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 인맥과 지친 인간 관계를 피해서, 티슈 인맥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스마트폰과 SNS의 발달로 인해 사람과 사람간의 통신 속도가 빨라지고 접근성이 가까워졌다. 하지만 과도하게 빨라진 통신 속도와 SNS 활동으로 인해 사람과 사람의 관계형성과 과정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핸드폰 연락처와 모바일 메신저 연락처 목록에는 수 백명의 사람이 있는데, 정작 마음 편히 연락할 사람은 한 명도 없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커뮤니티와 SNS 상에서 인맥에 대해 느끼는 쓸쓸함과 고독을 토로하는 이들도 많다. 차라리 혼자가 좋다며 관계를 정리하는 이들도 등장하고 있다. 인간관계에서 오는 부담감을 피하고자 아예 모르는 사람인 일회성 인맥을 찾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 4월 한 취업 포털 사이트에서 성인남녀 252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사 대상의 절반가량인 1146명(46%)이 인맥을 정리하는 이른바 ‘인맥 다이어트’를 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생각은 했으나 실행으로 옮기지는 못했다’는 답변도 923명(36%)에 달하며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공허함과 부담감이 적지않음을 알 수 있었다.

사람들이 인맥 다이어트를 하는 이유로는 ‘타인에게 프로필을 공개하고 싶지 않아서’라는 응답이 31%로 가장 높았고 ‘진짜 친구를 찾기 위해서’라는 답변이 29%로 그 뒤를 이으며 친구목록에 있다고 해서 진짜 친구라고 할 수 없을을 말해주고 있다.

티슈 인턴에 이어 티슈 인맥으로 일회성이 드러나는 신조어가 사용되고 있다 (사진= 심건호 기자)

최근에는 관계를 간소화하는 인맥 다이어트를 넘어서 ‘티슈 인맥’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티슈 인맥이란 티슈(tissue)와 인맥의 합성어로 한 번 쓰고 버리는 티슈처럼 내가 필요할 때만 만나고 소통하는 일회성 인간관계를 말하는 신조어다. 티슈 인턴에 이어 티슈 인맥까지 이어지며 티슈처럼 일회성이 번지는 사회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 스마트폰과 SNS가 티슈 인맥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혼밥 족을 만나게 해주는 어플과 랜덤으로 모르는 사람과 연결시켜 채팅과 영상통화를 할 수 있게 해주는 어플이 있으며,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몇몇 이용자들은 차라리 부담없이 하고 싶은 말을 다 할 수 있는 관계가 더 좋다고 한다.

사무적인 관계나 어중간하게 아는 사이 보다는 아예 모르는 사람과의 대화가 더 편하다고 하는 이들은 티슈 인맥이 편하다고 한다. 관계에 부담을 느껴 핸드폰 번호를 바꾸거나 SNS 계정을 탈퇴하고 재가입할 필요도 없고, 자신에 대해서 밝히지 않으면서 자신의 고민이나 불만에 대해 토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티슈 인맥조차 바닥나게 되면 사람은 누구를 찾게 될 까 (사진= 심건호 기자)

하지만 티슈 인맥으로 순간적인 편안함과 외로움에 대한 충족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나중에 남는 게 있을 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불법적인 만남과 범죄 등의 부작용이 조장될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또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대한 본질적인 고충이 없으므로 오히려 마음에 상처를 받을 수도 있다.

편지에서 메일과 전화로 전화에서 메신저로 바뀌는 통신수단으로 인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연결하는 수단이 달라지고 있다. 혼자 살고 혼자 밥먹고 생활하는 이들이 늘어나며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편안함을 추구하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사람은 혼자 살 수 없기에 관계에서의 본질적인 부분 조차 가볍게 넘겨서는 안될 것이다.