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vs찬]더치페이, 정 많은 대한민국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비용부담법

더치페이보다 서로가 서로에게 내주는 것이 익숙한 한국인 (사진=박양기 기자)

한국어로 ‘각자 내기’라는 뜻으로 풀어쓸 수 있는 더치페이는 남녀 사이 관계에서도 회사 사람들의 점심시간에도 친구들과 신나게 먹는 술자리 등에서도 자주 쓰이는 비용부담법이다.

친구들 사이에서는 ‘N빵’이라는 은어를 통해 모두 함께 먹은 양을 사람 수 만큼 나눠 각자에게 부담하게 하고 점심시간 식당에서는 한 테이블에서 여섯 명이 식사했으면 각자의 결제수단으로 계산대 앞에 서서 여섯 번의 결제를 하곤 한다.

이처럼 더치페이는 분명 좋은 점이 있는 방법이지만, 일각에서는 연인 사이와 친구 사이에 악용되거나 서로의 마음을 상하게 하는 경우도 있기에 추천할 수 있는 법은 아니라는 의견을 보인다.

사랑하는 두 연인이 만날 때 늘 더치페이를 해야 하는 것이 옳은 거라면 가난한 사람과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은 연애를 하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인들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더치페이를 하니까 ‘이런 기회에 좀 더 비싼 것을 먹고 좀 더 많은 양을 먹어야 손해를 보지 않겠구나’라고 이를 악용하는 이들도 분명 있다. 극단적인 예를 들었으나 대한민국 내 정서상으로도 더치페이는 어울리지 않는 점을 찾을 수 있다.

시간을 함께 공유하는 식문화를 갖고 있는 대한민국, 더치페이가 과연 자연스러운 걸까? (사진제공=픽사베이)

과거부터 대한민국의 밥상은 함께 둘러앉아 먹는 식사 문화가 많았다. 불고기나 갈비찜을 시작으로 김치찌개나 된장찌개도 가운데 두고 냄비나 그릇을 공유하며 식사를 했다. 또한, 막걸리나 소주 등 술을 마시며 하루의 지친 일상을 잊어가는 것도 대한민국의 문화 중 하나인데 이 또한, 함께 마시기도 하고 누군가는 덜 마시기도 하며 한 테이블에서 그 자리를 공유한다.

우리는 이렇게 서로 함께 먹고 자리와 시간을 공유하는 것을 즐긴다. 그런 와중에 우리는 누군가에게 마음으로 고마운 것을 표현하기 위해, 함께 해줘서 도움이 되었다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 돈으로 갚을 빚을 건강한 식사로 갚고 싶은 마음에 그 자리의 돈을 계산하기도 한다. 우리는 이런 행동들을 비난하고 혐오하기보다는 일종의 미덕으로 봐줄 때가 많다.

물론, 이러한 일조차 악용해 접대를 하거나 잘 보이기 위해 아부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분명 대한민국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서로 사주고, 베풀어주고, 나눠주고, 함께하는 문화가 예부터 이어져 왔고 내가 원하면 내가 누군가를 사주고 나보다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이에게 한 끼 정도는 얻어먹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연인 사이에서도 데이트 통장을 만들어 식사를 하는 순간, 데이트를 위해 지불하는 돈을 100원, 50원 단위로 나눠서 계산하는 것이 서로에게 과연 정말 현명하고 즐거운 계산법일지 한 번쯤은 생각해 봐야 할 문제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