운데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영화 ‘공공의적’, ‘실미도’ 등에서 감초 역할을 한 배우 강신일이 밀알복지재단, 희망TV SBS와 함께 생애 첫 아프리카 봉사활동을 다녀왔다.

강신일은 청년시절부터 나환자촌과 병원 등을 찾아다니며 공연을 펼치거나 직접 기획한 공연의 수익금을 기부하는 등 꾸준히 소외이웃에 관심을 보여왔다. 케냐 빈민촌 아이들의 실상을 전해들은 강신일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첫 아프리카 방문을 결심했다. 이에 강신일은 지난 9월, 9박 10일간 케냐 키탈레의 쓰레기마을과 마차코스의 빈곤지역을 방문해 극심한 가난에 시달리는 아이들에게 진심어린 위로와 따뜻한 희망을 전하고 돌아왔다.

쓰레기마을에 사는 아이 실비아의 집에 방문한 배우 강신일, 실비아와 강신일의 표정이 현장을 말해준다 (사진= 송정근 제공)

케냐 도착 후 첫 날 찾아간 쓰레기마을에서 강신일은 수십 명의 아이들이 쓰레기 속에서 먹을 것을 찾아 끼니를 해결하는 광경과 마주했다. TV 뉴스에서 나오던 소식을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 아이들은 가난의 대물림과 함께 쓰레기장에서 태어나고 자라온 아이들이었다. 쓰레기 더미의 비위생적인 환경은 질병으로 이어져 아이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고 있었다.

빈곤지역 아이에게 밥을 먹이고 있는 배우 강신일, 아이는 삐쩍마른 몸으로 큰 옷을 입고 있었다 (사진= 송정근 제공)

이렇게 비위생적인 쓰레기장에서 움막을 치고 살아가는 6세 여아 실비아는 쓰레기를 먹고 종종 배탈이 나지만 병원 한 번 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신발 한 짝 없이 맨 발로 다니는 리디아도 마찬가지였다. 리디아의 발은 모래벼룩에 감염돼 발톱이 다 들려있는 상태였다. 이런 상황을 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한 강신일은 현장에서 케냐의 주식인 우갈리를 조리해 쓰레기마을 아이들에게 먹이고 아픈 아이들은 병원에 데려가 치료받을 수 있게 했다.

소년가장 왐부아를 만나 위로와 희망을 전한 배우 강신일, 왐부아는 꿈이 가득한 어린 소년이었다 (사진= 송정근 제공)

이후 강신일은 수도 나이로비에서 차로 3시간 가량 떨어진 산간마을 마차코스에서는 13세 소년가장 왐부아를 만났다. 엄마를 도와 아홉 식구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왐부아는 성인들도 옮기기 힘든 20kg의 모래를 운반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왐부아는 생계로 어린 나이에 학교를 중퇴했지만 공부에 대한 열망으로 직접 전등을 만들어 밤에 공부를 하고 있었다. 강신일은 태양광랜턴을 선물하며 왐부아의 꿈을 응원했다.

TV 공익 캠페인과 NGO 단체 등의 광고에서 나오는 후원금에 대한 내용은 우리에게 얼마나 와 닿을까. 실제 광고의 문구와 내용을 보고도 외면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지하철 역사와 사람들의 통행이 많은 교차로 등에서 벌어지는 캠페인 참여 독려에도 바쁘다며 지나가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이번에 케냐에 다녀온 후 후원금의 가치를 다시 생각하게 됐다는 강신일은 “3만원이면 쓰레기마을 아이들 4명의 치료비가 되고 50명의 아이들에겐 건강한 한 끼를 줄 수 있더라”며 “우리가 조금씩만 나누면 아이들을 쓰레기장이나 일터나 아닌, 학교로 보내줄 수 있다”고 말하며 후원금의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전했다.

누군가는 쉽게 생각할 수 있는 돈이 누군가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가치이다. 지구 저 편에서는 오늘도 쓰레기 더미에서 먹을 것을 찾아 헤매이고 있는 아이들이 있다. 그럼에도 누군가는 배부르다며 먹을 것을 쓰레기 더미에 버리고 있다.

춥다고 웅크리는 것이 아니라 바깥으로 향하는 사랑과 봉사가 필요한 겨울이다. 누군가를 위한 봉사는 우리 마음에 온도를 올려줄 수 있는 활동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